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랑 나남창작선 117
김용희 지음 / 나남출판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날 눈을 떠 보니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 주변의 다른 모든 사람들은 나를 아는것 같은데, 스스로는 자신이 누구이며 왜 이런 상황에 있는지 낯설기만 하다. 그래서 자신이 누구인지 과거가 어떠한지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에서 하나둘 드러나는 자신과 얽힌 과거의 이야기들. 어쩌면 약간 진부한 줄거리일 수 있지만 주인공과 시대상이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읽는 동안 주인공에 몰입되어 갈수록 어느 한 사람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그 시대의 우리민족 전체가 겪었던 정신적인 문제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 지우고 싶은 과거였기에 기억하지 못하다가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여 결국은 과거를 백일하에 드러내야 했던 그 아픔.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결코 모든 것을 다 드러내지 못하고 일부분만은 가려져야 했던 일들이 가슴을 저미게 한다.

한국이름 이해랑, 일본이름 마츠무라 준이치로. 일제강점기 독립투쟁을 위한 조직의 밀정이 되기 위하여 뼛속까지 일본인으로 변화하기 위하여 일본 경무국장의 양아들로 변신한 주인공이다. 그러나, 총상을 입고 기억을 잃은 상태로 깨어나 스스로를 찾아 가는 과정에서 일본인들은 밀정 이해랑을 찾아서 제거하려 들고, 한국인들은 친일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마츠무라를 제거하려고 든다. 그 와중에 친일 고등경찰을 지냈던 사람은 일제의 허위 정보인 금괴를 찾으려 이해랑을 쫒는다. 어느쪽으로도 탈출구를 찾을수 없는 주인공의 끊임없는 생존 투쟁의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은 스스로의 정체성에 수많은 의문을 제기한다. 스스로가 조선인인지 일본인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자문을 하고 있다.

이야기는 결국 이해랑은 자신이 조선인으로 밀정이 되었음을 인정받고 조선인으로써의 행복한 삶을 이어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과정에서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밀정지만 조선예약단의 단장에까지 이르는 국재명의 비리가 드러나게 되는데, 우리시대의 단면을 꼭 찝어내는 것 같아 가슴이 쓰려온다. 아직도 친일파가 물질적으로 부유하게 평온한 삶을 영위하고 독립투사들의 후손이 생활을 연명하는 것을 보면서 두 장면이 소설책위로 오버랩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마지막 이해랑의 이모라고 불리는 여자의 독백에서 엄청난 반전을 일으킨다. 이해랑은 자기가 지어준 이름이며, 옆집 일본사람집의 둘째아들인데, 첫째아들과 어머니의 죽음 직후 자신이 그 둘째를 데려다가 마치 조선인인양 조선예악단에 팔아넘겼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연 주인공은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그토록 찾아헤메던 자신의 정체성을 올바로 찾은 것일까? 저자가 모든 독자에게 물어보는 질문인 나는/당신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마지막 읖조림을 넣어둔것은 아닐까?

시대 배경이 일제강점기이기에 우리의 많은 선조들이 자신을 버리고 세상에 순응하여 살아남아야 했기에 이 이야기는 더욱더 읽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을 저미게 한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될수도 있기에. 알려진 사실과 진실은 또 다들수 있지마 알려진대로 살아가는 우리들이 과연 진실을 모른채 누구에게 죄를 물을수 있을 것인가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가상의 소설이기는 하지만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이며, 어떤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가장 원초적인 질문을 던져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동하라 - 생각을 멈추고 지금 당장 시작하라
스티븐 프레스필드 지음, 박성준 외 옮김 / 레디셋고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경기 침체기에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자기개발서를 찾는다. 자신이 가진 능력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해보고 이를 극대화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보강하는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자문해보면 자신의 재능은 이것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 직장생활에서 자신의 재능과 적성에 맞게 일할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러저러한 생각으로 고민을 하지 말고 지금 계획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염두에 두고서 이책 "행동하라"를 펼쳐보기를 바란다. 내가 현재 계획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감이 올 것이다.

