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 하다 앤솔러지 5
김경욱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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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라는 하나의 주제를 두고 다섯 명의 작가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풀어낸 앤솔러지 단편집. 서로 다른 질감의 '안음'이 겹쳐지며 관계의 틈, 마음의 흔적을 들여다보게 한다.


김경욱,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거나 사라질」
두부를 사러 나간 뒤 사라진 어머니를 찾는 막내아들의 이야기.
"오래도록 충분한 고통을 겪은 자만이 미래로 돌아갈 수 있다. ...."(40p) 어머니의 흔적을 찾던 그는 낯선 품에 안겨 있던 기억을 떠올리며, 어머니가 고통을 벗고 '미래로 돌아가버린'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심윤경, 「가짜 생일 파티」
관계를 불필요하게 여기고 일 밖에 모르는 신입 정윤에게서 동질감을 느끼는 이연경 상무. 동료들의 '가짜 생일 파티'에서 잠시 따뜻함을 맛보며 정윤에게 비칠 자신의 모습을 의식하지만, "기획서 몇 줄 고치시면 그게 상무님 것이 되나요?"(75p)라는 정윤의 말에 속내를 들킨 듯 흔들린다.

전성태, 「히치하이킹」
영호를 배신하고 연인이 된 승호와 지영은 히치하이킹으로 알게 된 남자의 고향 집에서 낯선 감정을 느낀다. 남자의 옛사랑을 마주한 뒤 그가 남긴 "지나가야 할 자리는 그냥 지나가는 거야"(110p)라는 말처럼, 두 사람 역시 자신들에게 밀려드는 연민과 죄책감을 무사히 지나칠 수 있을까.

정이현, 「다시 한번」
20년 전 제주 여행을 함께했던 미경과 용기는 마흔여섯이 되어 다시 태국으로 떠난다. "나는 용기의 등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139p) 서로를 다독이며, 삶에 드문 듯 찾아오는 행운 같은 순간을 다시 확인한다.

조경란, 「그녀들」
영서는 멀어진 지인 오에 대한 죄책감과 배신감을 오래 품고 살아간다. "오의 일부는 빈 유리병으로 전환되어 자신에게 아직 남아 있다고."(158p) 믿으며, 끝내 묻지 못한 질문과 안아주지 못했던 순간이 마음속에서 잔잔히 흔들린다.


다섯 편의 단편을 읽으며 '안다'라는 행위의 다층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를 안아 주는 팔, 누군가의 품에 기대는 몸, 혹은 시간이 지나도 품속에서 떠나지 않는 순간들까지. '안음'은 때로 따듯하고 때로 차갑지만, 결국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치유받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들이 보여준 제각각의 빛깔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역시 묻게 된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안고 살아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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