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하느님 - 권정생 산문집, 개정증보판
권정생 지음 / 녹색평론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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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 언니를 쓴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님의 산문집.

부산 보수동 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알고 지내는 언니가 예전에 이 책을 얘기하면서 권정생 선생님이 말씀하신 교회라면 종교를 가질 수도 있겠다 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책은 초판이었나보다.

그때 당시는 6천원이었던 책이 내가 올해 1월에 샀을 때는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2만원이나 지불해야 했으니까.

90년대 중반에 쓰여진 책이니 지금의 감성과는 확실히 다를 테지만 권정생 선생님께서 생전에도 소박하게 흙을 가까이 하시며 사셨던 분이라 90년대보다는 외려 70년대 혹은 60년대 감성이다.

그래서 중간 중간 한 번씩 너무 고리타분하신게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지만 그것은 작은 부분일 뿐 선생님의 소박한 사람과 삶에 대한 애정에서 배우는 바가 정말 크다.

특히 종교에 대해서 그리고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욱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들이 이미 종교의 참된 의미를 알지 못하고 안 적조차 없다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권정생,우리들의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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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잘해요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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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책방을 통해 알게 된 작가 이기호.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소리나는 책' 코너에서 언젠가 읽어준 그의 단편들은 정말이지 너무 기발하고 웃겼다.

이렇게 책을 쓰는 사람도 있구나, 싶어 관심이 가던 차에 어제 우연히 들른 중고서점에서 그의 첫 장편집을 발견하고 망설임 없이 샀다.

실망스럽게도(?) 내가 전에 들었던 단편 조각 모음들의 기발한 단어 조합으로 인한 재미는 굉장히 적었다.

어쨌든.


책의 내용은 시봉과 나를 둘러싼 폭력과 죄 그리고 그에 선행 또는 후행된 사과의 연대기라고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폭력은 죄없는 사람도 죄인으로 만든다는 말도 떠올랐고 그에 관련된 오래된 일화인 황희 정승과 여종의 이야기도 생각났다.

이야기는 대강 이렇다.

하루는 황희 정승이 집에서 쥐가 배를 훔쳐가는 걸 보고 제 몸집보다 커다란 걸 옮겨가는 게 안됐기도 해서 그냥 넘어갔는데 다음날 부인이 여종을 호되게 꾸짖고 체벌을 가해 없는 죄를 자백하게 만든 것을 목격한 이야기다.

심리적, 언어적, 신체적 가학은 분명 옳지 않다.

특히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씌우기 위한 가학은 절대적으로 나쁘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고문을 통한 자백은 허용되지 않으며 이는 또한 법적 근거로도 채택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실제 많은 사람들에게 고문은 죄의 고백 및 심판에 굉장히 효과적으로 사용되며 많은 사람들이 그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이 또한 현실과 이상의 괴리이다.

또한 이 책은 묻고 있다.

살아있는 동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죄인 것인가.

유명한 동화작가셨던 고 권정생 선생님도 말씀하셨다.

살아있음은 지속적으로 다른 살아있는 것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이렇게 생각한다면 살아있는 순간 모두는 폭력의 역사이고 우리는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책의 나와 시봉이 혼란스러웠던만큼 죄의 무게와 범주는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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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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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체는 무겁지 않다.

그렇지만 책 내용은 너무나도 무겁고 무서울 정도다.

일단, 임산부 혹은 아이를 곧 가지기로 계획한 분들은 읽지 않으셨으면 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은 후 후폭풍이 꽤나 거세기 때문이다.

빨간책방의 이동진 영화평론가도 언급했듯이 나도 읽으면서 케빈에 대하여를 많이 떠올렸는데 확실히 케빈에 대하여랑은 다르다.

어쨌든.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많은 질문들을 했고 그 질문들에 나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 생각해봤다.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몇 가지 질문만 여기에 적어보겠다.

