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기업은 어떻게 일하는가 -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8가지 혁신 키워드
김동준 지음 / 갈매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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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 분야의 책을 동시에 읽는 버릇이 있다. 요즘은 미국의 철학적 유산, 프래그머티즘-듀이&로티와 나카자와 신이치의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5)그리고 이 책 미래를 만드는 기업은 어떻게 일 하는가(이하 미만기’)를 함께 읽었다. 이들을 분야별로 묶자면 철학, 종교, 경영 쯤 될 것이고, 인간의 특성으로 묶자면 이성, 영성, 물성 쯤 될 것이다.

 

독서에도 간섭효과가 있는 걸까? 혁신이 이성, 영성, 물성의 한 가운데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바로 이것이 혁신이 어려운 이유가 아닐까? ‘미만기의 저자 김동준 박사가 자신의 정체성을 캐탈리스트(Catalyst, 촉매)에서 찾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으싸라, 으싸!” 목 놓아 외치는 혁신을 많이 봤다. 꼭 회식 2차 분위기 같았다. 인간의 이성과 영성을 무시한 채, 물성만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가기 싫은 노래방에 억지로 끌려나온 몸으로서의 인간, 하기 싫은데 내 차례라고 하니까 부르는 노래. 그렇다고 여기에다 어색하기 그지없는 영성적 측면을 가미하면 이젠 정말 회복 불능이다. 있을 건 다 있는데 왜 안 되는 걸까? ‘미만기는 이런 고민들로 점철되어 있다.

 

미만기는 분명히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혁신을 이야기 한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무얼까? ‘이다! 파트 1, ‘혁신을 혁신하라에서 스마트 시대에 대한 해석과 혁신의 진화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스마트 판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다.

 

파트 2,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8가지 혁신 키워드는 스마트 판에서 어떻게 놀아야 혁신이라고 소비자들이 알아차리느냐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다.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핵심.

 

이미 말한 바와 같이 혁신은 이성, 영성, 물성이 서로 돕거나 방해하기도 하는 특수한 비즈니스 활동이다. 당연히 혁신을 위한 8가지 키워드에도 이성, 영성, 물성이 모두 섞여 들어가 있다.

 

칼로 두부 자르듯 반듯하진 않지만, 문제해결능력과 논리력에는 이성이 강조되고, 개인역량과 조직역량 및 상상력에는 영성이, 기술력과 시스템에는 물성이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혁신의 8가지 키워드를 설명하면서 인간과 조직이 갖는 다면적 역학관계를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는 점이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표, 그래프, 그림이 등장하는 이유다.

 

에필로그의 제목처럼 혁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경영전략과 맞물려 돌아가지 않는 혁신은 이미 혁신이 아니다. 생산자가 혁신이라고 느낀 것이 상품가치로 전환되어 소비자에게 경험가치로 인식될 때, 혁신은 자신의 몸을 사후적으로 드러낼 뿐이다.

 

정말 혁신 하고 싶으세요?” 저자가 수많은 강연을 통해 우리에게 했던 질문이다. 그 만큼 혁신은 어렵다. 혁신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런 그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과연 무엇일까? 적어도 이 책대로 따라하시면 나만큼은 혁신할 수 있어요.’는 분명 아닐 게다.

 

조직의 무의식 속에 신화처럼 작동하는 혁신. 그 근본적인 난해함과 복잡성을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보다 쉽게 공유하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보이는 미만기’. 저자의 이러한 마음은 이 책을 통해 제대로 혁신하고자 하는 많은 분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어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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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 삶이 자유로워지는 일곱 가지 조금 다른 생각들
박대진 지음 / 센추리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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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낄 때 끼고 뺄 때 빼라고 윽박지르면 그 알량한 '낄 때'와 '뺄 때' 사이에서 우리의 눈치 실력은 얼마나 형편없었던가. 그러나 짬밥은 그냥 먹지 않는 법.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말은 해야 맛이라며 등장한 난세의 영웅은 집단 눈총을 맞고 사살된 후, '조직원'이라는 좀비로 부활한다.

