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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썸의 집밥 예찬 - 매일의 건강 집밥이 불러온 놀라운 일상의 기적
홀썸모먼트 지음 / 다산라이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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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썸을 홀쌤으로 읽었다. 홀쌤이 집단 식단을 만들어서 요리법을 가르쳐 주시려고 편찬한 책이로구나 생각했다. 모든 것은 나의 선입견이고 잘못된 어림짐작이었다.

홀썸 모먼트로 불리는 홀썸은 훌륭한 학력의 소유자이면서 인플루언서이다. 그리고 남편과 아들, 자신을 위한 집밥을 지으려고 공부를 하고 홀썸만의 집밥 가치관과 철학을 가졌다. 집밥 이야기로 인스타에서는 이미 유명인이시다. 나는 항상 뒷북을 치고 백지 상태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감동하는 사람이다.

예로부터 “사람은 밥힘으로 살아.”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때의 밥힘이라는 것은 삼시세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삼시세끼를 다 먹어도 늘 골골이고 잔병은 끊이지 않고 밥만 있고 힘은 없었다. “홀썸의 집밥예찬”을 한번 읽었다. 수십 년 간 부엌을 내 방처럼 드나들었면서 읽은 요리책이 십여권에 이른다. 그 책들은 단 한번도 홀썸처럼 말해주지 않았다. 요리재료와 요리방법만 나열되어 이렇게 해먹으면 맛있다라는 시그널만 넘쳤다. 요리재료를 구하느라, 레시피를 따르느라 고단한 요리라는 것을 깨닫고 이내 포기했다. 그리고 늘 하던 방식이 익숙하니까 편안하고 간단한 일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부엌으로 향하는 일이 점점 고단해졌다. 밥을 하기 싫어졌고 배달음식이나 외식을 즐겼다. 분명히 맛집이고 영양식이라는데 먹고 나면 헛헛했다. 내 몸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유는 요리하는 과정에서 다정함과 재료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내게 맞는 식재료를 쓰지 않아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은 홀썸님의 집밥에 대한 깊은 내공 덕분이다. 이젠 건강해질 자신이 있다. 요리책을 두 번 연달아 읽기는 처음. 요리책 속의 요리를 연달아 두 번 해먹기도 처음. 요리책을 읽고 조리도구 4개를 곧바로 사기도 처음. 부엌으로 자꾸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첫 경험같다. 서평을 쓰면서 세 번째 읽기 도전한다.

 

프롤로그

 

집밥을 시작하기 전에

 

집밥을 잘 해 먹으려면 좋은 재료도 중요하지만 요리과정이 단순하고 편해야 기쁜 마음으로, 힘들지 않은 몸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요리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다지기가 힘들어서 포기할 요리는 초퍼나 그레이터를 이용하기, 블렌더를 이용해서 수프, 소스, 스무디를 편하게 해먹기, 플라스틱보다는 스테인레스 조리도구와 접시, 보관용기를 쓰기, 무수분이나 저수분 요리를 위해서 뚜껑있는 주물냄비를 쓰기. 채소김장을 위해서 채소 탈수기를 쓰기.

재료가 건강해야 몸도 건강해지므로 가능한 건강한 가공식품을 쓰기 위해 유기농이나 무농약, 프리 글루텐 등을 쓰기.

발효식품인 한식간장, 된장, 고추장을 가능한 쓰기.

산도가 낮고 발연점이 높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쓰기.

설탕보다는 채소의 단맛을 이용해서 요리하기 등등

원재료의 성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가공식품과 단촐한 양념으로 담백하고 단순한 맛을 즐기자는 것이 홀썸의 요리에 대한 기본 마인드였다. 또한 여러 가지 향신료와 허브는 항염작용에 좋으므로 가능한 MSG로 맛을 내기보다는 향신료와 허브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1. 매일매일 집밥을 먹고 싶다면

 

매일매일 집밥을 먹고 싶다면 밀프렙과 원팬, 원트레이, 원팟, 원볼, 원보틀 요리법을 쓰면 된다. 즉, 맛있고 간편해야 하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밀프렙을 만들어야 한다.

귀찮을 수 있지만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편리함을 위한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과 다름없다. 학교 성적을 위해서 예습을 해두면 편안한 공부가 되듯이.

밀프렙은 meal 식사를 preparing 준비하는 것을 합한 말이다. 밀프렙을 위해서 채소는 장을 본 날 바로 손질해서 보관을 하는 것이다. 미리 썰고 씻고 준비하면 영양소가 파괴된다 하더라도 요리의 과정을 쉽게 만들어 집밥을 자주 먹는 편이 더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홀썸의 생각에 나도 한표 던진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해본 결과, 요리를 준비할 때 확실히 편했다. 홈메이드 밀키트를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찌개 키트, 볶음밥 키트를 만들어서 냉동보관하여 필요할 때 쓰면 된다. 이탈리아에서 ‘미르포아’ 라고 부르는 양파, 당근, 샐러리 같은 야채는 미리 다듬어서 한 통에 넣어두면 다양한 요리에 쉽게 쓸 수 있다고 한다. 소스와 만능육수도 두 세 번 먹을 정도로 미리 장만해 두면 밀프렙이나 밀키트를 이용한 요리가 간편해진다. 게다가 제철 재료 김장법을 이용하여 제철의 채소를 손질해서 소분 냉동보관하면 1년내내 먹을 수 있다고 하니 눈길이 절로 간다. 냉동실에 든 가공식품들을 빨리 처분하고 채소 김장을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하나의 냄비, 트레이, 보틀에 요리를 하고 담고, 반죽을 간결하게 해서 베이킹을 하는 것은 부엌의 르네상스라고 생각되었다. 예술의 전당에서 먹은 샐러드 보틀 콥을 2만원 가까이 되는 돈을 주고 먹은 후에 이 요리법을 보니 배가 아팠다. 어리석음이 만든 과잉지출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기분좋게 먹지 않으면 독소가 되어 내 몸을 이롭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알기 위해 요리책을 탐독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이기도 하다.

