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마음
임이랑 지음 / 허밍버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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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날리는 내 마음을 마주하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책]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 채 블라인드 독자가 되면 좋은 점이 많다.

작가의 성향이나 주로 쓰는 표현이나 글맛에 대해 선입견이 없다.

편견이 될 수 있는 기준이 없으면 글 자체만을 가슴속에 들여놓기 때문에 오롯이 내 몫만의 감정과 생각을 느낀다.

그만큼 임이랑 작가에 대해 몰라서 좋다.

나이를 몰랐고 음악가인지, 밴드를 하는지, 강연도 하고 DJ도 하는지 전혀 몰랐다.

심지어 얼굴도 모른다.

이 책을 받기 전에도 검색은커녕 궁금증 하나 갖지않은 백지 상태에서 책을 펼쳤다.

 

밤의 마음.

딱 이런 느낌 뿐이었다.

“아! 이 글은 예술가가 잠못 드는 밤에 자신의 감성을 글로 풀어놓은, 노랫말이 되지 못한 글들을 모아서 만든 책이구나.”

이것 또한 나만의 편견이었다.

 

하루를 여는 아침,

다시 손 끝에 힘을 모으는 마음

 

오후에 느끼는

고단한 감정들

 

관계를

정리하는 밤

 

불안과 자기혐오를

잠재우는 새벽

 

차례에 나오는 아침,오후,밤 그리고 새벽이라는 시간의 포괄적인 영역이 보이는 순간, 실수를 깨달았다.

그리고 떠오르는 나의 시간들.

 

밤이면 감상에 젖어 울먹이는 심장을 부여잡고 편지를 썼었다.

친구야 네게만 이런 말을 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시커먼 가마솥에서 한톨이라도 놓칠새라 누룽지를 긁듯 모자란 표현을 눙쳐 그럴싸한 말로 풀어놓았던 어설픈 풋사랑이야기.

아침이면 취기가 풀려 전날밤의 어지러운 모습을 덮기 위해 흐릿한 기억력에 덤터기를 씌우고 모른 척 하는 비겁함을 꺼냈다.

오후가 되면 하루의 고단함에 끌끌 혀를 차다가도 다시는 무릎이 꺾이는 치부를 만들지 않으리라 다짐도 했다.

다시 밤이 오면 어느 새 감정의 솟구쳐 오르는 물살에 휩쓸려 또다시 벌건 심장을 꺼내놓고 절절 울어대는 밤부엉이가 되곤 했다.

 

작가는 ‘너희 마음 나도 안다. 나 또한 그런 마음이었노라’고백하고 위로하고 위안을 주듯이

한치의 부끄러움을 갖지 말라고, 누구나 그즈음이면 그런 감정을 여행하노라며 시간의 절단면 마디마다에 글을 남겼다.

때로는 솔직하고 때로는 난해하고 때로는 나를 대변하는 듯 하고 때로는 관음증 독자처럼 작가의 심중을 들여다보게 한다.

마침내 책을 덮을 때는 “아,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어. 새벽이 오면 현명함을,아침이면 새로움을, 오후에는 질펀함을, 그러다가 밤이 오면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다시!를 외치는 용기를 갖게 해.‘라고 깨닫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해당하는 글. 부부관계에도 합당한 글, 친구사이도, 형제관계든, 부모자식관계든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곳이라면 임이랑 작가가 새겨놓은 수많은 감정상태가 공식처럼 지혜롭게 대입이 된다.

 

임이랑 작가의 글에서 골라낸 나만의 단어는 이러하다.

유영, 단정, 모퉁이,중심, 객관적, 주관적,다정,마음,결정,만족,슬픔,어른,좋은 것,싫은 것,상처, 불행,미움,불안,일상,이해,절댓값,기본값,관계,태도,에너지,나 자신,해석,결정,상처,상황,위안,생각,지금,시간,그리고 그리움.

마음이 가는 단어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이 책을 볼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서로의 단어가 다르고 서로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으므로 내가 고른 단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걸리적거리는 불필요한 단어일 수 있으니까.

 

단 하나의 문장을 고르라면 나는 기꺼이 이 문장을 선택하고 싶다.

P.137

"우리는 달을 닮았다. 달에겐 우리가 보지 못하는 뒷면이 있고 우리도 꼭 그렇다. 당신의 어떤 그늘과 어떤 어둠은 내가 백만년을 살아가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리라.”

 

아침이면 괜찮다고 위로하다가 밤이 되면 절망하는 지금의 나에게 들려주는 주문과 같다.

달의 뒷면과 어둠을 알지도 못하는데 달의 앞면마저 볼 수 없으니까.

 

나를 표현해주는 글귀도 있다.

P.164

어떤 나는 거짓이고 어떤 나는 진실이다.

어떤 나는 꾀를 부리고 어떤 나는 성실하며,

어떤 나는 모났지만 어떤 나는 둥글게 미소짓는다.

어떤 나는 최악이고 어떤 나는 최선이다.

어떤 나는 형편없고 어떤 나는 훌륭하며

어떤 나는 냉랭하고 어떤 나는 다정하다.

 

이 문장을 읽고 나는 회심을 미소를 지었으며 안도의 숨을 편히 내쉬었다.

바로 나를 그대로 표현해준 말이었다.

이처럼 작가는 드러내지 못했던 나의 그늘에 빛을 비춰 전혀 부끄럽지 않게 해준다.

내가 나를 직관하는 기분은 은근히 행복했다.

행복해진 김에 임이랑 작가의 도움을 받아 관계를 상처받지 않고 위안을 받고 싶었다.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해도 받아들이고자 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기로 했다.

속내를 털지 않아도 얼마든지 편안한 친구가 될 수 있으니 굳이 친구 앞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기로 했다.

불행한 삶이 오더라도 작은 웃음들을 모래알 크기라도 소중히 여겨 보관하리라 마음먹었다.

아무리 털어도 작은 모래는 자꾸만 옷속에서 나오듯이 고통속에서도 작은 웃음을 가슬가슬 목안을 넘어 온다는 믿음은 버리지 않기로 했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지만 내가 나에게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마음을 위한 주문을 적어 놓았다.

가끔 꺼내서 보양식들 먹듯이 꼭꼭 씹어 읽기 위해서.

 

P.186

좋아하는 것을 더 힘껏 좋아하기.

즐거운 시간을 부정하지 않기.

아픈 곳을 계속 후벼파지 않기.

롤러코스터처럼 빠르게 추락하는 마음에게 느끼는 배신감과 같은 에너지를 아끼기.

기분이 바닥에 끌리는 날엔 그냥 그런 날도 있겠거니 받아들이기.

그 어떤 것도 계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사람의 사랑으로 해결되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임이랑 작가님을 뵌 것 같아서 마음이 따스한 책이었다.

 

2023/12/05

당신을 당신이게 하는 그 모퉁이를 양보하지 말고 더 단단해지세요,나를 위해서 - P11

좋은 결정을 내릴 줄 아는 사람들이 더 멀리까지 간다. 하지만 멀리 간다고해서 더 만족하게 되는 건 아니다. - P35

망한다는 건 관념일 뿐 상태가 아님을 짐작한다. - P112

불행을 수집하지 말고 털어내자 - P121

우리는 달을 닮았다. 달에겐 우리가 보지 못하는 뒷면이 있고 우리도 꼭 그렇다. 당신의 어떤 그늘과 어떤 어둠은 내가 백만년을 살아가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리라 - P137

위안의 유효기간 - P207

쉼없이 괜찮아지려는 방법을 찾을 것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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