사랑도 복원이 될까요?
송라음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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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의 부당한 대우와 결혼의 실패를 뒤로하고 설은 구례에 정착한다. 지리산 근처 헌책방에서 책 복원 전문가로 일을 시작한 그녀는 어느 날 등산 중 길을 잃고 야생동물 수의사 유건과 만나게 된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구례에서 두 사람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된다.

설은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곳에서 산에서 마주쳤던 남자와 다시 만나고, 그가 바로 인터뷰 대상인 유건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반달가슴곰 치료로 지친 유건은 약속된 설과의 인터뷰를 거절하고, 첫 만남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어긋난다. 반복되는 만남 속에서 서로를 의식하게 되던 중, 설의 오랜 친구 태양이 나타나 뒤늦게 마음을 고백하고 설은 혼란을 느낀다.

과거의 상처를 안고 있는 설에게 유건은 말한다.
"이미 부서진 마음은 테이프 덕지덕지 붙인 책이랑 똑같아요. 그 상태로는 예전 그대로 못 돌아간다고. 그러니까 그냥 새 걸로 바꿔요."(314p)

낡은 책을 고치면서도 자신의 마음은 고칠 용기조차 없었던 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믿음을 주는 유건에게 점점 흔들린다. 두 사람은 갈등과 오해를 거치며 서로의 상처를 마주하고, 서서히 회복해 나간다.

이 작품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다시 세우고,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랑도 복원이 될까요?』라는 제목은 지나간 사랑의 상처 역시 책처럼 다시 복원될 수 있는지 묻는다. 인물들이 서로의 상처를 대면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은 그 질문에 답을 건넨다.

"책을 고치며 배운 첫 번째 사실은 낡고 파손이 심한 책일수록 험해보이는 외양과 달리 따뜻한 사연이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이었다. 책이라는 건 주인이 아끼는 만큼 손때가 묻고 낡는 물건이니까."(76p)

특히 책을 대하는 설의 태도는 인상 깊다. 여러 사람의 손길을 거친 책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며 고쳐 나가는 그녀의 모습은, 사랑과 사람 역시 고칠 수 있다고 말하는 듯 하다. 상처를 딛고 자신만의 선택을 한 설의 모습을 보며, 나의 아픔도 치유받은 듯했다.

설과 유건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윤슬이 반짝이는 섬진강과 달콤한 모과나무의 향이 느껴질 것 같은 화엄사 구층암, 대나무 숲 너머 반전의 공간을 품은 쌍산재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나의 봄이 너의 봄은 아닐 수도 있다"는 태양의 말처럼, 각자의 속도로 찾아오는 봄을 기다리게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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