 

2. 음식의 진짜 주인공, 재료

 

뭘 해먹을까? 고민을 하면 식사준비에 골머리를 앓게 된다. 메뉴판이 있다면 골라서 해줄 수 있는데 매일 뭘 먹을까라는 난제를 푸느라 밥하기가 더욱 싫어지는 것이다. 홀썸은 말한다.

메뉴 중심의 집밥 준비에서 재료 중심의 집밥 준비로 바꾸라고 말이다. 레시피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재료를 가지고 무엇을 해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라고 한다.

물론 재료를 구하는 공식 또한 건강해져야 한다.

식재료와 양념에 대한 가치관이 분명해지면 이해의 폭이 넓어져서 재료 선택의 과정이 쉬워진다고 한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자연스러운 삶을 위해서, 미래 세대가 자연의 혜택을 더 누리게 하기 위해서라도 친환경 식재료를 선택하길 바란다. 가격을 조금 더 주더라도 건강한 선택은 질적인 변화로 인해 더 건강해질 거라는 뜻이다.

유기농 뿐만이 아니라 가능한 우리 땅에서 생산된 국산 식재료, 제철 식재료, 홀푸드 식재료를 고르라고 한다.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도 홀썸만의 규칙이 존재했다. 첫째, 할머니가 모르는 원재료는 제외한다, 둘째, 가공식품에 표시된 원재료의 개수가 5개 이하라야 한다. 셋째, 장보기 동선은 마트의 벽면을 따라서 한다, 넷째, 유기농 판타지를 경계하라. 이 말은 유기농이라고 표시가 되었음에도 원재료명과 원산지를 잘 살펴보라는 뜻이다. 다섯째, 그린 워싱의 함정에서 벗어나라. 즉, 친환경적이지 않은데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잘 살피라는 것이다. 여섯째, 친환경 전문 식품 매장 이용하기다.

홀썸은 양념을 잘 쓰면 ‘약념’이라고 한다. 단맛을 위해서 설탕보다는 단맛을 가진 채소를 더하라고 했다. 감칠맛은 토마토, 버섯, 마늘, 콩, 셀러리, 시금치, 배추 등 내가 좋아하는 채소가 대다수라서 은근히 홀썸과 나를 동일시하는 오만도 가졌다. 양념을 구매할 때도 원재료명을 확인하되 가능한 여러 나라에서 온 것보다 단일국가에서 온 재료가 더 낫다는 조언도 있다.

 

3. 채소를 먹는다, 채소를 즐긴다.

 

아이들을 키울 때 가장 큰 숙제가 바로 채소를 먹이는 것이었다. 버섯을 싫어하는 아들 때문에 사기꾼처럼 눈속임을 했던 적이 있다. 새송이 버섯을 가늘게 썰어서 칼국수에 섞어서 끓였다. 가지를 싫어하는 아들 때문에 잘게 다져서 김치볶음밥에 슬쩍 섞었다. 토마토를 싫어하는 아들 때문에 카레를 끓일 때 토마토를 갈아서 넣었다. 그런데 홀썸은 말한다. 채소를 많이 먹는 방법 대신 즐기는 방법에 집중하라고 말이다. 나는 즐기는 것이 아니라 속이는 것에 집중했던 엄마였다. 미안하다, 아들.

채소를 영양학적으로 완벽하게 먹을 이유가 없고, 몸에 좋다고 다 먹을 이유도 없단다. 영양이 손해 보더라도 자주 맛있게 먹는 것이 좋으며 내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킨다면 굳이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필요하면 다른 재료에서 영양을 보충하면 되기 때문이다. 홀썸은 ‘항염’요리에 굉장히 집중하는 편이다. 왜냐면 홀썸은 불안증을 오래 앓았고 예민한 남편은 장 트러블이 있으며 아들 또한 예민한 기질이라서 몸의 전반적인 밸런스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몸의 자가면역을 흔드는 요리는 지양했으면 자연스럽게 “항염”기능을 높이는 재료에 몰입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보여진다.

다양한 채소는 장내 미생물의 좋은 먹이이면서 각종 염증성 질환에서 벗어나게 돕는다. 그래서 채소가 주인공이 되는 요리를 내세운다. 일주일에 한번은 고기없는 요일을 정한다든지, 허브 향신료와 드레싱을 많이 활용하여 채소를 즐기도록 한다든지, 밀프렙이나 채소 정기배달 서비스를 이용해서 제철채소를 많이 쓴다든지.

채소는 그 성질에 따라서 수프, 볶음, 찜, 나물, 구이, 베이킹, 초절임, 샐러드, 스틱야채, 콜드스프, 스무디, 주스 등의 방법으로 많이 보다는 다양하게 즐기길 강조한다. 각종 샐러드 드레싱에는 올리브오일, 다진 마늘, 사과식초, 소금, 후추, 한식간장 등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나머지는 각자의 입맛에 맞게 더하고 빼면 되는 정도라서 손쉽게 드레싱소스를 만들 수 있다.

 

4. 집밥이 진짜 건강해지려면

 

많은 질환의 원인은 염증이라고 한다. 건강한 삶의 핵심은 염증을 다스리는 것이고 염증은 집밥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홀썸은 강조 또 강조한다. 스트레스를 가지고 아무리 영양좋은 식사를 해도 건강해질 수 없으므로 식사하는 생활습관만을 고쳐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염증을 줄이려면 100년 전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초가공식품’을 배제하길 바란다. 초가공식품이라면 원재료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식품을 말한다. 토마토케첩보다는 토마토 홀캔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소시지나 햄도 초가공식품이므로 가능한 멀리하는 것이 좋겠다. 한식국도 간을 약하게 하여 밥 없이도 스프처럼 먹으라고 한다. 나물은 샐러드처럼, 밑반찬은 최소화하여 먹고 고기는 양보다 질로, 고기 대신 채소로 요리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요리유는 산패가 없고 염증을 낮추는 기름을 쓰길 권하는데 가장 적합한 것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이다. 소량의 것을 사서 가능한 소비기한을 줄이라고 한다. 비싼 감은 있지만 내 몸의 염증을 낮춰서 병원비를 아낀다면 일거양득이 아닌가 한다.

