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소설의 시작은 이토록 의미심장한 문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주인공인 '기 롤랑'은 현재 탐정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기억상실으로 과거의 모든 기억을 잃었고 탐정 사무소의 주인인 '위트'의 도움으로 신분증을 만들어 지내고 있었다. '위트'는 어린시절의 기억을 곱십으며 노년을 보내고 싶다며 탐정 사무소를 그만두고 고향인 '니스'로 내려간다. 그리고 주인공은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봐야겠다고 말한다.
사소한 조각에서 다른 조각을 만나고 그 조각들이 이어져 희미한 형태를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을 만들어가는 과정.
폴 소니쉬체, 장 외르테즈, 스테오파, 게이 오를로프, 월도 블런트, 클로드 하워드 드 뤼즈, 프레디 하워드 드뤼즈, 보브, 페드로 맥케부아, 드니즈 쿠드뢰즈, 지미 페드로 스테른, 장 미셜 망수르, 알렉 스쿠피, 리차드월, 호이닝겐 후니, 올레그 드 브레데, 카안부인, 앙드레 빌드에로, 루비로사 포르피리오, 보브 베송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가며 그는 자신의 조각들을 조금씩 조금씩 모아나간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경험들로 인해 이루어져있다. 대학에서부터 지겹도록 배웠던 프로이트의 이론들. 구순기 구강기 항문기... 우리는 그 시절의 기억과 경험들로 부터 정착된 자아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자그마한 행동들 습관들, 그 것들을 잃어버린 내가 과연 '나'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이 것은 참 어려운 질문이다. 입양되어 살아가던 사람들이 어른이 되어 자신의 부모를 찾으려 하는 것 처럼, 기억을 잃은 이가 자신의 옛 기억을 찾으려하는 것은 온전한 자아를 찾기위한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비록 그 전의 내가 어떤 모습이라하더라도..
이야기의 끝은 식상하지 않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욱 찬사받는 것인지도.
정원에 내리는 황혼빛, 그리고 아마도 근처에 숲속에서 풍겨오는 것 같은 나뭇잎 냄새 - page 176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고 몇 가닥 햇살이 인도위에 남아있었다 - page 178
너무나 아름다운 문학적 표현들까지 무엇하나 버릴것이 없는 멋진 책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파동들이 때로는 먼 곳에서, 때로는 더 세게 나를 뚫고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차츰 차츰 허공을 떠돌고 있던 그 모든 흩어진 메아리들이 결정체를 이룬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였다. -page 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