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 시공을 초월한 전쟁론의 고전 명역고전 시리즈
손무 지음,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손자병법을 읽고

 

오늘날 손자병법을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손자병법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을 설명한 책 아닌가? 오늘날 우리는 평화를 만끽하고 있는데 왜 병법을 읽어야 하는가?

 

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오늘날도 전쟁 중이기 때문이다. 왜 전쟁 중인가? 전쟁은 국가라는 거대 타자에 의해 강요되어 생명조차 장담할 수 없는 폭력 구조다. 그러므로 소소한 개인들은 전쟁에 책임이 없다. 전쟁이 나쁜 이유는 그 사태에 관여하지 않은 개인이 자신을 실현하기 위한 생명권과 기본적 자유권을 원천적으로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의 삶은 어떤가? 거대한 타자에 의해 기본적인 자유권마저 박탈당하고 있지는 않은가? 현대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삼위일체, 즉 민주주의, 자본주의, 공리주의는 개인은 없고 다수만 있다. 최대 다수의 행복 속에서 개인의 다양한 생명 표현과 선택 자유는 봉쇄된다. 마치 전쟁처럼 말이다. 다수는 이미 내가 아니다. 다수는 국가 또는 권력에 의해 생명을 부여받은 그 무엇이다. 다수 속에 내가 있다고 관념화 될 뿐이다. 이렇게 볼 때, 손자병법은 오늘날 한 개별 인간이 매일 겪는 전쟁을 인식하고 자기답게 살기 위한 지침서로서 그 가치가 더욱 높다고 생각된다.

 

시공을 초월한 전쟁론의 고전손자병법6,200여자에 불과한 손자병법의 압축과 현묘의 철학을 충실히 풀어내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책 첫 머리에 전체 해제가 있다. 각 편의 맨 앞에 다시 편별 해제가 있다. 그 후 원문을 충실히 번역한 글이 이어진다. 이어 다시 해설이 있고, 각 편의 마지막에는 관련 전례를 소개한다. 마치 노자철학을 보는 듯한 표현들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일상용어로 개념을 형성해 주어야 한다. 사례가 있다면 더욱 좋다. 이 책은 독자를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

 

특히 각주(脚註)로 처리된 번역 이유는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원문을 번역한 이유를 명확히 하여 기존 해석과의 연대와 차별을 함께 도모하였다. 사례는 널리 알려진 삼국지와 수호지에서 인용하고 있어 손자의 집필의도를 구체적인 인물들과 사건 속에서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해제에도 잘 나와 있듯, 상황을 헤아려 적절하게 판단하고 전략과 전술을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뜻하는 솔연(率然)’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역설적이지만 손자병법을 읽은 후, 강요의 세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인간다움을 회복해야 하는 구나를 절실히 느꼈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물질적 기반까지 모두 파괴하는 전쟁은 해서는 안 된다. 전쟁의 핵심 요소인 , , , , 은 결국 그것을 읽고 적용하려는 인간의 태도와 능력에 대한 것이다. 사람이 무너지면 그 어떤 일도 해낼 수 없다. 하물며 국가 역량을 총 동원해야 하는 전쟁에서 왕, 장군, 군사, 백성들이 각기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아무리 유리한 조건이라도 승리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인간다움은 어떻게 회복할 수 있겠는가? 지기(知己)가 먼저다. 지피(知彼)는 나를 통해서 나온다. 내가 왜곡되어 있는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야 적에 대한 정보를 신뢰할 수 있다. 지기가 되어 있지 않다면 병력의 수와 익숙한 지형 그리고 풍부한 물자는 모두 적의 것이 될 수도 있다.

 

손자병법이 고전인 이유 중 하나는 독자의 읽기를 충분히 받아 준다는 넉넉함이다. 무리한 읽기를 방지하기 위해 저자는 많은 배려를 했다. 그 속에서 지금 나를 돌아보고, 다른 사람의 처지를 살피는 것이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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