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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그녀는 너무 추워서 바다가 얼어 있는 풍경을 본 적 있다.
수심이 낮고 유난히 잔잔한 바다였는데 해변에서부터 파도들이 눈부시게 얼어있었다.
켜켜이, 하얀 꽃들이 피다가 멈춘 것 같은 광경을 보며 걷자니 모래펄에 흩어진
얼어붙은 흰 비늘의 물고기들이 보였다.
그 지방의 사람들은 그런 날을 ‘바다에 성에가 끼었다‘고 한다고 했다 - page 47
이 모든 ‘흰‘ 것들에 대한 단상을 완성하고나면 ‘흰‘거즈가 상처가 아무는 것을 돕듯
그 ‘흰‘ 거즈 처럼 이 ‘흰‘ 것들이 그녀의 상처를 아물게 해줄 거란 기대를 가진다 적었다.
바르샤바, 그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도시에서
바다도 얼어버릴만큼 차디찬 겨울을 나면서
온갖 ‘흰‘것들에 대한 단상들을 그녀는 적었다.
그것은 마치 일기 같기도, 또는 한 편의 시 같기도해서
비밀스럽고 은밀한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죄스러움과
섬세하고 아름다운 것을 볼때의 감탄을 함께 느끼게 했다.
색상코드 #FFFFFF 를 적었을 것만 같은 하이얀 속지를 보면서,
문득 ‘흰‘색의 범위에 대한 궁금증이 든다.
스물 셋, 그 피처럼 어린 나이에 눈보라 속 고립되어 홀로 두려움에 떨며 핏덩이를 낳아야 했고, 결국 잃어야만 했던 한 여자와
그 죽음 대신 세상에 존재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굴레를 안고 살아야했던 여자
그 슬픔과 아픔에 가슴이 먹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