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의 끝
정해연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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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인코스메틱 대표 희숙은 어느 날, 아들로부터 “사람을 죽였어”라는 충격적인 전화를 받는다. 곧바로 재선시로 달려간 희숙은 아들의 집에는 시신이 된 현재경과 멍한 상태의 아들을 마주한다. 아들이 살인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그녀는 결국 사건의 뒷처리에 나선다.

한편 사건을 맡은 형사 인우에게도 또 다른 과거가 있다. 어린 시절 부모와 떠난 캠핑에서 혼자 물에 빠지는 사고를 겪고 난 뒤, 눈을 뜬 인우 앞에 남아 있던 것은 아빠의 의문스러운 죽음뿐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시던 날, 왜 나를 구한 게 엄마가 아니야?“(75p)

아빠의 죽음이 자살이라는 결론에 의문을 품게 된 인우는 점점 엄마를 멀리하게 된다. 그리고 재선시 살인 사건을 맡게 되면서 묶여 있던 진실의 매듭을 조금씩 풀어가기 시작한다.

”엄마라면 그럴 수 없다. 자식을 살인자의 아들로 만들 수는 없어. 그런데도 자기가 죽였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하나뿐이야….자식을 지켜야 할 때. 자식이 살인자일 때.”

꼬이고 얽힌 두 사건의 깊은 곳에는 결국 ‘자식을 위해, 엄마이기 때문에‘라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자리하고 있었다.


☕️ 두 사건은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이유로 이어진다. 그것은 바로 지고지순한 ‘엄마의 사랑‘이다.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 수 없었던 두 엄마는 망설임 없는 선택을 했고, 그들의 결단은 내 마음을 울렸다. 아들에게 이용당했다는 걸 알게 된 희숙 역시 아들을 원망하기보다, 그저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는 아직 온전히 알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시작된 두 사건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 나에게 정해연 작가의 첫 작품이었던 홍학의 자리는 전체적인 흐림과 결말이 다소 아쉽게 느껴져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사건의 전개, 인물의 감정, 결말까지 모두 빈틈 없이 완성도가 높았다. 두 사건이 하나의 매듭처럼 서로를 당기고 묶이고, 인우가 그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과정은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작가님의 매력이 이런 것이었구나”하고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 여러 반전 사이를 연결하는 이야기의 흐름이 특히 인상깊었다. 일본 미스터리를 좋아해 온 나에게, 한국 미스터리 역시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는 확신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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