어떤 과제를 시작할때, 너무 계획에 집중하는 것은 아닌가? 저자는 스스로가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만 생각한 후에 구체적인 계획이 없더라도 바로 행동으로 옮겨서 시작하라고 한다. 그렇게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 속에 주위에 저항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편안하고 안전하고 변화없는 속에서 안주하고자 하는 모든 유혹이 바로 저항인데, 이 저항은 매우 지능적이고 영원히 사라지지 않으면서 우리의 생각과 성취욕을 완전히 파괴할때까지 집요하게 괴롭힌다는 것이다.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바로 이성적으로 깊이 고민하고 철저한 세부계획을 완성하여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직관에 의존하여서 바로 큰 목표를 향해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일을 시작하게 되면 주변에서 도움도 얻게 되고 초기에 탄력을 받아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된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긍정적인 자세로 인하여 도움을 받게된다. 그러나 여기에 도취되어서는 안되며, 바로 이순간 필요한 것이 바로 현황과 계획에 대한 리서치가 필요하다. 행동하여 앞으로 나아가지만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초기의 긍정적인 도움보다 더 큰 저항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과제를 하고자하는 나의 마음이 얼마나 절실한가에 따라서 장애물을 넘어가거나 돌아가거나 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대부분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이미 큰 그림만 있을뿐 작은성공과 넘어야 할 거대한 장벽을 만났을 뿐이다. 이 순간을 극복하여 나가는 자만이 성공의 기쁨을 누릴수 있는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변해가는 환경에 맞춰서 계획을 수정하고 필요한 부분을 더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련스러워 보일 정도로 우직하게 일을 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직함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저항을 극복하고 나면 어느새 처음 목표로 했던 과제의 결과를 얻는 순간에 이르렀음을 알게 된다.

책을 펼쳐서 끝까지 읽는 순간까지 마치 내 머리속에 넣어두었던 과제를 직접 시작해서 끝맺음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매순간순간 마다 생각해볼수 있는 느낌들이 바로바로 가슴에 와 닿는다.

지금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는가? 아니면 이미 시작한 프로젝트가 힘든 벽에 막혀서 전혀 진전이 없는가? 아니면 이미 프로젝트의 마무리 단계에서 성공을 기대하고 있는가? 그 어느 시점에 있어도 이 책을 펼쳐본다면 각자가 처한 순간에 어떠한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할지 느낌이 올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속독으로 한번 읽고 천천히 다시 책을 펴보라고 한다는 의미가 바로 이런 의미가 아닐까? 지금 큰 장애물을 만나서 해답이 없어 보이는 암흑같은 상황을 헤메이는데, 어디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도 모르고 포기해야 하나 괜히 시작했나 하는 지금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은 우직하게 현재의 일에 매달리는 것이다. 미래에 성공을 확신하고서.. 어떠한 결말이 올지는 내가 얼마나 우직하게 해나가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흔들리는 지금 이 책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픈 책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해야 청춘 - 서툴지만 포기하기엔 이른 당신을 향한 독설
김용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떻게 살것인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있을까? 모두다 제각각 경험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처한 환경이 다르기에 이것이 정답이라고 이야기 할수는 없을 것이다. 현시대의 청춘들이 고민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수많은 제안중에 여기에 또 한가지 색다른 제안이 있다. 바로 야(野) 하게 살라는 것이다. 무슨 뜽금없는 소리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80년대 90년대의 젊은층들은 그 이전세대들 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고, 힘든길을 가려는 것보다는 안정적인 길을 걷고자 하고 이와 더불어서 시대의 상황마저도 산업화 시대에서 정보화 시대로 변화하면서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기에 동물원의 맹수처럼 타고난 사냥 능력이 있지만 동물원과 같은 안정한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면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동물원 내부의 세상에 만족하고 그 외부세계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한 개인의 문제라면 상관없지만 우리 사회의 모든 젊은 주역들이 비슷한 생각에 젖어있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코 밝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젊음은 최고의 무기가 아니던가? 이 세상의 그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젊음인데, 현재의 생활에 안주하지 말고 야생으로 뛰쳐 나갈것을 권하고 있다.

