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일년에 책을 한 권 읽는 남편이 3일만에 다 읽은 책!
자기 스스로도 대견해했는데 내가 눈치없이 하루만에 다 읽어버려서 산통을 깬 책이기도 하다.^^
읽으면서 예측이 가능하긴 했지만 어찌나 마음이 훈훈해 지던지..
좀도둑질을 하며 사는 쇼타, 아스야, 고헤이가 진심을 담아 해준 상담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진짜 나미야 잡화점의 상담사인 나미야 할아버지와 시간을 초월해서 어떻게 접점을 이루는지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이다. 올림픽 출전과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애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여자에게 건네줄 해결책은 무엇일까, 야밤도주하는 부모님과 함께 친구들 몰래 마을을 떠나야 하는 남학생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무엇일까 같이 고민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나미야 할아버에겐 시험에서 100점을 맞는 방법에 대한 답변과 유부남의 아이를 가졌는데 그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여인에게 해준 답변의 무게가 같다. 할아버지는 누구의 질문도 가볍게 여기지 않으며 나름의 고민을 거쳐 해법을 제시한다. 그 해법이 인생을 송두리채 바궈놓고, 세상과 이별하는 결과를 가져올수도 있음을 알게된 나미야 할아버지는 상담을 받은 이들의 후일담을 받기로 한다. 물론 자신이 죽은 후 서른 세번째 기일에. 아들이 아닌 손자의 인터넷 공고에 의해서 상담자들은 사연을 보내온다.
'하긴 이별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고스케는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몰하는 배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 네 명의 멤버들은 비틀스를 구하려 하지 않은 것이다.' 269p
'비디오 영상 속의 비틀스는 고스케의 기억과는 조금 달랐다. 옛날에 영화관에서 봤을 때는 그들의 마음이 뿔뿔이 흩어져 있고 연주도 서로 어우러지지 않는 것처럼 느꼈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바라보니 그때와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
네 명의 멤버는 열정적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설령 해체를 앞두고 있더라도 넷이서 연주할 때만은 예전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일까.
영화관에서 봤을 때 지독한 연주라고 느꼈던 것은 고스케의 마음 상태가 원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마음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어떻게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320p
비틀즈를 좋아했던 고스케는 자기 인생의 방향키를 비틀즈 영화에서 발견한다. 그리고 느끼는 대로 실행에 옮겼다. 야밤도주한 부모와 떨어져 자신의 인생을 살기로 한 것. 성공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한켠의 헛헛함은 늘 함께했다. 나미야 잡화점의 상덤 코너가 열리는 날 밤, 고스케는 인생의 방향키는 결국 자신의 마음에 달려있었음을 알게 된다. 맞다. 상담을 받아도 문제 해결의 키는 내가 갖고 있다. 그리고 어떤 선택이든 책임 또한 나에게 있다.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을 갔을때의 변화는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선택은 늘 두렵고 망설여진다. 인생의 출발선상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선택이 더 절박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환광원(우리나라의 고아원) 출신이거나 환광원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사회에서 자기 길을 찾아가면서 서로 인연을 맺는 과정이 퍼즐처럼 잘 짜여져 있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려는 마음, 같이 힘을 합치면 어려운 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마음만 있다면 나미야 잡화점에서 일어난 기적이 드문 일은 아니라고 말하는듯 하다.
책을 읽고 나니 나미야 할아버지처럼 주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웃분들의 고민을 외면하지 않을 것, 이웃의 힘든 마음을 들여다보고 보듬어 주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마치 나미야 할아버지가 지긋이 건넨 조언인듯 싶었다. 나미야 할아버지같은 혜안과 통찰력을 갖고 있지 않지만 적어도 인간의 마음은 서로 이어져 있음을 믿으니까 나도 조금은 가능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