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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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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건 언제 어떤 상황에 있느냐에 따라 참 다르게 읽혀지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은지도 벌써 한참이나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그 때의 나는 이 책을 어떻게 잃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무덤덤하게 읽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이 책이 참 대단하다. 늘 항상 시대를 앞서 가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인가보다. 페미니즘이 이슈되고 있는 시기에 이 책을 읽으니 좀 달리보인다.
책 뒷장에 인쇄되어있는 안내문 내용처럼 이 책은 관능 적이다. 12달의 챕터 속에 녹아있는 요리들도 그러하고, 스토리도 그러하다.
재미있고 매력적이고 쉬이읽혀지는 책이다.
하지만 여주인공의 선택은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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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퇴사, 열 번의 남미 - 칠레, 볼리비아, 쿠바, 아르헨티나, 페루 여행 필독서
허소라 지음 / 하모니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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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읽을 내용이 없는 책은 또 오랜만이다.
에세이로도 여행기로도 안내서로도 한없이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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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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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인이기도한 그녀의 이력때문일까 그녀의 글들은 시처럼 아름답고 시처럼 난해하다. 그 속에 품고 있는 내용이 많아, 쉽게 읽혀내려가지만 그 숨은 뜻을 찾아내는 것에는 한참이나 애를 써야한다.

‘채식주의자‘는 세편의 연작 소설로 이루어져있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의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를 긁어내는 섬뜩함이 있었다. 세편의 연작소설은 모두 타인이 주인공인 ‘영혜‘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루어져있다. 1부인 채식주의자에서는 남편이 2부인 몽고반점에서는 형부가 3부인 나무불꽃에서는 언니가. 모두 ‘영혜‘ 스스로가 스스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영혜‘의 이야기다. 김언수 작가의 ‘<캐비닛>에서 이런 문장이 나온다 ‘인간은 육체와 정신을 통째로 빌린다 해도 결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가 없어요. 타인의 입장이라고 착각하는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니 함부로 타인을 이해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바로 거기서 끔찍한 폭력이 발생합니다.‘ 채식주의자의 주제에 대해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문장이 아닌가 싶다. 남편에게서, 아버지에게서, 언니에게서 ‘영혜‘는 타인의 입장 아래서 행해진 선의의 폭력을 경험한다.

꿈을 꿨어요.

왜 채식을 시작했냐는 물음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항상 ‘꿈을 꿨어요‘로 시작된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대답.
한 편의 꿈을 꾸고난 뒤로 그녀는 채식을 시작한게된다. 멸치로 낸 육수조차 먹지않으며 하루하루 말라간다. 그녀의 오랜 기억에는 자신을 물었다가 아버지로부터 죽임당한 개가 있다. 그녀는 잔인하게 죽임당했던 그 개의 눈빛을 기억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잠재의식 아래 묻혀져 잊고 있었던 그날의 기억이 그녀를 채식주의자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만 짐작할 뿐 그 어느하나 확실하진 않다. 그녀를 정신병원으로 보낸 언니처럼, 그녀는 정말 정신병이 생긴것일지도 모른다.

강제로 자신에게 고기를 먹이려고 폭력을 행사하던 아버지 앞에서 그녀는 결연하게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려한다.
그 결연함은 어디에서부터 나왔던 것일까.

어렸을 적 떠돌이 개에게 먹이를 주려고 했던 적이 있다. 먹이를 가지고 다가가는 나를 피해 뒷걸음질치다 벽으로 막혀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던 강아지는 결국 나를 공격하려했다. 나는 도움을 주려했던 것이지만 그 개의 입장에서는 공포를 느꼈던 것이겠지. 그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그 개는 나를 공격하였으나, 그녀는 스스로를 공격했다는 점이 다를 뿐.
세상의 모든 약자의 기록이다. 채식주의자는.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

산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그 웃음의 끝에 그녀는 생각한다. 어떤 일이 지나간 뒤에라도, 그토록 끔찍한 일들을 겪은 뒤에도 사람은 먹고 마시고, 용변을 보고, 몸을 씻고 살아간다. 때로는 소리내어 웃기까지 한다. 아마도 그도 지금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 잊혀졌던 연민이 마치 졸음처럼 쓸쓸히 불러일으켜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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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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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너무 추워서 바다가 얼어 있는 풍경을 본 적 있다.
수심이 낮고 유난히 잔잔한 바다였는데 해변에서부터 파도들이 눈부시게 얼어있었다.
켜켜이, 하얀 꽃들이 피다가 멈춘 것 같은 광경을 보며 걷자니 모래펄에 흩어진
얼어붙은 흰 비늘의 물고기들이 보였다.
그 지방의 사람들은 그런 날을 ‘바다에 성에가 끼었다‘고 한다고 했다 - page 47

이 모든 ‘흰‘ 것들에 대한 단상을 완성하고나면 ‘흰‘거즈가 상처가 아무는 것을 돕듯
그 ‘흰‘ 거즈 처럼 이 ‘흰‘ 것들이 그녀의 상처를 아물게 해줄 거란 기대를 가진다 적었다.

바르샤바, 그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도시에서
바다도 얼어버릴만큼 차디찬 겨울을 나면서
온갖 ‘흰‘것들에 대한 단상들을 그녀는 적었다.

그것은 마치 일기 같기도, 또는 한 편의 시 같기도해서
비밀스럽고 은밀한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죄스러움과
섬세하고 아름다운 것을 볼때의 감탄을 함께 느끼게 했다.

색상코드 #FFFFFF 를 적었을 것만 같은 하이얀 속지를 보면서,
문득 ‘흰‘색의 범위에 대한 궁금증이 든다.

스물 셋, 그 피처럼 어린 나이에 눈보라 속 고립되어 홀로 두려움에 떨며 핏덩이를 낳아야 했고, 결국 잃어야만 했던 한 여자와
그 죽음 대신 세상에 존재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굴레를 안고 살아야했던 여자
그 슬픔과 아픔에 가슴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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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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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경이에 예민해지는 자. ‘그는 사랑을 아는 자다’ 라고 조심스레 적어본다. 무슨 힘으로 그 딱딱한 것들을 뚫고 싹이 나고 꽃이 피는지. 그 힘이 시끄러워서 괴로울 정도의 봄, 봄이 오고 또 간다는 이 은근한 힘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무슨 기적처럼 여겨지는 사람은 아마도, 사랑을 아는 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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