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고 생각했다. 내가 일주일 중 6일을 낙원에서 보내고 단 하루만 세상으로 나간다면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나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현울림이라는 사람처럼 용감하게 맞서야지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 날 알려야지. 현울림의 울림이 끝까지 울려 퍼질 때까지.
세상의 틀에 갇혀있던 비천한 여자들의 구원 서사. 끝내 자신에게 자유를 선물하는 여성들의 여정이 길고 험난해서 눈이 찌푸려지고 머리를 쥐게 되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 20개의 단편들 중에서 몰입을 깨는 단편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인공지능 판사가 죄를 심판하는 최후의 심판은 정말 말도 안 되게 재미있었다.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인공지능 판사가 생겨났지만 인간들의 의견 충돌로 인해 오히려 인공지능보다 인간들의 추악한 면을 보게 되는 묘한 이야기였다.판사가 인공지능 판사의 죄를 심판할 때 인공지능이 대답하는 모든 말들이 인간들의 폐부를 깊숙이 파고들어서 긁어내는 것 같았다.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던지는 모든 것들은 멀쩡한 사람 하나 없게 만들었다.
책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몰입해서 읽었다. 호라이령 주황 부족 세빈을 따라서 우주군 생활을 하는 생도처럼 어느새 나도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존재로 변하는 느낌이었다. 때로는 긴장되고 때로는 감탄하고 탄식하고 캐릭터별로 딱 맞는 해석까지 등장인물이 살아서 문장 위를 살포시 걷는 듯한 소름이 돋았다.
고정관념에 갇힌 마을 사람들과 킹의 부모님. 하루가 멀다 하고 당하는 인종차별 어쩌면 그 모든 게 킹의 깊은 곳부터 변화시켰는지도 모른다. 가끔 마음속 모서리에서 깊게 자리 잡고 있던 것들을 누군가 톡 건드리면 물먹은 물감처럼 수채화 한 폭을 그리곤 한다. 킹이 가지고 있던 물먹은 물감은 늪에서 잠자리가 된 형을 만나게 했다. 형이 죽고 나서 크리스마스도 추수감사절도 모든 게 사라져버렸다, 형에 대한 원망이자 그리움 때문에 킹은 형을 잠자리로 만들어버린 게 아닐까? 잠자리가 되어 날아다니는 형과 실종된 줄 알았는데 눈앞에 나타난 샌디. 킹은 둘을 꼬옥 감싸 안아주고 사랑해 준다. 어떤 방식의 사랑이든 사랑을 멈추지 않는 킹이 결국 옳은 사람이었다. 쉽게 던질 수 있는 흔한 질문들 속에서 킹과 샌디는 저마다의 답을 찾아 앞으로 나아갔다. 남들의 눈치를 보면서도 심장이 끓는 방향으로 전진하는 킹과 샌디는 푸른 숲속 잠자리가 되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별의 색을 찾으러 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