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론 1 - 하 경제학고전선집 7
칼 마르크스 지음, 김수행 옮김 / 비봉출판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벽난로를 피울 형편도 되지 못하는 겉만 번지르르한 저택이 있다. 이미 가난, 굶주림, 추위 이런 것들에게 네 아이를 빼앗긴 사십 줄의 가난한 남자 마르크스, 그는 예니와 로라를 지킬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아이들이 추워서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면, 그는 아이들 방에서 그들이 잠들 때까지 놀아주는 늙고 무력한 아비다. 그러한 어느 날의 밤, 아이들은 당시 유행했던 고백게임을 한다.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경구는?”

“Nihil humani a me alienum puto(인간적인 것 가운데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    

 

자식조차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가난 속에서, 그런 가난으로 몰아가는 삶 속에서도 못난 남자는 여전히 믿고 있다. 나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나와 관계 되어 있다. 모든 것들이 나와의 관계망 속에 놓여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이익으로 환원할 수 있겠는가, 거기 어디에 이익을 놓을 자리가 있겠는가, 어떻게 모든 것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쿨 하지도 세련되지도 못한 이 팔불출의 아저씨는 평생 가난 속에서 죽었으되, 죽지 않는 인간이 되어, 정신의 벽난로가 되어, 아늑하고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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