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드 경성 -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 살롱 드 경성 1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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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인문학적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든,

누구에게나 그 어떤 '시사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이라는 연재글을 모은 책입니다.

2023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장을 지낸 분의 글이어서일까요.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그대로 전해 들을 수 있습니다.






성북동 소울메이트가 된 이태준과 김용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글쓰기 교본이라고 칭한

이태주의 '문장강화'를 찾아보게 된건 저뿐이었을까요?


경성의 두 천재 이상과 구본웅

시대를 앞선 두 선구자 정지용과 길진섭

성북동 소울메이트 이태준과 김용준

그리고 박완서와 박수근


1951년 미군 PX에서 처음 만난 박완서와 박수근의 운명은 부부의 인연이 아니어서

더 운명적이라 생각이 되었을까요.

예민하고 섬세한 박완서와는 대조적인 우직하고 성실한 박수근.

그의 영향으로 박완서는 차차 깊은 감명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느 부분을 읽어도 지루할 틈이 없는 살롱 드 경성의 가장 큰 매력은

예술가들의 젊은 시절 사진이 실려있다는 점입니다.

서울 창신동 집 마루에 앉아 있는 박수근과 가족들의 사진을 설명한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의 마루는 생활공간이자 박수근의 아틀리에이면서 또 갤러리 역할을 했다.

p88





팔리지 않는 그림 추상화, 그래도 일생을 걸다.


많은 예술가 중에 유영국이라는 이름은 생소했는데

"나는 금 산도 싫고, 금 논도 싫다. 나는 화가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지킬 수 있었는지 작품을 보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부인 김기순 역시 이렇게 일생을 걸만큼 확신에 찬 남편의 그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렇게나 취급하는 건 아니라는 말을 하며

전폭적으로 남편을 지지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1970년대 중반 삼성 이병철 회장이 그림을 샀을때

'막걸리보다 전망이 좋다'는 표현으로 자랑스러워하지 않았나 싶네요.


유학하던 시기에 키가 훤칠한 유영국의 첫 모습을 본 김기순.

몸빼만 입던 여성들 사이에서 나풀대는 푸른 원피스를 입은 유영국의 첫만남부터

1977년부터 2002년까지 기나긴 투병생활을 그림자처럼 지켜준 이야기까지.

혼자 심취해서 읽은 장면 중 하나입니다.




탐험하는 자가 없으면

그 길 영원히 못 갈 것이오.

나혜석

p181


격랑의 시대 수많은 걸작을 남긴

한국의 미켈란젤로

이쾌대

p217










예술을 사랑한 이들에게 '천재'라는 수식어는 곧잘 붙여지곤 합니다.

하지만 혼돈의 세상을 서로 연대하며 누군가는 결핍을 또 누군가는 예민함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

그것들을 역추적하고 고증해낸 저자가 선택한 '천재'라는 표현에

이의를 제기할 자가 있을까요?


예술적 교양을 얻는 것은 물론

감동을 넘어선 슬픔의 시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책으로

현재의 우리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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