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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티드 컴퍼니 -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유기체처럼 반응하며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하는 초연결 기업
데이브 그레이 & 토머스 밴더 월 지음, 구세희 옮김, 송인혁 감수 / 한빛비즈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모든 생명체는 물을 필요로 한다. 물 없이는 생명도 없다. 저자는 기업을 생명체처럼 바라본다. 그렇다면 기업이라는 생명에게 필요한 물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것을 ‘정보’라고 이해하고 있다.
생명체가 물의 흐름을 예측해야 하듯이 기업 역시 정보의 흐름을 예측해야 한다. 질량이 큰 쪽이 잡아당기는 힘이 세다. 그렇다면 물은 어디에 있을까? 낮은 곳에 있다. 중력 때문이다. 정보는 어디에 있을까? 고객에게 있다. 연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업이 고객보다 더 무거웠지만, 현재는 연결된 고객의 질량이 기업보다 훨씬 무겁다.
문제는 고객이 기업보다 얼마나 더 무거워질 수 있을까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100명, 1000명 수준이 아니다. 무한 연결이 가능하다. 무한 연결의 가능성은 게다가 빠르고 세계적이다. 이런 고객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선별하고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 역시 연결되는 수밖에는 없다. 무한 연결의 가능성에 기업도 첨벙 뛰어 들어가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저자가 파악한 현재의 기업들은 그럴 수 없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고객을 대응할 수 있는 유기적 연결 조직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분절되어 있고 관료주의는 모든 절차와 정보를 일방통행 시킨다. 그나마 고객과 접점하고 있는 고객만족센터와 같은 곳은 기계적인 업무 처리와 낮은 권한으로 말미암아 고객을 더욱 화나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모든 산업이 서비스화 되어 가고 있고 서비스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고객의 좋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평판인 점을 고려할 때 고객의 다양한 경험과 요구를 제대로 해석할 수 없는 조직은 이제 버티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환경이 아무리 어려워도 당대를 호령하는 생명체는 있어 왔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을 바로 불확실성 자체를 학습하는 조직이다. 불확실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기업이 위험을 최소화한 세포조직(파드)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모든 움직임을 정보화하여 결국 생존 전략으로 학습하는 유기적 네트워크망 자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런 네트워크망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권이 분산되어야 한다. 고객과 가장 가까운 가장자리 권력이 필요하다. 임원이 직접 가장자리에 배치될 수도 있고 실무자가 자신의 권한으로 고객의 불만을 자사의 좋은 이미지로 전환할 수 있어야만, 빠르고 글로벌 연결망을 구축한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권한을 나누려면 직원을 믿어야 한다. 직원을 믿는다는 것은 직원을 대체가능한 부품이 아닌 완전한 인격체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직원을 온전한 인격체로 대우한다면 그를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다 고차원적인 목적 실현을 위해 스스로 학습하고 도전하는 창조적인 존재로 볼 수 있게 된다. 실로 완전한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그들에게 창조적 도전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관료적인 조직과 규정을 줄여나가야 하며, 직장 자체가 공동체가 되도록 플렛폼을 조성해주고 평가와 보상을 스스로 해 나갈 수 있는 조직문화를 가꾸어 나가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기업이 망할까? 오히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기업들, 애플, 구글, 아마존, 노드스트롬, 사우스웨스트 항공, 자포스 등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커넥티드 컴퍼니의 내용은 최근 경영환경의 변화를 본질적으로 비교적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손으로 그린 삽화는 그런 설명을 잘 정리한다. 그런 본질적 설명을 바탕으로 현재를 넘어 미래의 경영흐름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줄 수도 있을 듯하다.
다만, 미래의 기업과 고객을 예측하기 위해서 한 가지 부족한 관점이 있다. 바로 기업과 고객 모두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들이 그것이다. 에너지 고갈, 지구온난화와 물 부족, 인구의 고령화,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기술 혁신 등은 연결의 원인인 욕구와 관심, 필요 자체를 변화시킬 것이다. 즉, 미시적인 영역에서 본질적인 관점과 함께 거시적인 요소를 반영했다면 연결의 양상이나 질적 수준까지도 보충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거시적인 요소까지 반영하려면 책이 두께와 가격이 두 배 이상 되어야 하겠지만.
여하튼 최근 경영환경의 변화를 쉽게 그리고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거시적인 요소야 다른 책들로 보충하면 되지만, 근본적인 설명을 쉽게 할 수 있는 능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