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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영화관 - 그들은 어떻게 영화에서 경제를 읽어내는가
박병률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영화와 경제학의 가장 큰 공통점은 모두 움직임을 그 생명으로 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종합예술이라는 별칭을 얻은 것은 그 움직임을 오감을 통해 적절히 입력시키기 때문이다. 입력된 영상은 관객의 머리와 심장 사이에서 또다른 출사물을 빚어낸다.
경제학이 여전히 위력적인 것은 자본의 움직임을 종합했다는 착각아래 사람들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이 입력시킨 정보들은 자본주의를 살고 있는 인간들의 욕망과 두려움 사이에서 또다른 정보를 생산한다.
물론 영화와 경제학이 다루고 있는 움직임은 차이점 또한 가지고 있다. 영화는 감독이 사전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움직임을 배열한 것이니 만큼, 말이 움직임이지 갇혀 있다. 카메라와 스크린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경제학이 다루는 움직임은 경제학자가 사전에 그 어떤 의미도 부여할 수 없다. 그래서 통제할 수 없었던 후회가 잔뜩 묻어나는 과거의 것들이다. 과거의 움직임을 숫자로 고정시킨후, 숫자와 숫자 사이를 논리로 메꾸어 나간다. 말이 움직임이지 죽어있는 셈이다.
이 책, [경제학자의 영화관]은 이렇게 죽은 과거의 움직임과 사전에 조작된 움직임의 접점을 경제부 기자의 눈으로 찾아내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저자가 밝혔듯이 이 책은 매우 쉽게 쓰여졌다. 그러나 책에 소개되고 있는 경제용어와 매 꼭지마다 정리하듯 곁들인 'B컷 경제이야기'는 저자가 쉬운 것을 쉽게 쓴 것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필자는 이 책에서 소개한 영화 중 절반 가까이를 본 터라, 봤던 영화이야기가 나올 때는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을 글과 함께 재생시킬 수 있어 기뻤다. 그러나, 이제는 식상할만도 한 대공항과 금융위기 그리고 그로 인한 인간성의 왜곡과 파괴를 다룬 이야기들은 마치 처음 보는 듯 생경했다. 그런 이야기들은 중년의 회사원에겐 죽은 것도 사전에 조작된 것도 아닌 영원한 리얼 다큐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 경제학 입문서는 아니다. 그렇다고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만한 틀을 제공하지도 않는다. 그냥 가볍게 '이 영화는 이렇게도 볼 수 있겠네.' 정도다. 너무 큰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출퇴근길에 좋은 길벗으로 추천할 만 하다.
하나 덧붙이자면, 인간은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언어의 범위 내에서 세상을 이해한다는 평범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