안정화된 대기업의 삶에 만족하지 말고 스스로 변화무쌍한 벤처등의 새로운 환경에 과감히 도전하기를 주문하고 있다. 물론 편안하고 부족함이 없는 삶에서 두렵고 험난한 야생으로 나아가기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기성세대로써 내자식에게도 그렇게 쉽게 이야기할수 있을까라고 저자 스스로도 자문해보지만 젊은 청년이기에 충분히 도전하고 쓰러지고 일어날수 있기 때문에 도전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모든 젊은이들이 다 그렇게 야생으로 나아가지는 않겠지만 그 선택을 스스로 생각해보고 결정할 것을 말하고 있다. 그저 남들이 하는 것처럼 똑같이 생각없이 살아가다보면 결국 스스로가 동물원 속에 같힌 맹수로써 삶을 마감하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에 성공한 애플의 스티브잡스, 페이스북의 주커버그, 인스타그램의 케빈 시스트롬 이들 모두는 결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히 야생으로 뛰쳐나갔기에 정보화 사회라는 초원을 주름잡는 맹수가 될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비록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청년시절에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남들처럼 대기업이 원하는 부속품으로서의 스펙을 쌓기에 몰입하는 것보다 스스로의 브랜드를 창조할 수 있는 환경에 과감히 나서기를 권하고 있다. 세상은 산업화 사회에서 규격화된 사람을 필요로하는 시대에서 변화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필요한 사람은 로봇과 같이 일정한 일을 수행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엉뚱하고 창조적인 사람을 필요로 하는 사회임을 인지한다면 힘든 이 시기의 청년들은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안정된 세상을 버리고 광활하고 거친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것.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가야하는 길이라면 그 선두에는 다음세대의 주인공이 될 사람이 서야 하지 않을까? 그 속에 우리 시대의 대한민국의 청년들도 포함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그저 안정된 삶을 추구하려고 스펙쌓기만 고집하는 청년들이라면 꼭 한번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춘 파산 - 2014년 제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김의경 지음 / 민음사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년실업이 우리사회를 강타하면서 수많은 젊은이들을 절망속으로 던져 넣고 있다. 그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어떠한 미래를 꿈꿔야할지 자신있게 누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부모님의 사업실패로 인하여 빚더미와 더불어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유지해나가는 주인공 백인주의 이야기를 담은 "청춘파산"은 이 시대 청춘들이 직면할 수 있는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소설이라고 하기보다는 주변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느낌이다.

동네마다 다른  상가수첩을 집집마다 넣어주기 위해서 그 수첩을 작은 봉고차에서 담고 있는 주인공 인주, 담아진 수첩들을 제각각 맡은 구역으로 하나씩 나르는 중후와 아이들, 그리고 이들의 일을 관리감독하는 팀장과 봉고차를 운전하는 퇴직한 기사가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서울의 각 동네마다 주인공 백인주와 그 동네와 얽혀 있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주인공의 과거를 알게되고, 또 얼마나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내왔는지도 알게해준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빚쟁이들에게 쫒겨 여러번 도망치는 것처럼 이사하게 되는 것은 이시대의 취약계층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가까스로 구한 직장을 열심히 생활해서 빚을 갚아야 하건만 아이러니 하게도 빚쟁이들의 독촉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연민의 마음을 느끼게 한다. 그런 와중에서도 환경에 굴하지 않고 현실에 직면하고 삶을 이어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작은 희망을 보여준다.