진정한 모성애란 무엇인가? 모성애는 사회에 의해 주입되는 것인가? 한 사람의 또는 한 집단의 다름이 그외 다른 사람 및 집단에 해를 끼치는가?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은 어쩔 땐 너무도 명확한데도 불구하고 사람은 왜 끊임없이 계획을 하는가? 문명은 진정 진보하는 것인가 아니면 퇴보하는 것인가? 문명이란 무엇인가? 야만이란 무엇인가? 야만은 꼭 없애야만 하는 것인가? 야만에 왜 사람들은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인가? 다른 가족을 괴롭게 만드는 가족구성원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읽으면서는 굉장히 단호한듯한 보이는 나 자신을 봤으나 다 읽은 후엔 혼란스럽고 모순적인 나를 발견했다.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아직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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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받은 식탁 - 세계 뒷골목의 소울푸드 견문록
우에하라 요시히로 지음, 황선종 옮김 / 어크로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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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단순해보일 수 있지만 굉장히 많은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

조리법 및 식재료는 문화, 환경, 국가, 인종, 종교, 가정, 지리 등 많은 사회문화적인 요소를 가지게 마련이다.

차별받은 식탁은 여러 국가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차별받는 사람들의 식탁을 조명한 책이다.

저자도 일본에서 하층민으로 취급받았던 도축인들의 마을에서 자랐고 그곳의 음식 문화에 익숙해 그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다가 학교라는 더 넓은 사회에서 그렇지 않음을 깨닫고 놀란 케이스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나만 해도 어릴 적 친구 집에 놀러갔을 때 친구 어머니가 김치찌개를 만드실 때 마가린을 넣고 김치를 볶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충격이 지금도 생각난다.

저자는 이 충격을 그냥 두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좀 더 차별없는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을 했고 그 결과로 이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차별받는 사람들의 식탁과 그 배경에 대해 알게 되면 좀 더 이해받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말이다.

대부분의 차별이 무지와 이기심에서 비롯된다고 봤을 때 이는 상당히 논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저자는 전세계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차별받는 사람들의 식탁을 취재했다.

내재된 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와 달리 음식은 상대적으로 가볍고 즐거운 주제인 까닭에 책 자체는 그렇게 힘들지 않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고 흔히 즐겨먹는 후라이드 치킨이 예전 미국 흑인 노예들로부터 비롯되어 전세계로 퍼지게 된 소울푸드라는 점, 카포에라가 예전 브라질 흑인 노예들이 자신들을 방어하고 백인들에게는 춤처럼 보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 로마는 생각보다 넓은 지역에 분포했으며 굉장히 다양하다는 점 등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사실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우리나라의 소울푸드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다른 여러 나라들이 그렇듯 우리나라 또한 백정이나 갖바치들을 하대하고 현재까지도 알게 모르게 무시하고 차별하는 직업군이 아닌가.

분명 그들 사회에서도 일반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음식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자주 먹는 곱창볶음이나 내장탕 같은 음식이 그런 소울푸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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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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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초,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미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 영국인 동성애자 중년(혹은 노년으로 접어들고 있는) 남성의 하루를 소재로 한 소설.

중년의 슬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데에서 오는 분노, 시대적 지리적 배경, 동성애에 관한 그 당시의 시각 및 지금까지도 적용되는 통찰력 등을 정말 잘 어우르고 버무린 작품이다.

특히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변하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가 정말 탁월하고(우리 모두도 그렇지 않은가), 동성애에 관한 사회적 시각에 대한 통찰력이 정말 뛰어나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는 질병 같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거나(특히 무식하고 졸렬하고 이기적인 기독교인들이 그렇다:모든 기독교인이 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님:) 무시하면 저절로 없어지거나 나아진다는 황당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60년대나 지금이나 사실 달라진 것이 없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말한다.

소수집단을 경계하는 것은 그 소수집단이 다수를 위협할 뭔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실제로 동성애를 질병이라고 생각하는 무식한 사람들에게는 동성애가 옮길 수 있는 어떤 것이기 때문에 다수의 멀쩡한(?) 사람들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정말 쉽게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

황당하고 당황스럽고 말도 안되는 논리지만 정말 인간은 이렇게도 어리석을 수 있다.

어쨌든, 이런 통찰력 및 섬세한 심리 묘사는 소설이 저자의 자전적인 요소를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인 크리스토퍼 이셔우도 또한 동성애자였고, 미국으로 이주한 영국인이었으며, 본인의 나이가 주인공의 나이와 비슷한 시기에 이 소설을 집필했다.

이 소설은 또한 유명한 디자이너인 톰 포드에 의해 영화로도 나왔는데 콜린 퍼스(!!!!)가 주인공을 맡았다고 해서 봐야할 영화 목록에 상시 대기 중이다. ㅎㅎ

죽음은 누구나 함께하는 것이므로, 언제건, 몇 살이건, 건강하든 아프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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