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투스 -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비투스의 뜻은 가지다, 보유하다, 간직하다는 라틴어 동사 'habere'에서 파생했다고 한다. 제목과 표지가 고전적인 이야기를 풀어낼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지만 결론은 내적 자본을 가지고 있는 자가 성공한다는 자기계발서이다. 자본은 꼭 돈을 의미하지 않는다. 심리자본, 문화자본 등을 읽다 보면 내가 가진 능력으로는 부를 가질 수 없는 건가? 아무리 노력한들 상위계층이 아니라면 도달할 수 없는 건가?라는 생각에 읽기가 쉽지 않았다.


아비투스(HABITUS)

타인과 나를 구별 짓는 취향, 습관, 아우라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제2의 본성

계층 및 사회적 지위의 결과이자 표현



총 7가지의 자본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으니, 필요부분을 먼저 읽어도 좋을 것 같다.

* 심리자본 - 어떻게 생각하고, 어디까지 상상하는가

* 문화자본 - 인생에서 무엇을 즐기는가

* 지식자본 -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경제자본 - 얼마나 가졌는가

* 신체자본 - 어떻게 입고, 걷고, 관리하는가

* 언어자본 - 어떻게 말하는가

* 사회자본 - 누구와 어울리는가

책의 챕터별 끝에는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그중, 심리자본 인터뷰가 인상적인데, 돈, 권력, 명예욕이 아니라 과제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1순위여야 하고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가장 큰 성공을 거둔다는 이야기다. 너무 뻔한가? 뻔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상류층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기를 높여주는 존재가 주변에 많고, 어릴 적부터 모든 스포츠를 섭렵한다는 이야기. 부모로부터 영문법을 배우고, 격식을 갖추는 기본 소양을 배운다는 이야기 등등 약간은 고정적인 이야기가 나열된 점도 납득이 쉽게 될 수 있는 내용이다.

회복탄력성과 창의성의 대목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서 꼭 기억해 두고자 한다. 마라톤을 즐기는 보스라든지, 상류층이 행하는 행동 패턴 등도 흥미로운 대목이긴 했다.



회복탄력성의 중요성 p.44

상실, 질병, 스트레스 등 압박을 받을 때 필요한 능력과 인생이 잘 풀릴 때 필요한 능력은 확연히 다르다. 인생의 힘겨운 구간에서는 신랄한 비판 견디기, 실수 허용하기, 허황된 소망 버리기, 좌절하지 않기 등이 필요하다. 이때 유전자가 부분적으로 도움을 준다. 그중 하나가 5-HTT라는 유전자다. 이 유전자는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의 운송을 조정하는데, 긴 것도 있고 짧은 것도 있다. 긴 5-HTT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더 많은 세로토닌을 전달받게 되므로 어려움을 더 잘 이겨낼 수 있다. 그러나 덜 튼튼한 신경 갑옷을 입고 태어난 사람도 심리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창의성은 신의 선물이 아니다 p.140

창의성은 미래에 가장 높이 평가될 성과다. 거의 모든 정보를 구글에서 얻을 수 있는 세계에서는 예전에 없었던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과 같은 형식의 보완이나 확장은 창의성이 아니다. 기존 병원 소프트웨어에 의료진의 요구를 정확히 추가하는 프로그램은 어떻게 만들까? 더 편안하고 더 안전한 건물을 어떻게 설계할까? 더 편안하고 더 안전한 건물을 어떻게 설계할까? 포르투갈에서 먹은 빵을 내 제과점에서 시즌 특별 상품으로 판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정한 보스는 마라톤을 즐긴다 p.225

부르디외가 상세하게 설명한 것처럼 고급 아비투스를 가진 사람들은 주로 아름다운 장소에서 예외적인 시간에 혼자 혹은 직접 고른 파트너와 연습할 수 있는 종목을 선택한다. 이를테면 요트, 등산, 테니스, 스키, 골프 등.




피라미드

책 표지가 피라미드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누구나 지금보다 나은 삶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입사하면서 승진을 하고 입지를 굳히기 위한 자기계발도 하며 위로 올라가기 위한 경쟁을 하게 된다. 현재 모습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돈을 벌거나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직장을 다닐 것이다. 그러기 위해 읽어야 한다면 한 번에 읽기보다 챕터별로 나누어 읽기를 추천한다. 내가 말을 잘하고 싶다든지, 옷차림이나 사람들을 대할 때 필요한 태도를 익히고 싶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상황에 맞춰 읽기를 바란다. 지식, 신체, 언어 자본 등을 얻기 위한 노력은 충분히 넘치게 한다는 점은 동의한다.

다만, 8장, 사회자본을 읽다가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들었다. 무리에 속하려는 기술 혹은, 담백하게 최정상에 오르기 위한 주문이라는 표현들이 받아들이는 관점에 따라 요즘 세대들에게 설득되기는 어려운 부분이지 않나? 여우 같은 사람들을 보았을 것이다. 성과도 좋지만 무엇보다 윗사람과 잘 지내는 사람들. 나름의 성공전략을 일찍 깨우친 사람들은 오래 버티고, 높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 경쟁 사회 법칙일 수 있다. 조직문화에 들어가기도 어려운 시대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능력과 꾸준함 만으로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기회는 많기 때문이다. 모든 책이 옳은 이야기만 하지 않으니 비판적인 독서가 필요한 장이므로, 잘 해석하며 읽기를 바란다. 아비투스. 인생 전략은 맞지만 인생 목표로 삼는 게 최정상인지는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한 가지

계층, 최상층, 상류층 등의 단어 노출 빈도수가 높다. 태어난 환경이 중산층, 혹은 그보다 좋지 않아도 상류층으로 가기 위해 이런 조건을 갖춘다면 가능하다는 내용이 초반에 나오는데 극단적인 비유를 위해서 사용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도 프랑스 사회철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짓기'라는 토론 수업에 읽었던 책의 영향을 받아 생활방식, 인생관을 연구했다고 하니 주제에는 적절한 단어 선택이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70%는 공감, 30%는 비공감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다. 대면하는 사회가 비대면 사회로 변화되고 있다. 다시 대면하는 사회로 나갈 준비를 위해 한 번쯤은 나를 만드는 언어, 신체, 지식자본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생각해 볼 기회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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