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너를 마시멜로 한다.
지금. 이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지나가버리고 나면 기억. 이라는 형태로 남게 되는데, 시간 자체가 형태가 없듯이(현재라는 시간은 존재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의 총체이므로) 기억도 역시 규정된 형태가 없다. 다만 이러한 기억들은 다시금 지금, 현재 존재하는 한 대상과 반응하여 구체적인 형태로 재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최초로 그 기억을 형태화시키는 촉매가 무엇이냐에 따라 기억의 형태가 보통은 결정되기 마련이다. 그 촉매들은 감각, 감정, 의식적 노력 등 다양하다.
나는 현재 거의 무한에 가까운 감각들 속에 존재하고 있다(세계가 무한하기 때문에) . 그리고 그러한 감각들 중 일부를 인식한다. 인식하는 순간 감각들은 현재라는 시간에 유착되고, 함께 기억된다. 그런 감각들 중 또 다시 일부만이 같은 자극에 의해 재감각화되어 인출될 수도 있고, 때로는 어떤 감정에 의해 감각에 대한 욕구로 드러나거나, 의식적인 노력에 의해 언어화될 수 있다.
내 자신의 세계의 일부이자 시간의 단편들인 기억은 이렇게 개인 내에서 사적으로 형태화된다. 이렇게 사적으로 형태화된 기억을 통해 타인과 교감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과정이 필요하다. 감각을 기억화하는 과정에서, 또 기억을 다시 형태화하는 과정에서 개인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추상화하고 구체화하기 때문이다.
타인과 같은 시간을 교감하기 위해서는 다의적이면서 함축적인,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언어가 필요하다. 순간의 아주 포괄적인 감각들을 자극함으로써 나와 타인이 인식하는 감각적 차이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내 자신의 기억을 형태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그 언어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즉, 그 언어는 은유의 형태를 띄어야 한다.
나와 너의 시간을 모두 함의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사랑의 시작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