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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대문 : 사서 편 - 인생에서 꼭 마주치는 질문들에 대한 동양고전의 답 ㅣ 고전의 대궐 짓기 프로젝트 1
박재희 지음 / 김영사 / 2016년 9월
평점 :
[서평] 고전의 대문을 읽고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요즘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질문. 여기 빠지게 된 이유는 알파고 때문이었다. 알파고?
그 동안 우리는 인간다움을 동물보다 뛰어난 기능에서 찾아오지 않았던가? 언어, 이성, 과학, 지식, 기술 그리고 문명. 욕구를 해결하는 기능과 기능의 조합에서 위대함을 찾았던 인간은 이제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간-아님 지성’ 앞에 두려움을 느낀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물었다. 인간이 존엄한 그 이유, 인간다움이 도대체 뭘까?
뜬금없고, 막연하여 답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는 이 거대한 물음표는 사실 오래되었다. 많은 선배들이 답변을 해 주셨다. 사서(四書)는 그 중 하나다. 『고전의 대문』은 사서, 즉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을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눈과 마음 높이에 맞춘 해설서다.
『고전의 대문』에서 저자 박재희 교수는 인간다움에 답한다. 인간다움은 우주다움이다. 우주다움은 세상 모든 존재들과의 관계다. 인간은 바로 나라는 특수성에 얽매이지 않고 나 아닌 존재와 올바르고 아름다운 보편적 관계를 창조해 나간다. 관계를 지속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만물이 변하고 있는 탓에 관계도 요동한다. 그 관계망 위에 있는 인간이 떨릴 수밖에 없다. 떨리다가 넘어지고 자빠지고 위태롭게 다시 일어나 걸어야 한다. 지난(至難)하고 지난(至難)한 길을.
『고전의 대문』의 가장 큰 특징은 입말로 쓰여 졌다는 점이다. 그래서 쉽고 명쾌하다. 사서를 글로만 배웠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삶에 적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사람만이 가능한 글이다. 인간다움은 삶의 현장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학」의 3강령과 8조목을 보자. 3강령은 명덕, 신민, 지선을, 8조목은 격물, 치지, 성의, 정심,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를 뜻한다. 그럼 이제 명덕부터 평천하까지 차례대로, 명덕은 이런 뜻이고 그 문헌적 근거는 뭐고로 이어진 책들이 많다. 그래서 독자는 답답해진 가슴을 참지 못하고 책을 덮기 일쑤였다.
『고전의 대문』은 우물쭈물되지 않는다. 명덕(明德)-자기 계발, 신민(新民)-주변 경영, 지선(至善)-성과달성으로 해석한다. 물론 그렇게 정리되기까지 우리 시대 일상어로 개념 마사지를 사전에 충분히 한다. 마지막엔 표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나중엔 표만 봐도 개념과 실천방법들이 살아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런 해석과 정리는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지 않으며 불가능하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대학, 논어, 맹자 그리고 중용까지 끊임없이 물으면서 읽었다. 돌아가신 신영복 교수님께서 하셨던 동양고전 강연이 많이 생각났다. 박재희 교수님께서 신영복 교수님처럼 후학들을 위해 자신의 삶이 사서로 인하여 어떻게 아프고 위로받고 공유되었는지를 고민하셨기 때문이리라. 사서를 읽는 참 맛은 숨 쉬는 사람무늬에 감격할 때가 아닐까.
글 뜻은 문자로 푸는 게 아니다. 삶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사서는 더욱 그렇다. 공자, 맹자, 주자 등 성현들이 한 글자씩 심서(心書)에 적으신 말씀이 우리 조상들의 정신과 마음을 깨웠듯이,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 역시 견인해 주시길 이 책을 통해 바라마지 않는다. 푸념과 포기를 넘어 함께 살아가려는 배려와 봉사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