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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버려야 내가 산다 - 마음의 자립을 시작한 여자를 위한 심리학
박우란 지음 / 유노라이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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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무엇이 아니라 나로 살아가기 위한 시작에 힘이 되어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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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두 곳 사이에 걸친 다리 같았어. 가난한 노동 계급과 ‘더 높은 계급, 도시와 시골, 대졸 직장 동료들과 교육 기회를박탈당한 사랑하는 가족, 어린 시절의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환경과 어른이 된 뒤 진보적 분위기. 시골 한가운데에 있는 집과동부 해안 지역의 직장.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물리적 세계와 너와 이야기를 나누는 무형의 차원.
- P359

고군분투가 삶의 방식이었던 여자들의 직계 후손으로서 나는 그들의 운명이 나에게도 그대로 주어지는 걸 느꼈어. 그런데내가 사랑하는 이 여인들, 한때는 나를 압도하는 힘으로 느껴졌던 이들이 상처받은 어린아이일 뿐이라는 사실을 꿈을 통해 본거야. 그들을, 그들과 함께 살았던 집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나는그 삶에서 벗어나겠다고 마음먹었다.
- P364

이런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베티 할머니가 그 고생을 하고도 고약하고 냉소적인 사람이 되어버리지 않고 타고난 밝은 세계관을 유지했기 때문일 수도 있어.
할머니는 정의를 위해 싸우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데 의미가있다는 생각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지. - P369

가난한 여성은 두 배로 취약할 수밖에 없어. 나는 일하다가부당한 취급을 받은 적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아. 그럴 때면 너를생각했어. 내 딸이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길 바라? 스스로에게 물었어. 답은 언제나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라.‘ 였고그래서 그렇게 했어. 날마다 절박한 필요와 내 존엄성이 부딪히는 걸 느꼈어. 남자 사장이 음흉하게 내 몸을 훑어보는 곳을 그만두고 나와서 며칠 굶주리기도 했지.
사회경제적 간극을 뛰어넘는 사람이 왜 이렇게 적을까. 여러복잡한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단순명료한 이유가 있어. 거길가로지르려면 무척 힘들고 고통스럽거든, 그때가 내 삶에서 가장힘든 시기였어.
- P378

가난하다, 곧 poor라는 단어가 돈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나쁘다는 뜻으로도 쓰여, ‘건강이 나쁘다 poor health‘, ‘시험 점수가 나쁘다 poor test results 등과 같이. 개인이 능력만 있으면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 나라에서 가난한 사람은 스스로를 나쁜 사람이라고 여기기 쉽지. 나를 키워준 분들도 스스로를 나쁘다고 생각하는 일이 많았어. 그래서 나도 나쁜 아이인 것처럼 취급받았지.
내 삶 최대의 행운이라면 내가 그게 옳지 않음을 알았다는거야. 내가 어딘가에서 빠져나왔다면 그건 사실 결핍감, 사회경제적 범주와 무관한 그 감정이었어. 내가 그럴 수 있게 도와준 게너야. 네 존재는 네게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강변했고 따라서 나에게도 그럴 자격이 있다는 걸 알았어. - P406

오거스트, 이 나라는 아이들을 키우는 데 실패했어. 민주주의와 인도주의를 수호한다는 말을 지키는 데에도 실패했어.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것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체결한 신성한 약속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생각을 어지럽히는 유령에 가까운것 같아.
어쩌면 어떤 사회를 지속시켜주는 것은 희생과 돈, 권력의교환, 다시 말해 노력하면 얻을 수 있다는 근거가 빈약한 주장이아니라 아낌없이 내어주는 선물의 끝없는 선순환이 아닐까 싶어.
우리는 언제든 가장 고귀한 이상을 추구할 수 있으니까, 얼마든지 정직한 경제 체계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 이런 꿈은꾸어볼 만하지 않을까. 이런 목표를 위해서라면 매진해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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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가 사는 곳에서는 타고난 재능이나 흥미로 직업을 정하는 게 아니야.  - P252

나도 자라면서 가끔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어. 나한테는 충분히 좋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게 뭔지 알지. 어떤 때에는 부끄러운 건지 뭔지 모를 때도 있었지만. - P265

어느 정도는 그때 내 생각이 옳은 것이기도 했어. 우리 엄마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부모도 어떻게든 아이들을 데리고 살려고 자기 삶을 희생하지만 엄마는 그러고 싶어하지 않았어. 엄마와 나 사이에 있던 것은 돈 문제만이 아니었어. 힘든 삶이 엄마마음속에 만들어놓은 벽이었지. 한편 삶이 힘들었던 까닭이 돈때문이기도 했어. 엄마도 가난 때문에 자기 엄마와 따로 살아야했으니까.
- P277

