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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가까워지는 아이 책과 멀어지는 아이 - 현명한 엄마의 똑똑한 그림책 처방전
박은영 지음 / 청출판 / 2008년 10월
평점 :
전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가 지치고 힘들거나 아이와 힘든 상황에 직면했을때 해결방법으로 육아서를 꺼내 읽습니다. 아이를 키움에 있어 육아서에 많이 의존하는 편인 셈입니다. 육아서 저자는 나보다 아이들을 많이 접하며 연구를 많이 한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객관적인 다독거림을 보다 보면 주관적인 감정인 흥분과 화남이 가라앉으며 맘이 차분해 지기 때문입니다.
사서도 보고 빌려서도 보고... 제가 육아서를 많이 읽는다고 아이를 잘 키운다거나 저 스스로 좋은 엄마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지만(여전히 화도 잘 내고 가끔은 육아서에서 절대 금기시하는 체벌도가끔 합니다 -.- ) 노력하는 엄마라고 손톱만큼은 생각해봅니다.
이 책도 그림책 육아에 좀 더 알고파서 주문해서 봤습니다. 사실 5세 여아 유진이와 2세 여아 도윤이를 키우다 보니 내 책은 고사하고 아이들 책도 제대로 읽어줄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5세 유진이가 유치원을 안다니다 보니 일주일 내내 두 아이와 함께 오전엔 도서관 책읽어주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오후엔 수영장도 가고 일주일에 한번식 품앗이를 진행하며 분주하게 살거든요. 틈틈히 공연도 보러 다니고... 두 아이를 끼고 하루종일 돌아댕기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전 파김치가 됩니다. 동생이 태어난 후 유진이한테 엄마가 읽어준 책은 하루에 2~3권 남짓 인듯 싶습니다. 그나마 오전엔 도서관 선생님이 책읽어주시고 주말에 아빠가 잔뜩 읽어준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습니다만...
그렇게 정신없이 종종 거리며 살면서도 그림책 고민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유진이 책 읽어주려고 하면 늘상 자기 책 갖고와 떙깡 부리는 도윤이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두 아이에게 평화롭게 책을 읽어줄 수 있을까, 아동책 전문가들이 절대 권하지 않는 전집구입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하나,(주위 엄마들중에선 단행본으로만 책을 사는 엄마는 한 명도 없네요. 모두 전집으로 책을 구입하지만 그림책 육아서엔 전집은 결사 반대를 하고... ) 5세 지만 아직 한글을 시작하지 않은 유진이 이대로 나눠도 되나, 독후 활동은 어떻게 해줘야 효과적일까 등 현실과 그림책 육아서에서 차이를 느끼면서 나름 고민을 해왔던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책이 모든 해결책을 준 건 아니었지만 많은 부분 고민을 덜어주었습니다. 마치 현명하고 지혜롭게 아이를 키우는 옆집 엄마의 다정스런 속삭임처럼 말이죠. 우선 읽기 편한 문체여서 단숨에 읽을 수 있고요 실질적으로 그림책으로 아이를 키운 엄마의 입장에서 딱딱 필요한 부분을 짚어주어 좋았습니다.
우선 한글떼기. 유진이 친구들이 모두 한글을 뗀 상황이라 주위 엄마들이 왜 한글공부를 하지 않느냐는 은근 압박을 했었습니다. 엄마인 저로선 정말 아이가 원할때 하자 주의였지만 살짝 흔들리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한글을 언제 깨쳤느냐 또한 훗날 아이의 독서력을 단정짓지는 않습니다. 몇 달 먼저 걸음을 떼고 말문이 트이고 일 이년 먼저 한글을 깨친 것이 아이의 긴 인생에서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의외로 결론은 간단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그림책 육아법이란 한글을 빨리 깨쳐 스스로 읽어보라 등 떠미는 것이 아닌, 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사랑 듬쁙한 부모의 목소리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라는 사실을요.' - P36 -
'글자에 집착하느라 그림을 놓침으로써 아주 중요한 것을 잃게 된다면 그래도 글자 읽기를 강요하실 건가요?' -P71-
'그림책의 그림은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글작가가 멋들어지게 풀어놓은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에게 글자보다 시각적으로 먼저 와닿는 그림은 아이들의 말랑말랑한 상상력의 밑씨가 되는 것이죠. 글을 모르는 아이들이 그림을 들여다보며 제 나름껏 이야기를 만들어내어 중얼거리며 읽는 시늉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지 않던가요? 모르긴 해도 녀석은 그림을 통해 상상력의 밑씨에 듬쁙듬쁙 물을 주고 있는 중일 것입니다.' -P71-
엄마 입장에선 아이 혼자 책읽을 수 있게 되면 더 많은 책을 읽게 되고 또한 육아도 한 몫 덜게돼 수월해질 수 있어 좋을듯 싶었는데 저자의 글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듯 싶더라구요. 다른 아이에 비해 뒤처지는건 아닌지 이따금 뒤숭숭해지는 제 맘을 다시금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책을 고르는 기준에 있어 전집과 단행본의 비교를 꼼꼼하게 해놓은 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실 많은 그림책 전문가들은 전집을 그닥 권하지 않습니다. 균등하지 않은 작품의 질, 한꺼번에 많은 책 노출 등을 이유로 들면서 말이죠. 하지만 엄마 입장에선 가격면에서, 책정리면에서(단행본보다 전집이 책장에 꽃으면 더 이쁘죠. ^^) 전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이 책의 저자는 시간차 반복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겐 전집을 권합니다. 책에 목말라하는 아이에게 전집은 꼭 필요한 도서목록 이라고 꼽습니다. 거기에 전집은 기준을 잡아주며, 엄마의 생각을 뛰어넘기도 하고 흠뻑 빠져 읽는 재미가 있다는 둥 전집 예찬까지 합니다. 물론 고춧가루처럼 끼어있는 수준 빠지는 책들로 질 높은 책읽기가 어렵고 단번에 활용할 수 있는 전집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문제점을 짚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전집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해주는 그림책 육아서는 보지 못해서인지 맘이 다 후련해진 기분이었습니다.
