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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이름 ㅣ 책고래숲 6
김태란 지음 / 책고래 / 2022년 7월
평점 :
책고래숲 여섯 번째 이야기 <또 다른 이름>
늦은 나이에 엄마가 되고 다시 자신을 찾게 되는 과정을 담은
김태란 작가의 자전적 그림 에세이.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 던 작가가 엄마가 되면서 겪은 성장통이 담겨 있다.
작가는 마흔이 넘어서 '엄마'라는 새로운 이름이 생기고
아이로 인해 느끼는 기쁨과 행복도 커졌지만 정작 자신의 밭을 돌보지 못했다.
새로운 이름에 익숙해질수록 자신의 이름은 작아지는 느낌.
서로에게 세상의 전부였던 아이와의 관계에서 거부당한 것 같은 기분.
오랫동안 그림을 그렸던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되찾았고
쉽게 풀리지 않던 아이와의 관계도 회복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간결하고 담백한 그림이지만 크게 공감하며 읽었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육심원, 에바 알머슨 작가의 그림체와 비슷해서 좋았다.
나의 지난 시간들과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겹쳐지며 그 감정들이 전달되었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부모도 자란다고들 하는데
가끔은 아이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며ㅣ 겁을 먹기도 했었다.
엄마가 되고 느끼는 감정들은 그 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아이와 함께 웃고 울고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준 신비한 존재.
나에게 '엄마'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준 아이.
언제나 내 옆자리를 사수하고 있을 것 같던 아이였는데
이젠 자신만의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서운하다는 감정도 들지만 아이의 또 다른 성장과정인 걸 알기에 방해하지 않고 있다.
학교 갔다 오면 여전히 엄마에게 주절주절 수다를 펼쳐놓지만
자기방에서 친구들과의 통화가 더 즐거운 나이가 된 것 같다.
가끔 문밖으로 새에 나오는 아이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네가 즐겁고 행복하니 엄마도 기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누구나 겪는 성장통을 나도 잘 지나가고 싶다.
나도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이 되었지만,
그건 꼭 아이로 인한 것만이 아니란 걸 알게 됐을 때
깨달음과 동시에 나의 존재에 대해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다.
남편 직장의 발령으로 아무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살게 되면서
방황과 외로움이 겹치던 시기에 나를 잡아준 건 아이였다.
내 곁에 나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아이가 없었다면 나의 방황은 더 오래갔을지도 모른다.
주변에 가족들과 친구들도 없으니 우리 가족끼리 똘똘 뭉쳐지냈다.
특히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아이와 나는 한 몸이나 다름없었다.
하루에 놀이터 투어만 4,5번을 하고도 지칠 줄 모르던 아이 덕분에 내 뱃살도 줄던 시기...
아이에게 무조건 예쁜 걸 좋아하는 공주병이 오면서 아이를 위해 리본공예를 배우고
맛있는 간신을 만들어주기 위해 제과제빵학원에 다녔으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독서지도사 매력에 빠져 공부를 하게 되었다.
요즘은 학원 도움 없이 공부하고 싶다는 아이를 위해 교과 문제집을 풀고 있다.
언제든 아이가 도움이 필요하면 짠~하고 나타나는 엄마이고 싶다.
내가 친정엄마에게 느끼는 편안함과 든든함을 아이도 느끼길 바란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뛰어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럴 능력이 안되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나의 가치와 존재의 이유는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이름이 엄마이건 아내이건 딸이건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나의 역할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
나의 또 다른 이름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름 '엄마'
그 이름을 사랑스럽게 불러주는 아이가 있어서 행복하다.
여전히 나의 일상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게으른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특별한 이름.
'엄마'라는 또 다른 이름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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