 

눈치 훈련병에서 눈총 저격수로 거듭난 우리에게 저자는 묻는다. 그렇게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지 않냐고. 대한민국의 삶은 군대생활과 다르지 않다고. 자본의 명령속에서 인간관계 조차 거래하는 평범한 고객은 구매력에 따라 계급이 달라진다. VIP, VVIP, VVVIP.

 

하지만, 왠걸. 우리는 화내지도 않는다. 누구의 V가 많은지 경쟁할 뿐이다. 내 계급장에 꽂히는 시선을 은근히 즐기면서 상품평 별의 갯수를 고민한다. 행복지수는 국가경쟁력이 된 지 오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생의 궁극이라고 여겼던 행복은 숫자가 되더니 결국 국가가 달성해야 할 생산목표가 되어 버렸다.

 

그런 사소한 것들은 대학 가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더니 그 때 하지 못했던 것들이 무의식 여기저기에 숭숭 구멍을 내었다. 이 구멍은 평생 흉한 바람소리을 만든다.

 

작가는 말한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공간은 늘릴 때가 아니라 비울 때 생겨난다. 그렇게 결심했다면 지금 시작하라.

 

물론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다. 자유로운 개인의 삶을 위해 무슨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하다가 뒤에서는 국가의 최소 역할을 이야기하는 점, 우리나라의 하위권 행복지수로 시작한 문제 제기가 그건 단순히 숫자일 뿐이라며 조용히 일단락 된 점 등이다. 여기 저기 흔한 사례까지 포함하여 추측컨대, 작가는 독자의 눈치를 너무 보았거나 너무 보지 않았거나.

 

작가가 말하는 짧지 않은 인생은 자유로운 인생이다. 내가 없으면 남도 없어지는 법. 내가 진정 눈치봐야할 것은 나 자신이 아닐까. 밑줄 쫙.

 

프랑스와 한국을 비교해서 얻어낸 자유인 탓에 상처가 많을 수밖에. 그러나 작가가 경험한 소소한 사건들은 까마귀처럼 출근 좀비 조직원들에게 '넛지'하는 바 크다. 책표지의 유혹대로 작가의 일곱가지 제안은 컬러풀한 마법을 부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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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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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신년사를 몇 번 써본 적이 있다.  증권유관단체라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고려하고, 관련 정책 등을 반영함은 물론 다른 단체의 신년사도 참고했어야 했지만, 그 땐 그냥 쓰기에 바빴다. 회장님의 신년사라는 생각에 진땀만 흘렸지 글은 도무지 써지질 않았다.

 

그런데, 대통령의 연설문을 쓴다? 이건 전신마취 상태에서 퍼즐을 맞추는 것일게다. 상상이 안된다. 도대체 누가 할까 싶었는데 어느 지인의 소개로, 운명처럼 [대통령의 글쓰기]를 읽게 되었다.

 

51:49 던지, 99:1이던지 득표율과 상관없이 대통령은 국가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다. 모든 국민은 그의 입에 주목한다. 이해가 뒤엉켜 있는 관계국들도 예외일 수 없다. 이라크 파병 이야기는 대표적 사례다. 국내의 파병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파견을 요청한 미국, 적국이 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는 이라크, 파병되는 병사와 그들의 부모, 이 모두에게 맞는 적당한(?) 말이라는 것이 있기는 있는 걸까?

 

대통령의 말은 모두의 말이 되어 다르게 나온다. 대통령의 입장에서 볼 때, 내 편의 다른 말도 속상하긴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모두의 말이 되어 쏟아질 글을 밤새 고치는 기분은 어땠을까? 절박하고 안쓰러운 화장실 받아쓰기의 결과가 앞뒤 잘려 다른 글이 되었을 때의 심정은 또 오죽했을까?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나도 모르게 울다가 웃었다. 몸에 털이 많아졌을 것이다

 