조리법 또한 염증을 잡는 데 한 몫을 한다. 볶음에도 가능한 기름은 적게 하고 기름 대신 물로 볶음을 하면 된다. 기름을 듬뿍 넣고 볶느니 물을 넣고 뚜껑을 덮어 수분으로 익힌다면 영양소 파괴도 적고 산패기름을 더 먹어서 활성산소가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저절로 좋은 음식을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요리는 가능한 중약불에서, 뚜껑을 덮어서 하면 당독소가 최소로 생긴다고 한다.

염증을 줄이는 식사방법도 있다. 자주 먹지 말고 천천히 먹고 감사한 마음으로 식사를 해야 한다. 스크린 앞에서 식사 금지, 한 입에 먹는 양 줄이기, 식사 중간에 잠시 쉴 것도 강조한다. 많은 대화를 하면서 식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무엇보다 음식 앞에 감사하는 마음을 꼭 갖길 바라는 홀썸은 아마도 긍정적인 식사시간을 만들어 영양소가 몸안에서 자기 역할을 잘 하도록 하자는 뜻일 것이다.

 

5. 우리가 집밥을 해야 하는 진짜 이유

 

집밥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때 나도 집밥을 고수하는 사람이어서 이웃들에게 지탄의 대상이었다. 모임에 나가서 식사를 함께 해야 하는데 식사시간에 맞춰 가족들 식사준비하려고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그땐 집밥을 먹여야 내 할 일을 다 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따스한 밥을 먹으면서 누군가의 지지를 얻는다는 느낌을 갖게 하려고 그랬다. 매일 집밥을 하면서 지친 날들도 있지만 의무감으로 했던 적이 많았다. 홀썸의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진즉에 홀썸의 집밥 철학을 배웠다면 여전히 요리를 즐기는 집밥 9단이 되지 않았을까 조금 후회스럽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집밥을 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깨닫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수록 염증에 민감해질 내 몸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조금 귀찮더라도 조금 간결한 요리법을 배워두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먹느냐로 영양소 섭취가 달라질거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좋은 사람과 행복한 마음으로 편안한 자리에서 즐겁게 먹어야 한다.

홀썸의 식단에 대한 세 가지 가치관은 이러하다.

첫째, 집밥은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꾸준히 함께할 수 있는 가치를 품어야 한다.

둘째, 집밥을 균형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셋째, 음식과 긍정적인 관계를 쌓는다.

요리는 즐겨야 한다. 집밥도 즐거워야 한다. 하루의 20%를 요리하고 먹는 것에 시간을 쓰는 우리들, 그만큼 우리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요리이고 식사이므로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냐고 홀썸은 강조한다.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완벽한 식단은 없다. 하지만 내 몸을 살펴 나에게 맞는 안전한 식단을 있다. 내가 나를 지지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지지할 것인가. 건강한 음식으로 건강한 내가 되어 건강한 내 삶을 지지해 주는 것이 마땅한 일이 아닌가 한다. 홀썸의 집밥 예찬에 적극 지원하는 팬이 되었음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맛있게 먹은 2가지의 요리는 가족들의 호응을 잘 받았음을 고백한다.

정말 맛있었다.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부엌 옆에 홀썸의 집밥 예찬을 쌀독과 같다.

 

①문어토마토 원 팬 라이스


②케이준치킨 원 팬 라이스

 

생각없이 먹은 음식이 나를 지배하기 전, 먼저 내 가치를 확고히 하고 식사를 대하세요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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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환담
윤채근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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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에 자주 등장하는 한국사 강사 최태성 님의 추천사를 먼저 봤다.

“한산 앞바다. 일본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응시하고 있는 한 인물. 그는 바로 조선의 바다를 지키고 있는 이순신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와키자카의 참담한 독백...

흥미진진하다. 이것은 역사인가, 소설인가......”

역사에 관한 한 최대의 싱크홀 수준의 흥미를 가진 채 나이들고 싶지 않은 요즘이다.

수박 겉은 핥더라도 수박맛을 보고 싶듯이 역사를 연대순으로 사건사고 인물을 줄줄 꿰어 차지는 못해도 하나의 사건 속에 담겨진 진심은 알고 싶다.

 

우리는 역사라고 하면 과거의 진실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과거에 일어난 정확한 사실을 배우는 것이라고 믿으면서 공부를 한다.

당연히 연대와 사건은 정확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인물들의 의도와 진심과 의미는 전혀 다를 수 있다.

왜냐하면 역사기록은 철저하게 승리자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불순한 의도를 막은 의로운 승리자이든 피가 끓는 욕망으로 권력을 차지한 파렴치한 승리자이든 기록은 그들을 숭고하고 절대적인 존재로 남기기 위한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므로 역사는 사실이면서 진실이 아닐 수 있다.

혹은 진실이면서 사실로 근접하기에는 음험한 배경이 깔려있을 수 있다.

 

저자 윤채근은 머리말에서도 말한다.

 

p.4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사실은 실제 있었던 일들이 논리적으로 결합해 구성된다.

진실은 사실에 입각하되, 사실과 사실 사이에 벌어진 빈틈을 상상력으로 채워가며 사후적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진실은 영원하지 않다. 새로운 사실의 발견이나 관점의 변화 또는 시대흐름에 따라 끝없이 조정되고 수정된다.

 

역사적 사실과 진실은 결론적으로 우리의 시선으로 충분히 달라질 수 있고 달라진다는 뜻과 다름없다.

