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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도 뜨겁게
하영준 지음 / 9월의햇살 / 2025년 12월
평점 :
경주는 월간 여성지 <그레이스>의 편집장이자 싱글맘으로, 늘 바쁜 하루를 살아간다. 예정에 없던 인터뷰를 위해 떠났던 통영에서 싱글대디 상준을 만나고,쳇바퀴 같은 삶 속에서 그는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다. "키스할래요?"라는 경주의 한마디로 시작된 여름밤의 꿈과 같은 하룻밤을 뒤로하고 두 사람은 헤어진다.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운명일 거라 했죠? 우리, 다시 만났어요."(194p)
적자가 누적된 매거진사업부의 구조조정을 위해 새로운 본부장으로 부임해 경주 앞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상준이었다. <그레이스> 폐간을 둘러싼 대립 속에서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감정을 확인하고 비밀 사내연애를 시작한다. 서로를 따뜻하게 품어주던 두 사람이지만, 현실 앞에서 관계는 점점 흔들리기 시작한다. 과연 이들은 돌아 돌아 찾아온 '두 번째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경주와 상준은 첫 사랑의 실패와 상실에서 비롯된 상처를 지니고 있으며, 그 상처 때문에 새로운 사랑 앞에서 주저한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서로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회복하는 서사를 담고 있다. 제목이 암시하듯, '두 번째' 기회를 통해 다시 얻은 이들의 사랑은 독자로 하여금 조용히 응원하게 만든다.
작품은 경주와 상준의 로맨스를 중심에 두면서도, 잡지 산업이 쇠퇴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종이 잡지가 힘을 잃어가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잡지를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나 결국 잡지 <그레이스>가 속한 매거진사업부는 디지털콘텐츠 사업부로 개편되며, 팀원들은 각자의 자리로 흩어지게 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직업과 세대의 큰 변화 속에서 직업적 불안과 경제적 압박을 겪지만, 결국 각자의 두 번째 도약을 멈추지 않는다. 경주는 마지막 11월호의 에디터스 노트에 이렇게 쓴다.
"첫사랑을 떠나보내고 이제는 두 번째 제 삶을 준비하려 합니다."(317p)
이 작품은 로맨스를 넘어, 두 번째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불안과 압박을 묵묵히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작품은 경주와 상준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수많은 실패로 생긴 상처와 끊임없는 재도전은 결국 성장으로 이어지며, 우리 또한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