물질적인 관점에서 집에 집착하다 보니 원초적 욕구가 충족되어도 사람의 마음은 다칠 수 있다는 걸 자꾸 잊게 돼, 어딘가에 속하고자 하는 욕구도 원초적 욕구에 속하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누리지 못할 때가 많지.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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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한 계급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우리가 없는 것으로취급받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거잖니. 거기에서 수치심이 생겨,
중산층과 상류층의 서사가 가득한 곳에서는 가난하게 산다는것에 깊은 수치를 느끼고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느낄 수 있어. - P193

삶이 엉망진창이라면, 그건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한 거야. 스스로 초래한 일이라고,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고, 자기 삶을 추스르고 고삐를 잡거나, 아니면 그러지 않거나 둘 중 하나라고.
- P195

세대가 그렇게 나아가는 건지도 몰라. 엄마가 내 뺨을 때리고 욕을 하긴 했어도 적어도 매질을 한 적은 없으니까. 힘든 상황에 있는 많은 아이들이 그러하듯 나도 내가 누리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알라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어. 입에 들어갈 게 있다는 이유로 감사해야 하는(가난한 사람들은 정부의 관대한 복지 혜택을 겸허하게 받아야 하니까.) 환경에서 배운 게 있다면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이보다 더 힘겹게 산다는 것, 그러니 불평하지 말아야 한다는것이지.
- P204

하지만 내가 아무리 그렇게 생각해도 다른 사람은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면 삶이 달라질 수가 없겠지. 내가 똑똑하다.
는 아니 할아버지의 말은 나를 인정해주고 면죄를 시켜주는 말이었어. 내가 세상의 짐이 아닐 수도 있다고, 언젠가는 세상에 무언가를 내어줄 수도 있을 거라고 말해주었지.
- P210

나는 좀도둑질을 하고 공공 기물에 낙서를 했지만 한 번도안 잡혔어. 만약 한 번이라도 걸렸다면 ‘나쁜 아이‘로 낙인이 찍혀 내 삶의 궤적이 바뀌었을지도 몰라.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고대신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내가 똑똑하다고 알아봐주었고 그게내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어.
나랑 비슷한 출신의 아이들 대부분은 나만큼 운이 좋지는못했어. 피부색 때문이든 다른 불리한 조건 때문이든.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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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았어. 의식하지도 못할 정도로 깊은 곳에서 느꼈지만, 우리 가족이 정상으로 간주되는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
정상이라면 도시, 교외, 아니면 최소 인구 3000명 규모 소도시는되어야 했지. 우리는 어떤 것이든 다 ‘타운‘이라고 불렀어. 아무리 작은 도시에 갔을 때라도, 더러운 청바지를 입고 은행에 가서딜러즈백화점에서 산 정장을 입은 은행원을 마주하자면 어쩐지기가 죽었어. 은행, 학교, 상점, 카운티 법원 등이 있는 곳은(드높은 고층 건물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우리가 가지지 못한 권력을상징하는 것 같았어. 우리가 문화적으로 소외되었을 뿐 아니라지리적인 거리도 멀어서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느꼈지.
- P154

나는 보나마나 온갖 종류의 가난을 네게 물려주었겠지. 하지만 어느 깊은 밤, 직접 기른 양식으로 잘 먹은 너를 트랙터 뒤 썰매에 태우고 별이 가득한 맑은 밤하늘을 달렸을 수도 있겠지. 그 웃음, 그 자유, 그런 행복도 너는 물려받았을 거야. - P150

할머니가 어떤 병 진단을 받았다는 말은 못 들었지만 아빠가 "여자들이 겪는 문제"라고 말한 것은 우울증 같은 거였을 거야. 자기 능력을 드러내지도 인정받지도 못한 고립된 아내이자엄마의 창조적 에너지가 억눌려 안에서 곯아 터지는 병이지.  - P141

시골 생활이 주는 선물도 있고 어려움도 있지만 넓은 땅에서 살기 때문에 더욱 가깝다는 것이 가장 신비로운 역설이란다.
아파트를 짓고 줄줄이 붙어 살아서 친밀감이 자라는 게 아니라,5킬로미터 반경에 이웃이라고는 딱 하나밖에 없어서, 아플 때나트랙터가 고장 났을 때나 차를 타고 어딘가 가야 할 때 도움을주고받아야 하고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사나운 개를 데리고 사는 할머니가 별일 없는지 좋든 싫든 들여다보아야 할 때에 어쩔수 없이 깊은 친밀감이 생기는 거야.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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