책은 글쓰기의 방법론에 맞춰진 두 분 대통령과 저자의 일화로 구성되어 있다. 얇지 않은 두께지만 단박에 읽힐 만큼 재미있고 쉽게 쓰였다. 책 읽기와 쓰기의 보기 드문 훌륭한 교본이다. 또한 글이란 재주가 아니라 삶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책이다. 두 분 대통령을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직접 배운 것처럼 삶과 글쓰기에 대한 얼개가 세워졌다. 친절하고 소상한 저자의 글쓰기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회사원에게 글은 옷이다. 아무리 싫어도 벗을 수 없지만, 상황에 맞게 잘 갖춰입은 옷만큼 사람을 다르게 보이게 하는 것도 없다. 이 책을 통해서 삶이 묻어나는 옷 한벌 건져낸 듯 해서 거울 앞에서 뽐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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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영화관 - 그들은 어떻게 영화에서 경제를 읽어내는가
박병률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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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경제학의 가장 큰 공통점은 모두 움직임을 그 생명으로 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종합예술이라는 별칭을 얻은 것은 그 움직임을 오감을 통해 적절히 입력시키기 때문이다. 입력된 영상은 관객의 머리와 심장 사이에서 또다른 출사물을 빚어낸다.

 

경제학이 여전히 위력적인 것은 자본의 움직임을 종합했다는 착각아래 사람들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이 입력시킨 정보들은 자본주의를 살고 있는 인간들의 욕망과 두려움 사이에서 또다른 정보를 생산한다.

 

물론 영화와 경제학이 다루고 있는 움직임은 차이점 또한 가지고 있다. 영화는 감독이 사전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움직임을 배열한 것이니 만큼, 말이 움직임이지 갇혀 있다. 카메라와 스크린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경제학이 다루는 움직임은 경제학자가 사전에 그 어떤 의미도 부여할 수 없다. 그래서 통제할 수 없었던 후회가 잔뜩 묻어나는 과거의 것들이다. 과거의 움직임을 숫자로 고정시킨후, 숫자와 숫자 사이를 논리로 메꾸어 나간다. 말이 움직임이지 죽어있는 셈이다.

 

이 책, [경제학자의 영화관]은 이렇게 죽은 과거의 움직임과 사전에 조작된 움직임의 접점을 경제부 기자의 눈으로 찾아내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저자가 밝혔듯이 이 책은 매우 쉽게 쓰여졌다. 그러나 책에 소개되고 있는 경제용어와 매 꼭지마다 정리하듯 곁들인 'B컷 경제이야기'는 저자가 쉬운 것을 쉽게 쓴 것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필자는 이 책에서 소개한 영화 중 절반 가까이를 본 터라, 봤던 영화이야기가 나올 때는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을 글과 함께 재생시킬 수 있어 기뻤다. 그러나, 이제는 식상할만도 한 대공항과 금융위기 그리고 그로 인한 인간성의 왜곡과 파괴를 다룬 이야기들은 마치 처음 보는 듯 생경했다. 그런 이야기들은 중년의 회사원에겐 죽은 것도 사전에 조작된 것도 아닌 영원한 리얼 다큐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 경제학 입문서는 아니다. 그렇다고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만한 틀을 제공하지도 않는다. 그냥 가볍게 '이 영화는 이렇게도 볼 수 있겠네.' 정도다. 너무 큰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출퇴근길에 좋은 길벗으로 추천할 만 하다.

 

하나 덧붙이자면, 인간은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언어의 범위 내에서 세상을 이해한다는 평범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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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온다!
세실 앤드류스 지음, 강정임 옮김 / 한빛비즈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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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을 왜 읽냐?”

마흔을 훌쩍 넘긴 필자보다도 10살 이상 나이가 많으신 회사 윗분께서 이 책을 보시자마자 3초 만에 하신 말씀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그 분이 보신 것은 아마 노란색, 엉성한 판화 글씨체, 혁명과 작당 그리고 어쩌면 공동체라는 제목의 일부가 전부였겠지만, 필자는 그 분의 심정을 십분 이해한다. 그 분과 10년 넘게 함께 일했고, 그 동안 서로 나눈 대화를 통해 그 분이 우주로부터 부여받은 역할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부제: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온다!)’이라는 긴 제목의 이 책은 세실 앤드류스가 지었다. 구술문화를 되살리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를 유쾌하고 배려할 줄 아는 대화란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을 압축하면 이렇다. 사람이 원래 이기적이라는 주장은 생물학 등 과학적 검토에 의하면 사실이 아니며, 허상에 불과한 이기적 인간상을 기초로 세워진 교육 체계와 경쟁적 사회문화 그리고 소비자라는 획일적 인간상을 강요하는 자본주의로 말미암아 인간은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인간이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권력층의 의견을 최대한 배제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말 하고 들어줄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하고, 그러한 공동체와 대화를 이끌기 위한 철학적 기초와 몇 가지 원칙 및 행동요령을 책의 후반부에 소개하고 있다.

