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수학이 사라진다면 - 보이지 않던 수학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시간
매트 파커 지음, 이경민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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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3=457.

457쪽에 해당하는 벽돌책을 받는 순간, 서평단 신청을 후회했다.

뉴스의 헤드라인 여덟자가 독자를 낚는 훌륭한 미끼라고 한다.

이 책 ‘세상에서 수학이 사라진다면’은 그 점에서는 미끼를 잘 던졌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소제목 ‘보이지 않던 수학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순간’에게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숫자에 약해서 강박적으로 자동차의 번호판을 외우는 사람이 바로 나다.

고등학교 수학 수업에 질려서 수학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이 된 사람이기도 하다.

“풀다가 모르면 0 아니면 -1이 답이다.”라든가.

“못 풀면 3번으로 찍어라.”라는 식으로 대입시험을 대비하게 하던 수학 선생님!

수포자가 되었다.

물론 재미도 없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수학,과학을 좋아하던 나는 날벼락을 맞듯이 수학을 버렸다.

 

세상에서 수학이 사라지도록 바라지는 않지만 수학을 굳이 열심히 하지않아도 충분히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글을 바랬다.

보이지 않던 수학의 즐거움을 발견해 준다고까지 하니 신났다.

 

지은이 매트 파커는 호주의 수학교사지만 지금은 영국에서 산다. 수학을 주제로 한 스탠딩 공연도 다니고 유튜브 채널 스탠드업 수학과 넘버필에서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수학 교양서로서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을 정도의 책을 지은 사람이다.

바로 “세상에서 수학이 사라진다면”!

 

단도직입적으로 수학은 최초의 인간이 진화하고 농사를 짓고 산업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없어서는 안되는 몸의 일부와 같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싶다.

내려야 한다.

이미 우리는 수학적 계산이 정확하거나 올바르게 관리되지 않으면 작은 에피소드부터 생명을 잃는 일까지 연관되어 있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콜라 회사에서 콜라를 살 때마다 포인트를 쌓아주고, 그 포인트로 물품을 교환하는 행사를 진행했다고 상상해 보라.

티셔츠는 75포인트, 가죽쟈켓은 1,450포인트.

콜라 회사는 광고를 한다.

멋진 모델이 ‘해리어 전투기’(처음 뵙겠습니다)를 타고 있다.

700만 포인트면 전투기로 교환가능하다.

10센트가 1포인트다.

700만 포인트는 약 70만달러로 10억원 정도면 전투기를 살 수 있다.

콜라회사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계산을 해서 자신이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생각해서 700만 포인트를 회사에 제출했다면 전투기로 교환해 줘야 한다.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났다.

1995년 펩시 콜라가 내건 행사를 존 레너드라는 시청자의 예리한 수학적 감각으로 말이다.

콜라회사가 만약 큰 숫자에만 집착하지 않고, 만약의 가능성에 대비한 계산을 한번만이라도 했다면 법정다툼까지 갈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수학적 실수에 대해서 맛보기 정도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실수들로 사람이 죽기도 한다.

현수교의 공진을 계산하지 않아서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1908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러시아 사격팀이 자신들의 경기날인 7월 10일보다 2주후인 23일에 도착했다.

나라마다 다른 달력을 사용하던 때라서 생긴 일이다.

율리우스력, 로마력, 루이지 달력, 그레고리력 등 달력이 통일되기 위해서는 전세계의 나라는 시간이 필요했고 러시아는 늦었을 뿐이다.

달력보급도 늦었지만 올림픽에도 늦었다.

 

다리나 건물은 공진이 중요하다.

전달되는 진동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고, 가장 익숙한 사고로는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의 흔들림을 기억하면 좋다.

12층 헬스장에서 태보를 하던 헬스회원들이 마음맞춰 발맞춰 뛰는 진동이 건물의 공진주파수와 딱 들어맞아 흔들렸다.

런던의 밀레니엄 다리도 수많은 보행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발을 맞춰 걸어서 진동을 만들었다.

모든 건물은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여 더 높은 강도로 설계하고 건설해야 할 것이다.

누가 어떤 식으로 공진주파수를 맞출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가능성은 낮다.

사족이지만 테크노마트가 흔들리던 날, 나는 그곳에 있었다.

발바닥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고 밖으로 급히 나왔을 때, 수십대의 119차량과 언론카메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을 봤다.

공포는 트라우마가 되어 잠실 L타워에 가보지 못한다.

 

숫자를 헤아리는 것도 나라마다 사람마다 달라서 오해의 여지가 많다.

한때 인터넷에서는 이틀마다 헬스장에 가면 1주일에 몇일을 가게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댓글과 악플도배가 된 적이 있다고 한다.

한 주의 시작을 일요일로 시작하는 사람은 4일이라고 했다.

7을 2로 나누어 3.5일이라고도 했다.

각설하고 이것은 프로그래머들이 주로 0부터 시작하는 것과 유사한 일이다.

0도 숫자이므로 사용을 하는 습관.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어보면 대개 열까지 센다고 한다.

하지만 열 하나까지 셀 수 있다고 하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않는다.

로비도 1층이라고 말하는 나라가 있는 반면 Ground, 0층이기도 하다.

즐거운 엘리베이터 이야기도 있다.

“엘리베이터를 두 번 재단장하여 수명이 두 배 길어진다“는 런던교통공사의 안내문에서도 오류를 만난다.