후세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말을 쉽게 하는 권력자들이 노리는 것도 이러한 생각과 맞물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옳지만 내가 사라진 이후에 어떤 논란이나 어떤 조명을 받든지 그건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는, 독재자적인 발언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은 1부 9개의 이야기가 담긴 전쟁과 혁명, 2부 9가지의 이야기를 다룬 현장의 미스터리와 3부 8가지의 이야기를 그려낸 시간을 초월한 사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물 여섯가지의 이야기 안에는 남겨진 기록과 실존인물, 전해져오는 서책 그리고 작가의 상상이 잘 버무려져 유사현실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인물의 고뇌와 인물을 지켜보는 배경같은 무명씨들의 고뇌와 갈등이 있다.

‘진짜인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다가 ‘작가의 머릿속에는 어떤 우주가 들어 있는 거지?’ 탄복을 한다.

짐작하지 못했던 역사적 인물의 내적 갈등과 사랑이야기는 사실과 진실로 존재했었길 바라기도 한다.

이순신을 존경하는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회고담을 남기기도 했다고 한다.

살수대첩의 을지문덕 장군은 북위를 세운 선비족 울지씨에 대한 기록으로 선비족 가문의 후예일 수 있다는 작가의 추론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방대한 작가의 역사지식은 어디까지 펼쳐질 것인지 궁금증이 커졌다.

신숙주를 살해하려한 윤영손과 성삼문의 이야기를 토해서 창경궁이 과거에는 단종이 머물던 수강궁이라고 한다.

김유신, 단군왕검, 박지원, 인조반정이야기, 개로왕과 도미전, 혜경궁 홍씨와 김은애 사건 등 알았으나 정확하지 않았고 몰라서 더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있었다.

원효와 의상이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올랐다가 의상만이 떠나게 된 이야기는 평행우주와 양자물리학을 떠올리게 해서 더 공부해야 할 역사와 과학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사적 사실은 과학적 근거 또한 분명히 바탕에 깔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작가는 창의적인 상상에 넓고 깊은 지식을 반드시 적재해야 함을 깨달았다.

작가의 역량에 뜨거운 존경을 표한다.

 

세종대왕의 따님이신 정의공주가 훈민정음을 널리 알리기 위해 애쓴 과정을 아들 빈세에게 서간문으로 남긴 이야기는 정소공주를 잃고 실의에 빠진 아버지 세종을 위해서 더욱 매진했을 정의공주의 애절한 효심 덕분으로 정음이 지금에 이르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 싶다.

선화공주가 백제 무왕의 왕비로 배웠던 것으로 기억되지만 사실은 사택적덕이 왕비라는 말에 정확하지 않은 역사가 내 안에 켜켜이 쌓여있어 부끄러웠다.

 

고전환담을 통해서 역사를 배경으로 지어낸 이야기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우리의 역사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이 아니라 양수기를 이용해 억지로 물을 솟구치게 한 면은 없는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올바른 태도가 아닌가 한다.

지금 우리의 시대도 훗날 역사의 한 점을 찍을 것이다.

승리자가 남기는 역사가 사실과 진실의 가면을 뒤집어 쓴 채 전해지지 않게 하려면 하나의 점인 우리들이 분연히 일어나 현재를 잘 지켜야 한다.

 

팩션이라는 새로운 장르, 팩트와 픽션을 버무려 역사의식을 고취시키기에 손색이 없는 소설이었다.

흥미를 가진다면 배우지 못할 것이 없다.

역사에 대한 흥미를 충분히 갖게하는 윤채근 소설이다.

 

역사는 우리 곁에서 표표히 흐른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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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마음
임이랑 지음 / 허밍버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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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날리는 내 마음을 마주하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책]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 채 블라인드 독자가 되면 좋은 점이 많다.

작가의 성향이나 주로 쓰는 표현이나 글맛에 대해 선입견이 없다.

편견이 될 수 있는 기준이 없으면 글 자체만을 가슴속에 들여놓기 때문에 오롯이 내 몫만의 감정과 생각을 느낀다.

그만큼 임이랑 작가에 대해 몰라서 좋다.

나이를 몰랐고 음악가인지, 밴드를 하는지, 강연도 하고 DJ도 하는지 전혀 몰랐다.

심지어 얼굴도 모른다.

이 책을 받기 전에도 검색은커녕 궁금증 하나 갖지않은 백지 상태에서 책을 펼쳤다.

 

밤의 마음.

딱 이런 느낌 뿐이었다.

“아! 이 글은 예술가가 잠못 드는 밤에 자신의 감성을 글로 풀어놓은, 노랫말이 되지 못한 글들을 모아서 만든 책이구나.”

이것 또한 나만의 편견이었다.

 

하루를 여는 아침,

다시 손 끝에 힘을 모으는 마음

 

오후에 느끼는

고단한 감정들

 

관계를

정리하는 밤

 

불안과 자기혐오를

잠재우는 새벽

 

차례에 나오는 아침,오후,밤 그리고 새벽이라는 시간의 포괄적인 영역이 보이는 순간, 실수를 깨달았다.

그리고 떠오르는 나의 시간들.

 

밤이면 감상에 젖어 울먹이는 심장을 부여잡고 편지를 썼었다.

친구야 네게만 이런 말을 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시커먼 가마솥에서 한톨이라도 놓칠새라 누룽지를 긁듯 모자란 표현을 눙쳐 그럴싸한 말로 풀어놓았던 어설픈 풋사랑이야기.

아침이면 취기가 풀려 전날밤의 어지러운 모습을 덮기 위해 흐릿한 기억력에 덤터기를 씌우고 모른 척 하는 비겁함을 꺼냈다.

오후가 되면 하루의 고단함에 끌끌 혀를 차다가도 다시는 무릎이 꺾이는 치부를 만들지 않으리라 다짐도 했다.

다시 밤이 오면 어느 새 감정의 솟구쳐 오르는 물살에 휩쓸려 또다시 벌건 심장을 꺼내놓고 절절 울어대는 밤부엉이가 되곤 했다.

 

작가는 ‘너희 마음 나도 안다. 나 또한 그런 마음이었노라’고백하고 위로하고 위안을 주듯이

한치의 부끄러움을 갖지 말라고, 누구나 그즈음이면 그런 감정을 여행하노라며 시간의 절단면 마디마다에 글을 남겼다.

