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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ㅣ 팡세미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팡세미니 / 2021년 11월
평점 :
빨간 머리 앤
많은 이들에게 어린 시절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는 빨간 머리 앤을 다시 만났습니다.
원작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첫 소설로 다수의 영화와 연극 등으로 제작된 고전이 아닐까 싶은데요.
처음 빨간 머리 앤을 읽은 나이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초등학생 때였겠지요. 이젠 나의 아이와 빨간 머리 앤을 같이 읽고 느낀 점을 서로 이야기하다 보니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빨간 머리 앤을 다시 만나다
결혼을 하지 않은 메슈와 마릴라라는 남매는 처음엔 앤을 다시 돌려보내기로 합니다.
초록지붕을 보며 설렌다고 말하며, 아이를 잘 돌보고 설거지도 잘한다는 말로 마릴라에게 조금 더 잘 보이고 싶었던
앤의 행동과 말이 저는 좀 애처롭기까지 했어요.
마릴라도 그런 앤이 가엾기도 했지만 다시 돌려보내기로 합니다.


가족이 되다
마릴라는 밝고 명랑한 성격의 앤을 키우기로 결심을 합니다.
어릴 적 본 빨간 머리 앤의 그림과는 다르지만 중간에 나온 삽화들도 따뜻한 느낌이 들었어요.
앤을 키우기로 결심하기 전 설거지를 하는 앤의 모습을 보는 마릴라는 '제법이군'이라며 앤의 야무지고 똑 부러진 성격을 알아봅니다.
전 책을 읽으면서 앤의 대사가 음성지원이 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아마 만화영화를 보고 자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앤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앤이 하는 말들을 읽을수록 그때는 몰랐던 애처로움이 더 느껴진 것 같습니다.
함께 지내기로 결심하면서 마릴라도 앤을 정말 잘 키우기로 결심합니다.
앤이 허영심을 갖지 않도록 따끔하게 혼내기도 하는 마릴라,
절대적으로 앤을 믿는 메슈와 진짜 가족이 되며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앤은 사랑스럽게 자랍니다.
콤플렉스로 가득한 앤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에피소드들은 정말 사랑스러운 캐릭터일 수밖에 없지요.
정말 제대로 추억 속으로 푹 빠져 읽었습니다.
특히 저는 사라진 자수정 브로치라는 제목을 보고 추억이 방울방울 떠올랐어요.
하필 소풍가는 날 브로치를 훔쳤다고 오해받은 앤은 어쩔 수 없이 자기가 잃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그럼에도 마릴라는 소풍을 보내지 않죠. 다행히 브로치는 아주머니의 숄에 있었고 앤은 가까스로 소풍 갈 수 있게 됩니다.
어쩌면 메슈와 마릴라도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는 편견 때문에 더 바르게 앤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컸던 이유겠지요.


모두가 앤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빨간 머리를 가지고 있다.
소설가 천선란
내가 기억하고 싶은 한 가지
소설가 천선란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왜 우리 모두 빨간 머리를 가지고 있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모두가 콤플렉스를 가진 채 잘못도 하고 오해도 생깁니다. 하지만 용서와 이해라는 과정을 겪으며 서로의 부족한 면을 인정할 때 한층 성숙한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메슈와 마릴라의 절대적인 믿음을 받고 자란 앤. 아이들과 함께 꼭 같이 읽어보며 짧게라도 이야기를 나눠보시면 어떨까요?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