필자가 알고 있는 한, 대화는 권력행위이다. 심지어 어떤 철학자는 모든 언어를 명령어라고 한다. 말하고 있는 나의 세계로 들어오라! 바로 이것이 대화의 맨 얼굴이다. 저자가 말했듯이 인간은 자신의 삶을 자신이 통제할 때 행복하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고위층과 함께 있을 때 할 말을 제대로 못하고 결국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저자가 대화라는 단어 앞에 길게 나열했던 유쾌하고 배려할 줄 아는은 대화의 맨 얼굴을 감추기 위한 화장에 불과하다. 유쾌하고 배려할 줄 아는 대화의 기술을 통해서 저자 또한 자신이 주장하는 세계로 독자들을 강하게 잡아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대화의 본성을 알지 못하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책 곳곳에 대화가 힘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음을 전제로 전개되는 논리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 저자는 왜 권력행위인 대화를 그토록 아름답게 생각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사상적 소수자인 진보주의자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 저자가 직접 밝혔듯이 보수주의자들이 좋아하는 경쟁적 이미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 이 책은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한 판결문이 아니라, 마음 따뜻하고 순진하기까지 한 아마추어 시민운동가의 제안정도로 좌표를 설정한 것 같다.

보다 본질적인 두 번째 이유는 저자의 가치관이다. 저자는 절대 진리를 찾아나서는 구도자가 아니다. 저자는 직접 자신이 쾌락주의자라고 말하고 있다. 다만 저자는 자신의 쾌락의 크기와 타인의 쾌락의 크기가 서로 경쟁관계가 아니라고 한다. 양자 모두 대화를 통해서 정비례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쾌락을 바라본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각기 조각나고 고립된 개인적 행복의 총합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고 반응하여 생명력이 꿈틀거리는 국민총행복인 것이다.

그러므로 저자는 당신의 진리그들만의 진리를 공격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아예 자아의 진정한 표현이 곧 진리이고 그러므로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이 모두 진리가 될 수 있다.’라고도 한다. 극한적인 가치상대주의다.

얼핏 보면 위와 같은 가치상대주의는 매우 평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저자가 인정했듯이 모든 인간은 인정받고 존중받기를 원한다. 결국 가치상대주의는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끼리 다소 위선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힘을 발휘할 수 있어도, 주관을 형성해 준 절대적 가치관의 해석을 넘기는 어렵다. 그 대신 주관의 장벽을 애 둘러 빙 돌아가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게 된다.

이 책이 심하게 종교적인 용어나 형이상학적인 언어들로 장식되어 있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화가 전 우주적인 힘을 인간 세상에 구현하는 예배가 되어야만 저자가 말하는 맨발의 교사는 성직자로서의 자신의 역할, 우리 모두가 창조적이고 경이로운 우주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우리 각자가 우주를 관통해 흐르는 생명의 힘을 나타내는 존재임을 깨닫도록 돕는’, 을 다 할 수 있게 된다.

자원 배분과 잉여의 처리 문제가 계급투쟁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지배계급의 유지를 위해서 언어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 지, 대화의 기능이 그런 측면에서 얼마나 제한적인지 심도 있고 현실적인 고찰이 상대적으로 빈약해 아쉬웠다. 물론 구술문화를 되살리는 소명을 가진 저자에게 이런 것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생뚱맞지만, 재미있는 상상 하나를 제안한다.

작년 대선 때 있었던 일을 놓고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이 마주 앉아 있다. 그 사이에서 맨발의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대화는 힘의 가면이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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