때로는 솔직하고 때로는 난해하고 때로는 나를 대변하는 듯 하고 때로는 관음증 독자처럼 작가의 심중을 들여다보게 한다.

마침내 책을 덮을 때는 “아,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어. 새벽이 오면 현명함을,아침이면 새로움을, 오후에는 질펀함을, 그러다가 밤이 오면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다시!를 외치는 용기를 갖게 해.‘라고 깨닫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해당하는 글. 부부관계에도 합당한 글, 친구사이도, 형제관계든, 부모자식관계든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곳이라면 임이랑 작가가 새겨놓은 수많은 감정상태가 공식처럼 지혜롭게 대입이 된다.

 

임이랑 작가의 글에서 골라낸 나만의 단어는 이러하다.

유영, 단정, 모퉁이,중심, 객관적, 주관적,다정,마음,결정,만족,슬픔,어른,좋은 것,싫은 것,상처, 불행,미움,불안,일상,이해,절댓값,기본값,관계,태도,에너지,나 자신,해석,결정,상처,상황,위안,생각,지금,시간,그리고 그리움.

마음이 가는 단어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이 책을 볼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서로의 단어가 다르고 서로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으므로 내가 고른 단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걸리적거리는 불필요한 단어일 수 있으니까.

 

단 하나의 문장을 고르라면 나는 기꺼이 이 문장을 선택하고 싶다.

P.137

"우리는 달을 닮았다. 달에겐 우리가 보지 못하는 뒷면이 있고 우리도 꼭 그렇다. 당신의 어떤 그늘과 어떤 어둠은 내가 백만년을 살아가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리라.”

 

아침이면 괜찮다고 위로하다가 밤이 되면 절망하는 지금의 나에게 들려주는 주문과 같다.

달의 뒷면과 어둠을 알지도 못하는데 달의 앞면마저 볼 수 없으니까.

 

나를 표현해주는 글귀도 있다.

P.164

어떤 나는 거짓이고 어떤 나는 진실이다.

어떤 나는 꾀를 부리고 어떤 나는 성실하며,

어떤 나는 모났지만 어떤 나는 둥글게 미소짓는다.

어떤 나는 최악이고 어떤 나는 최선이다.

어떤 나는 형편없고 어떤 나는 훌륭하며

어떤 나는 냉랭하고 어떤 나는 다정하다.

 

이 문장을 읽고 나는 회심을 미소를 지었으며 안도의 숨을 편히 내쉬었다.

바로 나를 그대로 표현해준 말이었다.

이처럼 작가는 드러내지 못했던 나의 그늘에 빛을 비춰 전혀 부끄럽지 않게 해준다.

내가 나를 직관하는 기분은 은근히 행복했다.

행복해진 김에 임이랑 작가의 도움을 받아 관계를 상처받지 않고 위안을 받고 싶었다.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해도 받아들이고자 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기로 했다.

속내를 털지 않아도 얼마든지 편안한 친구가 될 수 있으니 굳이 친구 앞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기로 했다.

불행한 삶이 오더라도 작은 웃음들을 모래알 크기라도 소중히 여겨 보관하리라 마음먹었다.

아무리 털어도 작은 모래는 자꾸만 옷속에서 나오듯이 고통속에서도 작은 웃음을 가슬가슬 목안을 넘어 온다는 믿음은 버리지 않기로 했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지만 내가 나에게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마음을 위한 주문을 적어 놓았다.

가끔 꺼내서 보양식들 먹듯이 꼭꼭 씹어 읽기 위해서.

 

P.186

좋아하는 것을 더 힘껏 좋아하기.

즐거운 시간을 부정하지 않기.

아픈 곳을 계속 후벼파지 않기.

롤러코스터처럼 빠르게 추락하는 마음에게 느끼는 배신감과 같은 에너지를 아끼기.

기분이 바닥에 끌리는 날엔 그냥 그런 날도 있겠거니 받아들이기.

그 어떤 것도 계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사람의 사랑으로 해결되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임이랑 작가님을 뵌 것 같아서 마음이 따스한 책이었다.

 

2023/12/05

당신을 당신이게 하는 그 모퉁이를 양보하지 말고 더 단단해지세요,나를 위해서 - P11

좋은 결정을 내릴 줄 아는 사람들이 더 멀리까지 간다. 하지만 멀리 간다고해서 더 만족하게 되는 건 아니다. - P35

망한다는 건 관념일 뿐 상태가 아님을 짐작한다. - P112

불행을 수집하지 말고 털어내자 - P121

우리는 달을 닮았다. 달에겐 우리가 보지 못하는 뒷면이 있고 우리도 꼭 그렇다. 당신의 어떤 그늘과 어떤 어둠은 내가 백만년을 살아가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리라 - P137

위안의 유효기간 - P207

쉼없이 괜찮아지려는 방법을 찾을 것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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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me 일 센티 플러스 미 - 매일 더 나은 1cm의 나를 찾는 크리에이티브한 여정 ㅣ 1cm 시리즈
김은주 지음, 양현정 그림 / 허밍버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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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신(運身)의 폭(幅)이 넓어지다』

 

 

절체절명의 순간은 아니더라도 각본처럼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지인이 뾰족한 어투에 깔린 감정을 애먼 사람인 나를 해우소처럼 이용할 때 우울했다.

대나무숲도 없는 내가 의지할 데라고는 책 뿐이었다.

무심코 펼친 책이 나에게 말을 전했다.

“그건 네 탓이 아니야. 그 감정은 그 사람의 것이니까 받지않으면 돼.”라고.

 

김은주 작가의 1cm시리즈는 초면이다.

12개국 100만 독자가 사랑하는 밀리언 셀러 작가라는데 나는 모르쇠 독자였다.

이 책을 만났으니 이제 나는 김은주 작가의 독자다.

 

조금씩 자기확신이 줄어들어 우울감이 물들어갈 때 바쁘게 해야했던 서평단 신청을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1cm+me라는 책의 서평단 소식을 들었다.