두 번 재단장하여 수명이 두 배라면 재단장 전에 이미 사용 중이므로 수명은 세 배로 늘어나야 하는 것이 옳지않냐는 것이다.

무심코 보고 듣고 읽는 것에서 수학은 실수투성이지만 인간의 생명에 지장이 없다면 웃고말아야 한다.

하지만 우주 왕복선의 사고를 보면 쉽게 넘겨서는 안되는 숫자가 있다.

NASA는 우주 왕복선의 사고 가능성을 10만분의 1이라고 한다.

안전성에 대해서는 이만큼 확실한 보장이 없는 숫자다.

우리가 간과하는 과정을 넣어보면 절대로 10만분의 1은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우주 왕복선의 사고에 대한 검증과정 말이다.

과연 십만번의 실험으로 가능한 결과였을까?

아니다. NASA 관리자들의 희망사항이 반영된 값이라고 한다.

그 정도의 안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겨진 값.

2011년 우주 왕복선 미션이 끝나기 전까지 총 135번 발사되었고 사고는 2번 있었다.

사고확률은 67.5분의 1이었다.

확률은 실제 검증이 아니라면 긍정오류로 인해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주식의 초단타 거래라든지 스톡옵션의 허점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대개 반올림은 4사5입이다.

하지만 짝수 반올림을 하는 순간, 그 결과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서 2.5는 보통의 반올림으로 하면 3이지만 짝수로 반올림을 하면 2가 된다.

1이 왔다갔다하는 것은 숫자의 크기가 커질수록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양이라도 반올림 횟수가 누적되면 값은 상당히 커진다고 한다.

이것을 ‘살라미 자르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너무 흥미로웠다.

 

1990년 허블 우주 망원경이 처음으로 보낸 사진은 초점이 맞지 않아 실망이 컸다.

그 원인을 분석해 본 결과 믿을 수 없는 일로 생긴 것이었다.

반사경의 테두리 높이가 2.2mm의 1,000분의 1만큼 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폭 2.4m의 반사경에서 2.2mm도 아닌 그것의 1,000분의 1만큼을 갈아내는 일.

수학적으로 섬세한 계산이 필요하지만 반사경을 갈기 위한 섬세한 작업 또한 대단한 일이다.

또다른 사족을 달자면 메카 앱은 지구 어느 곳에서든 메카의 방향을 표시해줘서 어디서든 메카 쪽으로 기도를 하게 해준다.

작가 매트 파커는 유쾌하고 즐거운 수학자이다.

메카의 중앙에 있는 kaaba신전 앞에서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는 앱을 보고 실망했다고 한다.

굳이 앱을 증명하기 위해서 기도하는 사람들 뒤에서 앱을 킨 그는 수학의 오류찾기에 재미들린 수학자같다.

스스로 자폭하는 코미디언처럼.

 

거리를 다니면 가끔 표지판을 본다.

공중화장실 50M라는 글을 읽고 화끈하게 놀란다.

50m라고 써야 한다.

대문자 M은 마일(Mile)식 표현이라고 배웠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50M, 80.4672km를 가야하다니 놀랍지 않은가 말이다.

주변에서 수학오류를 찾을 것 같은 희망을 가진다.

수포자에서 수도자가 될 것 같다.

수학에 도전하는 자!

 

하고 싶은 말, 옮기고 싶은 글들이 너무나 많지만 이해부족으로 모두 설명할 수 없어 안타깝다.

재미있고 유쾌하고 안타까운 에피소드가 많아서 수학을 다시 만난 기회가 되었다.

시간이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길 바란다.

특히, 공학도들과 의사,간호사,약사 등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은 수학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재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길 바란다.

4일에 나눠 맞아야 하는 약을 4시간동안 맞아서 생명을 잃게 하는 안타까운 일이 없었으면 한다.

또한 어디를 가든 위험한 시설물에서는 절대로 발 맞추어 걷지 말았으면 한다.

공진주파수와 딱 맞아떨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중국의 잔도라든지, 흔들다리라든지.

앞사람의 발걸음을 보고 엇박자로 걸어가는 삐딱이가 되면 더욱 좋겠다.

 

특이한 책이라는 것은 차례를 보면 안다.

0장으로 시작하고 454페이지로 매김한다.

1장으로 이어지면서 443페이지로 숫자가 줄어든다.

책읽는 묘미가 있었다.

페이지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읽어냈다는 것을 뜻하므로 벽돌이 얇아져서 마침내 얇은 노트가 되었을 때 희열은 상승그래프를 가파르게 그려냈다.

0페이지 이후에 나오는 숫자는 4,294,967,295에 대한 비밀은 각자가 찾아보길 바란다.

미래의 우리에게 큰 영향을 주는 큰 숫자다.

2038년 1월 19일 화요일 새벽 3시 14분을 기다린다.

과연 매트 파커의 말대로 될 것인지, 아니면 그의 수학적 오류인지 말이다.

그동안은 수학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아름다운 수학이야기였다.

수학에게 한걸음 다가가기에 충분히 좋은 미끼였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책에 고의로 실수 세 개를 심어두었다. 모두 발견한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 P445

결국 다시 말하면, 2038년 1월 19일 화요일 새벽 3시 14분,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컴퓨터는 일제히 동작을 멈출 것이다. 즉 Y2K38버그가 발생한다. - P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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