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하는 동양고전 입문 - 하룻밤에 읽고 배운 지혜를 만든 지식
이현성 지음 / 스타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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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도를 펴 보자.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동양인가? 애매하다. 당연하다. 동양은 물리적 공간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양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역사가 섞인 종합 개념이다. 그러므로 동양은 서양과 비교될 때만 의미가 또렷해진다. 그렇다면 동양을 동양으로 묶는 공통점이란 뭘까? 서양과 갈라서는 차이점은 무엇일까?

 

 

처음 시작하는 동양고전 입문은 중국, 한자, 유학을 공통분모로 잡았다. 여기에 한 가지 보태자면, 이상적 인간상을 바탕으로 한 공통된 논리구조다. 이는 보통 3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는 이상적이다. 군자, 성인, 도인 등을 밑바탕으로 두거나 목표로 선언한다. 2단계는 현실적 문제를 인정한다. 현실은 욕심, (), (), 미혹 등이 작용하기에 목표를 실현하기가 매우 어렵다. 3단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수신, 공부, 격물치지 등을 통하여 1단계 목표를 달성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고전은 논어, 노자, 장자, 맹자, 순자, 근사록, 채근담, 전습록, 좌전, 사기, 삼국지, 십팔사략 등 모두 12권이다. 이름만으로도 뿌듯하다. 대부분 예전에 읽었지만, 전혀 상관없다. 고전이기 때문이다. 고전은 매번 다르다. 감동받는 문장도 다르다.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고전이다. 저자가 강조한 문장 중에 전혀 기억나지 않는 내용도 많았지만 고전이 품고 있는 묵직한 울림을 느끼기엔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가끔 동의할 수 없는 해석도 보인다. 예컨대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먼저 배려하고 양보하고 욕심내지 말라는 내용을 계산된 행동으로 파악한 부분이다. 사실 인간관계는 계속 변하면서 지속되기 때문에 어떤 시점을 뚝 잘라내 손익을 계산할 순 없다. 계산한 들 상황에 따라 값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오히려 고전텍스트는 이익을 초월하는 삶의 변화가능성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인생이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결과를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니까.

 

 

이 책을 읽은 후 남는 가르침 중 제일은 중용이다. 중용은 언제나 동양을 지배해 왔다. 서양이 저 높은 곳에 있는 절대 진리(이데아)를 향해 몸부림치다가 그 중심축이 사람의 이성과 언어와 삶 자체로 옮겨졌다면, 동양은 바로 여기에서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의 사이좋게 지내는 관계를 중요시 여겼다. 이것이 중용, 즉 균형감 있는 생각과 행동을 강조한 이유다. 균형과 형평은 양극화가 구조화된 오늘날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이 책은 12권의 동양고전을 침착하게 잘 정리해서 담았다. 책마다 저자의 삶과 개요를 앞에 실어 놓아 처음 고전을 접하는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유명한 구절은 맨 뒤로 편집해서 나중에 찾아볼 때 편리하다. 동양고전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을 가진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충실한 책읽기 후 친절한 입문서를 남겨준 저자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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