[매일 더 나은 1cm의 나를 찾는 그리에이티브한 여정]이라고 한다.

[내 인생에 더하고 싶은 1cm의 ㅁ를 찾아서]라는 소제목에 끌렸다.

흐릿해지고 작아지는 내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신청한 서평단이었다.

그리고 블로그를 쉰다는 공지를 올리면서 진짜로 쉬기 시작했다.

인생은 계속 달려가는 것이지만 가끔은 쉼으로인해 기운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없는 달리기는 있을 수 없다.

쓴 약처럼 읽고 싶었다.

달콤한 말에 유혹되어서 공갈빵같은 기운을 품고싶지 않았다.

 

목차는 비행기 티켓의 형태다.

출발은 Me로부터 도착은 CONNECTING을 시작으로, BREAKING,FINDING,LOVING,RELAXING 그리고 DREAMING까지다.

나를 만나서 깰 것은 깨고, 찾을 것은 찾고, 사랑하고, 쉬었다가 꿈을 꾸자는 거다.

내게 온 “1cm+me”의 첫 인상은 한마디로 “이거, 이거 화려한 삽화로 휘리릭 할 책이군.”

실망감 50%와 휴가다운 책 50%라는 마음으로 한번 읽었다.

p.16~17에서 마음이 섰다.

“앉은 자리를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없다.”

앉은 자리에서 “이거 하고 싶어, 저거 하고 싶어, 이렇게 살고 싶어, 저건 꼭 할거야.”꿈만 꿨던 시간들이 휘리릭 지나갔다.

새로운 풍경을 보지 못했던 것은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일어서서 움직이고 배경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부분을 어떻게 읽어 냈을까 생각이 나지 않았다.

1회 완독으로 남은 것은 “배경을 바꿔야 하는 것은 나”라는 사실이었다.

 

블로그를 쉰다는 것은 그만큼의 시간이 나의 주머니에서 짤랑거리는 것이었다.

마음만 굴뚝이고 연기를 피울 생각은 하지 못했던 나는 마침내 땔감을 아궁이에 넣었다.

유튜브를 열어서 스케치를 영상을 매일 두 세 개씩 봤다.

매일 손근육을 풀어야 한다는 이기주님의 말대로 줄을 긋고 긋고 또 그었다.

박스를 그리고 그리고 또 그렸다.

미니 스케치북의 절반을 넘겼다.

 

그리고 다시 “1cm+me"를 펼쳤다.

p.22에서 만난 글 때문에 또 섰다.

“내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

나에게 다정한 사람

나와 유머 코드가 잘 맞는 사람

같은 흥미와 비전을 가진 사람,

진심으로 대해주는 사람을 만났더니

나는 수다가 늘었고, 어깨를 펴고,

유머러스하고, 두 눈이 반짝이는 사람,

온화한 사람이 되었다.

훨씬 더 내 마음에 드는 내가 되었다.”

사람들이 나라는 사람에 대해 말할 때 왜 내가 위축되는지 알았다.

“너,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 옛날에는 안그랬잖아.”

달라진 내 평판이 두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나를 대하는 사람에 따라 내 진심이 나왔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마음이 가장 편하고, 내가 가장 나답고, 내가 가장 힘이 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나는 수다가 늘고, 어깨를 펴고, 유머러스하고, 두 눈이 반짝이고, 온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런 내가 좋아서 나는 인간관계를 좁혔나 보다.

나를 사랑하려고.

2회 완독하는 동안, 나는 아이패드를 꺼내서 빨간고래님의 책을 1회 완독했다.

그러는 동안 스케치를 하는 즐거움이 커져서 사방팔방 소실점을 찾아댔다.

“1cm+me"가 어느 새 서적점을 치는 기분으로 내 가슴안에 들어오는 글귀를 찾으려 했다.

 

휴가가 끝나간다.

서평도 마무리를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세 번째 글귀는 무엇이 될지 궁금해졌다.

워크북에 첫 그림을 그렸다.

새로운 환경을 위해 벌떡 일어선 나를 남기고 싶었다.

스케치를 연습한 보람이 있다.

자신감 넘치는 내 모습같아서 흐뭇했다.


그리고 세 번째 완독을 위해 책을 펼쳤다.

p.96은 나쁜 상상력이라는 소제목으로 짧게 쓰였다.

“새로운 놀잇거리가 아닌

새로운 걱정거리를 만드는데

자신의 상상력을 사용한다면

당신은 어른이 된 것이다.

 

상상 이별, 상상 실패, 상상 질병, 상상 새드 엔딩, 상상 낙방

상상 고통들을 멈출 것.

 

나를 괴롭히는 것은 대부분 현실보다 상상이다.”

 

처절하게 공감한다.

우리의 96% 걱정은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라고 하지 않던가!

상상만큼 독한 악마도 없다.

상상이 커지면 망상이 되어 벗어날 수 없는 아집이 된다.

“무조건 그렇다니까!”를 외쳐대는 어른이 된다. 일명, 꼰대.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닫으면 그때부터 동심을 잃는 것이라고 했다.

동심은 아이들의 마음이 아니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눈을 말한다.

우리의 상상이 현실을 전쟁터로 만들도록 놔두는 어리석음을 그만둬야겠다고 다짐했다.

상상은 좋은 일에만 쓰기로 한다.

 

생각, 감정, 행동 그리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1cm보다 더 커지고 크리에이티브해졌을 거라고 믿는다.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나 할까!

외국어를 하나 배우면 친구가 그만큼 많아지고, 운전을 배우면 세상이 그만큼 넓어진다고 했다.

골라낼 문장을 길어달라고 우물의 두레박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4회 완독일 때는 무엇을 길어낼지 나 자신조차 무척 궁금하다.

한번에 하나씩 할 수 없을 때에는 한번은 쉬고, 한번만 가도 좋다.

쉴 때마다 셀프 쓰담쓰담을 하자.

누가 뭐래?

그러든가 말든가.

