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적의 아이, 살아남은 아이
모두가 유원을 그렇게 불렀고
대부분의 이들이 동정심인지, 경계인지 모를 어색함으로 그녀에게 친절히 대했다

12년 전 그 날의 사고는 유원의 잘못이 아니었고,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하지만 언니 대신 살았다는 죄책감, 그리고 자신을 구하고나서 평생 불구가 된 아저씨에 대한 미안함을 견디기엔 유원은 단지 10대 소녀일 뿐이었다

언젠가부터인지 내가 좋아하는 스토리에 나쁜 사람이 등장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쁜 사람을 보는 것 자체로도 괴롭기에 일단 피하는 편이다. 이 책에서도 나쁜 사람은 없다. 하지만 모두가 과거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결핍되었고 아슬아슬하게 하루를 견딜 뿐이다. 책 속의 문장들이 콕콕 박혀와서 잠시 호흡을 골라야 했던 순간이 몇 번 있었다. 그래도 결국 지독한 성장통을 겪은 유원이 마음을 열 수현이라는 친구를 얻었고 이제 높은 곳에 설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 힘차게 날아오를 그녀의 앞날을 응원해 본다.

:: 나는 처음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언니의 용기를 닮고 싶었다. 이 모든 것을 누리게 해 준 언니를.
나는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젠가 유럽 - 도시와 공간,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여행
조성관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속으로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파리부터 라이프치히 까지 예술가들이 사랑한 도시들로, 그리고 도시의 느낌이 잘 묻어난 영화들과 함께 떠난 여행이기에 왠지 더 친숙하다

파리 (미드나잇 인 파리)
빈 (비포선라이즈)
프라하 (미션임파서블)
런던 (노팅힐)
베를린 (베를린 천사의 시)

영화는 거들 뿐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클림트, 피카소, 프로이트, 카프카 등 이름만 들어도 감탄이 나오는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 찬찬히 걸어간 여행은 보는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특히 파리의 묘지투어와 카페 드 플로르를 비롯해 여전히 몇 백년 째 성황 중인 빈과 파리의 카페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기다려 줄 것 같다.

작가님은 찍고 빠지는 패키지 여행이 아닌 사색하며 즐기는 자유여행을 강조한다. 천천히 거닐며 느끼는 안단테 여행! 개인적으로 누가 시키면 안하고 싶은 청개구리 심보에 패키지여행은 가본 적이 없다.. (배낭여행객 시절 비싼돈 주고 박물관투어 예약했다가 자유시간에 빠져나온 1인) 책에서 작가님이 언급하신 장소들은 꼭 가고 싶더라.

신혼여행 이후 7년 동안 유럽에 가질 못 했는데 카페 첸트랑에서 진짜 비엔나커피 - 아인슈페너를 마시고 런던의 모든 공원들을 돌아보고 프라하에 가서 카프카의 흔적을 찾아 끊임없이 걷고싶다. 유럽 한 도시에 일주일씩만 머물러도 소원이 없겠.. 일단은 방구석 여행으로 유럽 서점투어와 카페투어를 할 날을 기다리며 허기를 달래본다.

#언젠가유럽 #조성관 #덴스토리 #유럽인문 #방구석유럽여행 #카페투어 #여행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공녀 세라 TV애니메이션 원화로 읽는 더모던 감성 클래식 4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애니메이션 <소공녀 세라> 원화 그림, 박혜원 옮김 / 더모던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소공녀 세라는 TV만화로도 너무 좋아했고 어릴 적 이 책보다 훨씬 얇은 책으로 여러번 읽었던 기억이 난다. 부자였다가 가난해졌다가 다시 부자가 된다는 설정도 어린 아이가 보기에 두근두근했다지.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 라고나 할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난 이런거 너무 좋아..