밝고 쾌활한 중후는 자신의 상황에 어렵고 힘든 것을 팀장에게 투정하는 것이 마치 현재의 청춘이 힘든 것은 기성세대 때문이라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는 팀장이 꽤를 부리고 일을 땡땡이치려는 아이들에게 허약하다는 식의 말로 더욱 일을 독려하는 모습에서 기성세대의 모습을 풍기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정작 팀장 역시 사장의 하수인에 불과한 자본주의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가수첩을 돌리는 아르바이트 마지막날 회식에 앞서 개근을 한 중후가 받는 추가금액 5000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이미 예상한 주인공과 팀장은 기대하지말라고 하지만 잔뜩 기대한 중후는 허탈해 마지 않는다. 최대한의 노동력을 뽑아내고 최소한의 비용을 지불하는 전형적인 물질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모습이라고 여겨진다. 극명하게 대립되는 사회계층을 대비시켜 놓았지만, 주인공 백인주는 내년에도 다시 이 아르바이트를 할거며, 업무 인수인계를 내년으로 돌리는 모습에서 현재의 모습이 쉽게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렇지만 힘들어도 내년에 또 아르바이트를 할거라는 것은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시대의 젊은 청춘들이 언제나 절망하고 쓰러져버릴것 같아도 해가 바뀌고 봄이 오면 마른땅에 풀이 솟아나듯이 그렇게 새로운 희망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춘 파산 - 2014년 제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김의경 지음 / 민음사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8만원 세대, 청년실업 등이 우리사회를 강타하면서 수많은 젊은이들을 절망속으로 던져 넣고 있다. 그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어떠한 미래를 꿈꿔야할지 자신있게 누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부모님의 사업실패로 인하여 빚더미와 더불어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유지해나가는 주인공 백인주의 이야기를 담은 "청춘파산"은 이 시대 청춘들이 직면할 수 있는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소설이라고 하기보다는 주변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느낌이다.

대문이나 현관문앞에 놓여져 있는 상가수첩, 그저 누군가가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 가져다 놓았을 것이라 생각하며 바로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린 적도 있었던 다양한 음식점과 각종 가게들이 정리되어 있던 수첩이 아니던가? 동네마다 다른 그 수첩을 작은 봉고차에서 담고 있는 주인공 인주, 담아진 수첩들을 제각각 맡은 구역으로 하나씩 나르는 중후와 아이들, 그리고 이들의 일을 관리감독하는 팀장과 봉고차를 운전하는 퇴직한 기사들이 이야기를 꾸려간다. 상가수첩을 서울의 각 동네마다 돌리면서 주인공 백인주와 그 동네와 얽혀 있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주인공의 과거를 알게되고, 또 얼마나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내왔는지도 알게해준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빚쟁이들에게 쫒겨 여러번 도망치는 것처럼 이사하게 되는 것은 이시대의 취약계층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가까스로 구한 직장을 열심히 생활해서 빚을 갚아야 하건만 아이러니 하게도 빚쟁이들의 독촉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연민의 마음을 느끼게 한다. 그런 와중에서도 환경에 굴하지 않고 현실에 직면하고 삶을 이어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작은 희망을 보여준다.

밝고 쾌활한 중후는 자신의 상황에 어렵고 힘든 것을 팀장에게 투정하는 것이 마치 현재의 청춘이 힘든 것은 기성세대 때문이라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는 팀장이 꽤를 부리고 일을 땡땡이치려는 아이들에게 허약하다는 식의 말로 더욱 일을 독려하는 모습에서 기성세대의 모습을 풍기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정작 팀장 역시 사장의 하수인에 불과한 자본주의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가수첩을 돌리는 아르바이트 마지막날 회식에 앞서 개근을 한 중후가 받는 추가금액 5000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이미 예상한 주인공과 팀장은 기대하지말라고 하지만 잔뜩 기대한 중후는 허탈해 마지 않는다. 최대한의 노동력을 뽑아내고 최소한의 비용을 지불하는 전형적인 물질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모습이라고 여겨진다. 극명하게 대립되는 사회계층을 대비시켜 놓았지만, 주인공 백인주는 내년에도 다시 이 아르바이트를 할거며, 업무 인수인계를 내년으로 돌리는 모습에서 현재의 모습이 쉽게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렇지만 힘들어도 내년에 또 아르바이트를 할거라는 것은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시대의 젊은 청춘들이 언제나 절망하고 쓰러져버릴것 같아도 해가 바뀌고 봄이 오면 마른땅에 풀이 솟아나듯이 그렇게 새로운 희망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이러한 희망이 있기에 "청춘파산"은 젊음이라는 무기로 회복될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려는 것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