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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내
K.L. 슬레이터 지음, 박지선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고 완독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올해 계속해서 추리소설을 읽다보니 플롯에서 신선함을 찾기 쉽지가 않다. 하지만 K.L. 슬레이터의 「남편과 아내」는 플롯부터 흥미로웠다.
남편과 아내가 교통사고가 나는데 둘의 집에는 살해된 여자의 스카프가 있다. 아내는 그 스카프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서 스카프의 존재를 경찰에 신고하고, 남편은 그냥 그 스카프를 버려야한다고 할뿐 다른 이야기가 없다. 더욱이 남편은 의식이 돌아올 때가 거의 없어서 사건의 진실을 아는 것조차 힘들다. 이렇게 두 부부가 병원에 있고 범죄의 중요한 증거물이 두 집에 있는 상황에 누가 진실을 먼저 말하는지, 혹은 거짓을 먼저 말하는지에 대한 긴장되는 상황을 그린 이야기이다.

이야기에는 많은 인물이 나온다. 남편과 아내, 남편의 부모, 아내의 부모, 남편과 아내의 아이, 그리고 남편의 직장과 관련된 사람들, 마지막으로 살해된 여자. 이렇게 많은 인물들이 나오면서 주로 남편의 엄마와 남편, 아내의 편에서 많은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각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돌아가면서 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전지적인작가시점으로 진행하고 있어서 많은 인물이 나와도 혼란스럽거나 헷갈리지 않는다. 시간대 역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이야기한다. 주로 현재의 시간에서 이야기를 하지만, 점점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면서 과거의 이야기를 하나둘씩 보여준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장 즐거웠던 점은 수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목에서 '남편'은 왜 그의 부모님과 멀어졌을까, 그의 부부 생활의 진심은 무엇일까, 아내는 왜 이리 예민하게 아이를 키우는걸까(한편으로는 SNS인플루언서가 직업이기에 전혀 이상하지 않기도 하다.), 그의 직장생활은 정말로 어떠할까, 그는 바람을 피우는걸까, 그의 아내의 부모님과 주말마다 왜 만나는걸까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질문들이 펼쳐진다.(이 질문들은 정말 시작일뿐!) 작가는 '의도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구멍을 만든다. 독자로서는 이 구멍을 메꾸고 싶고 수상한 부분이 점점 늘어나면서 추리를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져서 즐겁다.

실제로 이야기를 읽으면 의문점이 계속해서 생긴다. 그런데 이 의문점이 자연스러운 이유는 주로 '남편'의 어머니 시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물론, 남편에게도, 아내에게도 카메라를 돌려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둘외의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도 보여준다. 하지만 가장 주된 이야기는 남편의 어머니는 중심으로 보여준다. 그러다보니 그 구멍들이 모두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아들의 부부생활, 직장생활, 주말생활을 모두 아는 부모가 어디 있으랴. 더욱이 이 이야기처럼 아내가 시어머니를 불편하게 여길 경우는 더더욱 당연한 설정이 된다.
이렇게 「남편과 아내」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카메라는 돌리며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그리고 독자들로하여금 계속해서 수상함과 의문을 가질수 있도록 떡밥을 여기저기 떨어뜨려준다. 뻔한 범인은 예상하다가도 '가장 범인이랑 거리가 멀만한 사람이 범인이다'라는 몇몇 추리소설처럼 가장 수상하지 않은 사람을 의심하다가, 완전히 엉뚱한 시나리오를 생각해보기도 한다.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추리소설이다. 다 읽고나서 앞부분을 다시 읽는데 읽으면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 혹은 그냥 읽어간 부분들이 사실은 의미가 있다는 것또한 알게되었다. 다 읽고나서 다시 한 번 읽어도 즐거운 책이다.
작가의 다른 책을 읽으려고 찾아보니 다른 책은 아직 우리 나라에 번역되어서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반타 출판사에서 작가의 다른 책들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