어른이 되어 다시 보니 이 세라라는 아이에게 제대로 빠져든다. 세라는 빨간머리 앤 못지 않게 책벌레에 상상력과 말솜씨가 장난이 아닌데 엄청난 부자였다가 고아가 되면서 민친 선생님과 못된 친구들에게 온갖 구박을 받지만 유일한 인형친구 에밀리와 함께 잡초처럼 꿋꿋하게 살아남는다.

세라공주 라고 처음엔 떠받들여지다가 나중엔 놀림을 받는 건 정말 안쓰럽더라. 그래도 스스로를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좋은 날이 오지 않았을까. 요새 유행하는 해빙의 법칙을 세라는 이미 깨달은 듯. 그리고 세라의 소중한 친구들인 베키와 어밍가드는 그녀에 비해 다분히 아이같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

지친 요즘, 소녀감성은 옳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편이 미워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한 어느 부부의 특별한 실험
박햇님 지음 / 앤의서재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님도 처음엔 가족에게 맞춰서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상황에 맞춰 산다. 누가 벌든 간에 주 수입원이 한군데 있으면 되는거고 나머지 한 명은 앞으로를 고민하며 프리랜서로 일하며 아이를 돌본다 - 그게 엄마든 아빠든 각자 역할을 정해 누군가 하면 되니깐

처음엔 너무 여자만 희생하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다가 이런건 케바케니까 정답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남편으로 인해 해외에서 살며 공부도 해보고 결국 일욕심 많던 그녀가 커리어를 다시 쌓을 수 있으니 그것도 좋은거고. 좋은게 좋은 거다 라고 생각하니 괜찮은 것도 같다. 매일이 익스트림하지만 사랑해서 평생 함께하기로 한 남편의 정신세계를 이해해야지 어쩌겠나. (종교적인 언급빼고는) 무엇보다 이 책, 결혼하고 아이가 있다면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많다. 그리고 내가 아끼는 영화들이 자꾸 언급되어 더 좋았음.

누구 하나 떨어뜨리고 갈 수 없는 삼인사각 경기 출발선에서 다시 한 번 호흡을 가다듬는다. 어디에 있든지 우리는 ‘하나 둘, 하나 둘’ 구령에 맞춰 움직여야 하니까. (73p)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일하며,
계속 행복하자.

우리는 나름 최선을 다해, 혹은 죽을힘으로 버티며 밋밋한 일상에서 매일, 행복 한 줌씩을 줍고 있다.(204p)

가족으로 맺어진 이상 우리 네식구도 방법이 어떻든 간에 앞으로 나아가면 될 거다. 해피엔딩을 꿈꾸며.. 근데 오늘 저녁은 모 먹지. 이런게 #돌밥돌밥 현실고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 김솔 짧은 소설
김솔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은 글들이 모였다. 적게는 한장 반에서 많게는 다섯장씩의 글들 40여 편이 냉소적이면서 날카로운 시선과 문장으로 살아난다.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지만 왜 그렇게 나눴는지는 잘 모르겠고.. 외국 유명작가의 미공개 작을 남몰래 보는 기분으로 읽어내려갔다. 현실과 상상이 바삐 오가고 난해하지만 기묘하고 기발하면서 재미도 있다

“ (중략) 제 소원대로 당신이 절 찾아왔을 째 전 너무 행복했어요. 하지만 이젠 모두 부질없는 일이 되고 말았군요. 당신은 제 이야기에 싫증이 난 데다가 저를 의심하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런 당신에겐 굳이 제가 아니더라도 상관없겠죠. 시간을 이길 수 있는 사랑은 존재하지만 의심을 견뎌낼 사랑은 결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당신이 늦게나마 깨닫게 되길 바라요. 이젠 문을 닫을 시간이고, 더 이상 당신에게 문을 열어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 그녀 앞에서 : 카프카의 <법 앞에서> 변주곡

엔딩을 이렇게 멋지게 하다니 ㅎㅎ
카프카의 소설에 빗댄 우리 독자들에게 하는 말 같아서 새침한 문장이 왠지 유쾌해!ㅋ
단편 좋아하는 사람들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