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고백하자면 줄리언 반스의 책을 지금까지 딱 한 권 읽었다. 가장 유명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이다. 하지만 이 하나의 소설은 나의 마음 속에 굉장히 인상적으로 남았다. 그리고 이번에 줄리언 반스가 새로운 책을 냈다고 하자, 그 동안 궁금했던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와 「연애의 기억」을 읽어야 할 책 리스트에 두었다. 이 두 책을 읽고 이번에 새로 나온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를 읽자고 생각했는데, 두 책을 읽기 전에 신작을 먼저 읽을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역시나..「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만큼 인상 깊게 책을 읽어갔다.


이번에 새로 나온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은 줄리언 반스가 자신의 마지막 소설이라고 말한 책이다. 지금 쓰는 소설이 유작이라는 것을 정할 수 있는, 정한 소설가는 몇 명일까. 반스도 이 책에 "늘 소설을 쓸 때 마지막 소설을 쓰는 마음가짐으로 쓴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이번 소설은 아예 "마지막 소설이다"라고 정해버렸다. 한글 제목이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인 것은 그의 이전 작품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와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에 맞춘 듯 하다. 하지만 영어 제목을 보면 Departure(s)이다. '떠나다'의 명사형. '떠남(들)'이라고 할 수 있다. 괄호에 복수를 나타내는 s가 있는 게 인상 깊다. 반스는 이 소설에서 그가 이제는 작가로서 떠남을 말하기 위해 Departure라는 이름을 주고, 그가 떠나는 일뿐만 아니라 인생에 떠나는 많은 것들-사람, 감정, 기억-을 이야기 하기 위하여 (s)를 붙이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이번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이것이 줄리언 반스의 마지막 소설이어서가 아니다. 그의 명성과 '마지막'이라는 이름표보다, 이 소설 자체가 훨씬 빛이 난다. 이것인 소설인가, 자전적인 이야기인가 헷갈릴 정도로 반스는 이 소설에 작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허구와 현실의 경계선을 걸으면서 어디까지 소설이고 어디까지 자전적인 이야기인지 독자들을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그는 인터뷰에 "이 이야기는 나의 가장 자전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개인적인 이야기이다."라고 한다. "가장 자전적인 이야기(most autobiographical work)는 아니다"라는 표현은,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말도 된다. 그의 모든 소설에 그의 경험이 조금씩 담아 있었고, 더 많이 담긴 소설이 있어서 '가장'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닐뿐, 분명 자전적인 소설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줄리언이고, 혈액암이 있고(줄리언 반스는 실제로 혈액암을 진단 받았다), 옥스퍼드대학교를 나왔고(진짜라고, 검색해보라고 소설에서 이야기한다), 그의 아내는 뇌종양을 진단 받고 37일 후 사망했다(그의 아내 이야기와 일치한다.) 이름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에서 그의 삶과 일치하는데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면 곤란하다.


이 중에서 허구라고 의심할 수 있는 이야기는 스티븐과 진의 이야기이다. 사실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이 책은 분명 '스티븐과 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떠난 것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스티븐과 진이 처음 연애 했을 때의 사랑은 떠나서, 다시 노력을 해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일 줄 알았다. 하지만 스티븐과 진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주인공처럼 나왔지만 사실은 상징이었다. 잊어버린 것, 잃어버린 것, 알지 못했던 것, 오해했던 것, 오해한 부분을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그대로 기억으로 가져가는데 이 기억조차 왜곡되었다는 것의 상징이었다. 실제로 스티븐과 진은 줄리언 반스가 알던 좋은 두 친구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 허구가 있다면 이 두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머지는 모두 줄리언 반스, 그의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그래서일까. 이야기의 마지막을 읽고, 예상치도 못했는데, 울었다. 이야기는 마치 철학자가 인생과 시간의 흐름, 기억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는 듯 했다. 소설보다는 한 사람의 생각을 내 머릿속에 옮겨와 받아들이는 기분이었다. 슬픈 이야기는 없었다. 반스 역시 죽음과 상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에 눈물이 나왔다. 내 무의식 속 상실을 건드렸을까, 혹은 이렇게 나의 마음을 울리는 책을 쓴 작가가 마지막 소설을 발표한 일이 슬펐을까(후자는 아닐 것이다, 나는 그의 소설을 한 권만 읽었고, 더 읽을 그의 소설이 있어 기쁘다). 혹은 마지막, departure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오히려 슬펐을가. 여운이 있는 소설이 나의 마음을 가득 채우듯, 그의 담담함이 나의 슬픔을 건드렸던 것일까.


재미있는 책을 많이 읽었다. 재미있는 책을 많이 만났다. 더 읽고 싶은 작가의 책도 자주 만났다. 하지만 나의 마음을 울려서 '애정하는 작가'는 많지 않다. 줄리언 반스의 책은 이제 겨우 두 번째지만, 그는 이미 나의 '애정하는 작가님'이 되었다. 이 애정의 시작에 '떠남의 슬픔'이 가득하지만, 나는 이제부터 그의 책을 만날 것이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지만, 그의 마지막 소설은 내가 읽을 그의 많은 소설의 시작점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