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로 그린 심장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22
이열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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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픽셀처럼 흩어져 있던 존재들이 모여, 심장과도 같은 '사랑'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 거대한 위협 앞에서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며 공존의 길을 찾아갈 것인가.


2040~2060년대, 초능력을 지닌 능력자들과 일반인이 공존하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픽셀로 그린 심장》은 14편의 독립된 단편이 하나의 세계관을 이루는 소설이다. 각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며 하나의 서사로 확장되는 구조가 인상적이다. 작품은 염력, 사이코키네시스, 자가 치유, 기억 조작 등 다양한 초능력을 가진 인물들의 삶을 따라간다.

"자유롭게 능력을 사용하며 100% 자신으로 살고 싶기 때문이었다."(160p)

능력의 유무와 관계없이 '나'로서 살고 싶은 인물들의 바람은, 초능력 그 자체보다 그로 인해 겪게 되는 상처와 인간관계 속 갈등에 주목하고 있다.

2060년대, 외계 생물체 바르크의 침공으로 한국은 폐허가 되고 사람들은 흩어진다. 혼란 속에서 초능력자들은 "모두가 합심해서 살아남아야 해."(232p)라며 시민들을 지키지만, 그 힘이 커질수록 새로운 '계급'이 생기고, 과거 차별의 기억이 다시 갈등을 일으킨다.

"그래서 언니도 늘 바랐잖아, 함께 어우러져 사는 세상을."(241p)


이 작품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능력을 가진 인물들에 집중한다. 각자의 능력으로 발생하는 문제와 상처, 고립, 이별을 겪으며 인물들은 서로 연결되고 성장한다. 특히 재이는 상처받은 언니 지수에게 말한다.

"난 인간성을 믿어. 다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배려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 믿어."(241p)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배려'라는 메시지는 큰 울림을 준다. 우리 사회 역시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며,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당연시해 온 것도 사실이다. 작품은 그 희생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던진다.

"사랑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336p)

이들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받는 것이었다. 우리는 한 번쯤 초능력을 상상하며 동경하지만, 작품의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에 도달한다.

"만약 특별한 능력이 생긴다면, 우리는 과연 더 행복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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