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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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너무 추워서 바다가 얼어 있는 풍경을 본 적 있다.
수심이 낮고 유난히 잔잔한 바다였는데 해변에서부터 파도들이 눈부시게 얼어있었다.
켜켜이, 하얀 꽃들이 피다가 멈춘 것 같은 광경을 보며 걷자니 모래펄에 흩어진
얼어붙은 흰 비늘의 물고기들이 보였다.
그 지방의 사람들은 그런 날을 ‘바다에 성에가 끼었다‘고 한다고 했다 - page 47

이 모든 ‘흰‘ 것들에 대한 단상을 완성하고나면 ‘흰‘거즈가 상처가 아무는 것을 돕듯
그 ‘흰‘ 거즈 처럼 이 ‘흰‘ 것들이 그녀의 상처를 아물게 해줄 거란 기대를 가진다 적었다.

바르샤바, 그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도시에서
바다도 얼어버릴만큼 차디찬 겨울을 나면서
온갖 ‘흰‘것들에 대한 단상들을 그녀는 적었다.

그것은 마치 일기 같기도, 또는 한 편의 시 같기도해서
비밀스럽고 은밀한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죄스러움과
섬세하고 아름다운 것을 볼때의 감탄을 함께 느끼게 했다.

색상코드 #FFFFFF 를 적었을 것만 같은 하이얀 속지를 보면서,
문득 ‘흰‘색의 범위에 대한 궁금증이 든다.

스물 셋, 그 피처럼 어린 나이에 눈보라 속 고립되어 홀로 두려움에 떨며 핏덩이를 낳아야 했고, 결국 잃어야만 했던 한 여자와
그 죽음 대신 세상에 존재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굴레를 안고 살아야했던 여자
그 슬픔과 아픔에 가슴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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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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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경이에 예민해지는 자. ‘그는 사랑을 아는 자다’ 라고 조심스레 적어본다. 무슨 힘으로 그 딱딱한 것들을 뚫고 싹이 나고 꽃이 피는지. 그 힘이 시끄러워서 괴로울 정도의 봄, 봄이 오고 또 간다는 이 은근한 힘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무슨 기적처럼 여겨지는 사람은 아마도, 사랑을 아는 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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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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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고는 에이미를 영원히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와 함께 자신이 가서 제대로 할일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일어나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 자신이 가슴속 가장 깊은 곳에 무엇을 품고있는지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한 채 어디든 전쟁이 이끄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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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내일의 시련이 있을 것이고, 다음 날 또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까 모든 날들은 각각 다른 시련을 갖고 닥쳐올 것이며, 그 시련들은 지금 당하고 있는 뭐라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참기 힘든 고통과 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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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충격 - 지중해, 내 푸른 영혼
김화영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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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늙기 시작한다. 두 번 다시 되풀이할 수 없는 것들의 수가 늘어나고, 속 깊은 공포감을 안락의 방 속에 감추려 한다. 그리고 늦가을 바람이 옷깃에 스며들 때면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쓰러지는 소리를 내려고 한다.(중략) ‘행복‘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것을 이미 이해하지 못할 때는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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