아님 말고 정신으로.

그건 니 생각이니까 나는 내 생각대로 해 볼게라고 용기를 내자.

 

덧붙이자면, 수금지화목토천해명에서 명왕성이 행성에서 퇴출되었을 때 우리모두 탄식했다.

“아~ 왜? 그냥 지금처럼 놔두면 안되나? 이제와서 굳이?”

설왕설래 인간들은 말이 많았지만 정작 명왕성이 받은 타격은 제로라는 작가님의 말씀에 탄복을 했다.

세상 사람들은 의외로 우리에게 관심이 없지만 알고보면 나도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관심이 없다.

오직 나와 내 주변을 지켜주는 별같은 사람들에게만 관심이 있을 뿐.

“아~ 명왕성, 쏘리!”


 

#김은주 작가

#김은주에세이

#일센티플러스미

#일플미

#10주년확장판

#초판한정

#여행

#마법

#에세이

 

 P.s.: 문장을 필사하기 시작하면 거의 베끼다시피 해야 합니다. 필사보다 사색을 권합니다.

앉은 자리를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없다. - P17

관계의 길이


그 사람이 얼마나 감탄할 만한 장점을 갖고 있느냐가 아닌 그 사람의 단점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느냐에 따라 관계의 길이는 결정되곤 한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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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수학이 사라진다면 - 보이지 않던 수학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시간
매트 파커 지음, 이경민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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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3=457.

457쪽에 해당하는 벽돌책을 받는 순간, 서평단 신청을 후회했다.

뉴스의 헤드라인 여덟자가 독자를 낚는 훌륭한 미끼라고 한다.

이 책 ‘세상에서 수학이 사라진다면’은 그 점에서는 미끼를 잘 던졌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소제목 ‘보이지 않던 수학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순간’에게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숫자에 약해서 강박적으로 자동차의 번호판을 외우는 사람이 바로 나다.

고등학교 수학 수업에 질려서 수학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이 된 사람이기도 하다.

“풀다가 모르면 0 아니면 -1이 답이다.”라든가.

“못 풀면 3번으로 찍어라.”라는 식으로 대입시험을 대비하게 하던 수학 선생님!

수포자가 되었다.

물론 재미도 없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수학,과학을 좋아하던 나는 날벼락을 맞듯이 수학을 버렸다.

 

세상에서 수학이 사라지도록 바라지는 않지만 수학을 굳이 열심히 하지않아도 충분히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글을 바랬다.

보이지 않던 수학의 즐거움을 발견해 준다고까지 하니 신났다.

 

지은이 매트 파커는 호주의 수학교사지만 지금은 영국에서 산다. 수학을 주제로 한 스탠딩 공연도 다니고 유튜브 채널 스탠드업 수학과 넘버필에서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수학 교양서로서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을 정도의 책을 지은 사람이다.

바로 “세상에서 수학이 사라진다면”!

 

단도직입적으로 수학은 최초의 인간이 진화하고 농사를 짓고 산업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없어서는 안되는 몸의 일부와 같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싶다.

내려야 한다.

이미 우리는 수학적 계산이 정확하거나 올바르게 관리되지 않으면 작은 에피소드부터 생명을 잃는 일까지 연관되어 있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콜라 회사에서 콜라를 살 때마다 포인트를 쌓아주고, 그 포인트로 물품을 교환하는 행사를 진행했다고 상상해 보라.

티셔츠는 75포인트, 가죽쟈켓은 1,450포인트.

콜라 회사는 광고를 한다.

멋진 모델이 ‘해리어 전투기’(처음 뵙겠습니다)를 타고 있다.

700만 포인트면 전투기로 교환가능하다.

10센트가 1포인트다.

700만 포인트는 약 70만달러로 10억원 정도면 전투기를 살 수 있다.

콜라회사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계산을 해서 자신이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생각해서 700만 포인트를 회사에 제출했다면 전투기로 교환해 줘야 한다.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났다.

1995년 펩시 콜라가 내건 행사를 존 레너드라는 시청자의 예리한 수학적 감각으로 말이다.

콜라회사가 만약 큰 숫자에만 집착하지 않고, 만약의 가능성에 대비한 계산을 한번만이라도 했다면 법정다툼까지 갈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수학적 실수에 대해서 맛보기 정도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실수들로 사람이 죽기도 한다.

현수교의 공진을 계산하지 않아서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1908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러시아 사격팀이 자신들의 경기날인 7월 10일보다 2주후인 23일에 도착했다.

나라마다 다른 달력을 사용하던 때라서 생긴 일이다.

율리우스력, 로마력, 루이지 달력, 그레고리력 등 달력이 통일되기 위해서는 전세계의 나라는 시간이 필요했고 러시아는 늦었을 뿐이다.

달력보급도 늦었지만 올림픽에도 늦었다.

 

다리나 건물은 공진이 중요하다.

전달되는 진동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고, 가장 익숙한 사고로는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의 흔들림을 기억하면 좋다.

12층 헬스장에서 태보를 하던 헬스회원들이 마음맞춰 발맞춰 뛰는 진동이 건물의 공진주파수와 딱 들어맞아 흔들렸다.

런던의 밀레니엄 다리도 수많은 보행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발을 맞춰 걸어서 진동을 만들었다.

모든 건물은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여 더 높은 강도로 설계하고 건설해야 할 것이다.

누가 어떤 식으로 공진주파수를 맞출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가능성은 낮다.

사족이지만 테크노마트가 흔들리던 날, 나는 그곳에 있었다.

발바닥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고 밖으로 급히 나왔을 때, 수십대의 119차량과 언론카메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을 봤다.

공포는 트라우마가 되어 잠실 L타워에 가보지 못한다.

 

숫자를 헤아리는 것도 나라마다 사람마다 달라서 오해의 여지가 많다.

한때 인터넷에서는 이틀마다 헬스장에 가면 1주일에 몇일을 가게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댓글과 악플도배가 된 적이 있다고 한다.

