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윤슬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제가 추앙을 한다면.. 사람이 아닌 이 책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윤슬 에디션은 영국 아티스트 고든 헌트의 작품이 표지로 사용되어

소장하고 싶은 예쁜 책이라는 단순한 이유도 있지만

이토록 솔직하고 따뜻한 에세이를 읽을 수 있게 해준 분들께 독자로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에세이 660편 가운데 35편을 선별하는 시간만 몇 개월이 소요되었다고 하니 그림과 글의 조합만으로도 추앙해야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윤슬의 뜻을 아시나요?

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네이버 국어사전 발췌)

표지가 너무 예뻐 자꾸 책 사진을 찍은 나머지

제 사진첩은 윤슬 에디션 표지로 가득합니다.


박완서 선생님은 1931년 생으로 홀어머님과 오빠와 함께

서울로 상경하여 숙명여고를 거쳐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하셨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태어난 연도를 보고 자연스레 저희 외할머니가 생각났는데요.

그 시절 여고생이신 것도 놀라웠는데 서울대 입학이라는 학력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그 후 6.25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시고 1953년에 결혼하여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40세 되던 해애 문단 데뷔 후 2011년 1월 타계하기 전까지 작품 활동에 매진하셨습니다.





선생님의 솔직함이 담긴 <모래알만 한 진심이라도> 책은

누가 읽어도 꽁꽁 닫아버린 마음을 빼꼼히 열어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선생님의 글을 제가 감히 평을 하겠나 싶어 내내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게 됩니다.


<사십 대의 비 오는 날>을 읽고 하필 그날 저녁 비가 내렸어요.

아이들과 외출을 하며 이 에세이가 생각났는데

어디에 내려놓아도 깔깔거리는 아이들과 함께니 비와 함께 생긴 에피소드들은

낭만이라고는 하나 없는 것은 선생님과 마찬가지였지요.


하지만 묘하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아득하게 느껴지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쌀쌀맞게 대했던 엄마의 모습을 참 많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기억하는 <십 대의 비 오는 날>에 대한 기억은 사랑만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어머님 이야기, 남편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글을 썼던 이야기를 비롯하여

마당 딸린 집의 정취 등을 어찌 공감할 수 있고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40년 이상 나이 차이에도

남에게 피해 주는 건 싫은 성격, 계획된 일정대로 진행해야 직성이 풀리고

우연히 누구를 만나 잠시라도 내 시간을 뺏기기를 싫어하던 성향은 나이를 떠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어린 손주를 보는 눈빛은 내 어머니가 내 아이를 보는 눈빛이겠지요.

'신여성이 돼라'라고 하신 선생님의 어머님의 모습은 아들딸 구분 없이 저를 뒷바라지해 주신

아버지의 모습이겠지요.




여성동아에 첫 소설을 우송하고 돌아오는 길에 너무 허전해서 울고 싶던 그 심정.

식구들을 돌보는 일들 또한 잘하고 좋아한들 온 애정을 쏟아 썼던 원고를 보내고 돌아서서 이제 집에 가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느낌은 경력이 단절된 한 여자의 그 마음과 비슷할까요?



치열하게 20대를 살아봤다고 얘기할 수 있기에 지금의 가족을 돌보는 일이

낯설고 티 안 나는 일상이 반복될 때면 내 능력으로 다시 돈을 벌고 싶었던 간절함을 많은 분들이 느껴봤다면

이 또한 공감을 할 수 있겠지요.


희생을 강요하지 않았으나 선택지가 많이 없었던 여성의 위치에 대한 생각도 참 오래 해보았습니다.


이 책은 나의 딸이 읽고 10대 시절의 느낌을 잘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 우리 엄마가 그랬지.라고

20대에 한 번 더 읽고 30대에 또 읽고 40대에 읽으며 엄마인 나를 간혹 기억해 주면 참 좋겠습니다.

이 또한 엄마의 괜한 고집이라고 시대에 맞지 않아 촌스럽다고 투덜거릴지 모를 일이지만요.







모르겠다. 지금 누가 나에게 보통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이마에 뿔만 안 달리면

다 보통 사람이라고 대답하겠다.

p53. 보통사람


시간이 나를 치유해준 것이다.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소중한 체험이 있다면

그건 시간이 해결 못할 악운도 재앙도 없단느 것이다. 그렇다면 신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p235. 시간은 신이었을까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