'전집과 단행본은 나름대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그 둘이 상호보관적 관계에 놓인다면 더할 나위 없을듯 합니다. 무 자르듯 톡 잘라 전집이야, 단행본이야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는 말이죠. 그림책 육아를 시작하겠다 마음을 잡으셨다면 우선은 단행본부터 시작하는게 좋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P122-
'단행본으로 책 고르는 안목을 닦으신 후 필요성이 닦쳤을때 전집으로 눈을 돌려도 절대 늦지 않습니다. 또한 전집을 들여줬으니 단행본은 눈을 감아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과감히 버리셔야 합니다. 그 많은 책들을 죄 읽고 넘어갈 수야 없는 노릇이겠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단행본들이 너무나 많지 않습니까?' -123P-
사실 전집 하나 사려면 몇날 며칠을 서핑해서 서평 읽어보고 젤 싼 곳이 어딘지 금액 따져가면서 책 구매하게 되는데 선뜻 권하는 그림책 육아서가 없어서 이상하기도 하고 현실과 좀 안맞는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엇어요. 실질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경험담처럼 써내려간 책이기에 좀더 현실적인듯 싶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아이가 도서관에서 빌려 정말 재미나게 보는 책은 전집으로 구입을 하돼 틈틈히 단행본도 구입해서 다양한 책을 접하게 해주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
텔레비젼 이별할 수 없다면 공존하라. 이 부분에서도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저희 집도 몇 달 전에 TV를 넣었는데 그 이후로 유진이의 생활이 많이 변했거든요. TV 보는 시간이 많이 줄고 거실에서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육아서에선 TV를 없애라고 하지만 그렇게 하기엔 저나 애기 아빠의 아쉬움이 너무나 크기에 안방에 넣고 TV와 공존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일단 평소에 제가 TV를 거의 보지 않고 아이에게도 평소 TV보는 시간을 제한하니 잘 따라주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아이가 책과 친해지는 모습을 보니 잘 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저자 또한 비슷한 야그를 해서리 제가 잘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
그 외에도 책읽으면서 작가 이름은 소홀히 여겨 거의 읽어주지도 않았는데 아이에게 작가 이름을 알려주며 같은 작가의 그림책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바꾸었고 그림 그리기 외에 별다른 독후활동을 안하던 방법에서 다양한 방법을 찾으려 애쓰게 됐고 자유연상 독서법으로 좀 더 엉뚱하지만 독특한 그림책 읽기 방법을 터득해 나가는 등 저의 그림책 읽어주기에 있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독서성장일기는 너무나 좋은 방법으로 생각되어지지만 게을러서 아직 실천하지 못하고 있고, 동시가 아이에게 참 좋은듯 싶지만 엄마가 시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 동시 그림책도 가까이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나씩 하니씩 해나가봐야죠.
다 맘에 드는데 아쉬운 점이 한가지 있긴 합니다. 제 요즘 가장 큰 고민인 자매인 아이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책을 읽어줄 것인가에 대한 해결책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저자의 아이가 하나인지라 경험이 없어서 책에 담겨있지 않은듯 싶습니다. 요건 저자가 책 속에 알려준 그림책 관련 카페에 들아가서 다른 맘들 의견을 좀 들어봐야겠어요.
쉽게 읽히고 엄마가 실천하게끔 만드는 책, 요즘 유아를 둔 제 주위의 엄마들에게 권하는 책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