한 주의 시작을 일요일로 시작하는 사람은 4일이라고 했다.

7을 2로 나누어 3.5일이라고도 했다.

각설하고 이것은 프로그래머들이 주로 0부터 시작하는 것과 유사한 일이다.

0도 숫자이므로 사용을 하는 습관.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어보면 대개 열까지 센다고 한다.

하지만 열 하나까지 셀 수 있다고 하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않는다.

로비도 1층이라고 말하는 나라가 있는 반면 Ground, 0층이기도 하다.

즐거운 엘리베이터 이야기도 있다.

“엘리베이터를 두 번 재단장하여 수명이 두 배 길어진다“는 런던교통공사의 안내문에서도 오류를 만난다.

두 번 재단장하여 수명이 두 배라면 재단장 전에 이미 사용 중이므로 수명은 세 배로 늘어나야 하는 것이 옳지않냐는 것이다.

무심코 보고 듣고 읽는 것에서 수학은 실수투성이지만 인간의 생명에 지장이 없다면 웃고말아야 한다.

하지만 우주 왕복선의 사고를 보면 쉽게 넘겨서는 안되는 숫자가 있다.

NASA는 우주 왕복선의 사고 가능성을 10만분의 1이라고 한다.

안전성에 대해서는 이만큼 확실한 보장이 없는 숫자다.

우리가 간과하는 과정을 넣어보면 절대로 10만분의 1은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우주 왕복선의 사고에 대한 검증과정 말이다.

과연 십만번의 실험으로 가능한 결과였을까?

아니다. NASA 관리자들의 희망사항이 반영된 값이라고 한다.

그 정도의 안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겨진 값.

2011년 우주 왕복선 미션이 끝나기 전까지 총 135번 발사되었고 사고는 2번 있었다.

사고확률은 67.5분의 1이었다.

확률은 실제 검증이 아니라면 긍정오류로 인해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주식의 초단타 거래라든지 스톡옵션의 허점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대개 반올림은 4사5입이다.

하지만 짝수 반올림을 하는 순간, 그 결과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서 2.5는 보통의 반올림으로 하면 3이지만 짝수로 반올림을 하면 2가 된다.

1이 왔다갔다하는 것은 숫자의 크기가 커질수록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양이라도 반올림 횟수가 누적되면 값은 상당히 커진다고 한다.

이것을 ‘살라미 자르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너무 흥미로웠다.

 

1990년 허블 우주 망원경이 처음으로 보낸 사진은 초점이 맞지 않아 실망이 컸다.

그 원인을 분석해 본 결과 믿을 수 없는 일로 생긴 것이었다.

반사경의 테두리 높이가 2.2mm의 1,000분의 1만큼 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폭 2.4m의 반사경에서 2.2mm도 아닌 그것의 1,000분의 1만큼을 갈아내는 일.

수학적으로 섬세한 계산이 필요하지만 반사경을 갈기 위한 섬세한 작업 또한 대단한 일이다.

또다른 사족을 달자면 메카 앱은 지구 어느 곳에서든 메카의 방향을 표시해줘서 어디서든 메카 쪽으로 기도를 하게 해준다.

작가 매트 파커는 유쾌하고 즐거운 수학자이다.

메카의 중앙에 있는 kaaba신전 앞에서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는 앱을 보고 실망했다고 한다.

굳이 앱을 증명하기 위해서 기도하는 사람들 뒤에서 앱을 킨 그는 수학의 오류찾기에 재미들린 수학자같다.

스스로 자폭하는 코미디언처럼.

 

거리를 다니면 가끔 표지판을 본다.

공중화장실 50M라는 글을 읽고 화끈하게 놀란다.

50m라고 써야 한다.

대문자 M은 마일(Mile)식 표현이라고 배웠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50M, 80.4672km를 가야하다니 놀랍지 않은가 말이다.

주변에서 수학오류를 찾을 것 같은 희망을 가진다.

수포자에서 수도자가 될 것 같다.

수학에 도전하는 자!

 

하고 싶은 말, 옮기고 싶은 글들이 너무나 많지만 이해부족으로 모두 설명할 수 없어 안타깝다.

재미있고 유쾌하고 안타까운 에피소드가 많아서 수학을 다시 만난 기회가 되었다.

시간이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길 바란다.

특히, 공학도들과 의사,간호사,약사 등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은 수학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재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길 바란다.

4일에 나눠 맞아야 하는 약을 4시간동안 맞아서 생명을 잃게 하는 안타까운 일이 없었으면 한다.

또한 어디를 가든 위험한 시설물에서는 절대로 발 맞추어 걷지 말았으면 한다.

공진주파수와 딱 맞아떨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중국의 잔도라든지, 흔들다리라든지.

앞사람의 발걸음을 보고 엇박자로 걸어가는 삐딱이가 되면 더욱 좋겠다.

 

특이한 책이라는 것은 차례를 보면 안다.

0장으로 시작하고 454페이지로 매김한다.

1장으로 이어지면서 443페이지로 숫자가 줄어든다.

책읽는 묘미가 있었다.

페이지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읽어냈다는 것을 뜻하므로 벽돌이 얇아져서 마침내 얇은 노트가 되었을 때 희열은 상승그래프를 가파르게 그려냈다.

0페이지 이후에 나오는 숫자는 4,294,967,295에 대한 비밀은 각자가 찾아보길 바란다.

미래의 우리에게 큰 영향을 주는 큰 숫자다.

2038년 1월 19일 화요일 새벽 3시 14분을 기다린다.

과연 매트 파커의 말대로 될 것인지, 아니면 그의 수학적 오류인지 말이다.

그동안은 수학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아름다운 수학이야기였다.

수학에게 한걸음 다가가기에 충분히 좋은 미끼였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책에 고의로 실수 세 개를 심어두었다. 모두 발견한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 P445

결국 다시 말하면, 2038년 1월 19일 화요일 새벽 3시 14분,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컴퓨터는 일제히 동작을 멈출 것이다. 즉 Y2K38버그가 발생한다. - P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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