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 물욕 먼슬리에세이 1
신예희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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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는 행복을 살 수가 없다고 합니다. 행복을 살만큼 돈이 없기 때문이래요. 많은 세월을 살아오다보니 인생은 돈으로 귀결되버립니다. 그것이 슬퍼요. 돈 말고도 더 소중한 가치들이 많을텐데 이야기의 끝엔 언제나 돈이네요. 근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속물처럼 생각합니다. 한국에선 돈 이야기 자체를 불편하게 생각합니다. 돈이 많은 사람이 돈 이야기를 하면 돈자랑처럼 생각하며 속물처럼 재수없어하고, 돈 없는 사람이 한탄하면 그 역시 돈만 아는 사람이라는 둥, 그저 돈 돈 돈얘기 뿐이냐고 돈 밖에 모르냐며 이것도 속물처럼 생각합니다. 많아도 탈, 없어도 탈.


우리는 어릴 적부터 근검 절약이 미덕이라고 배웠습니다. 아껴야 잘 산다고 했습니다. 낭비는 망국의 지름길이고 경계해야 한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어요. 어릴 때부터 물건이건 돈이건 허투루 쓰면 엄마의 스매싱이 등짝으로 날라왔다..는 건 거짓말이고 엄마는 때리진 않으셨지만 아끼고 절약하는 것이 습관처럼 된 분이라 저도 엄마를 본받아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습니다. 나이를 먹고 난 지금은 저의 소비 패턴은 절약과 지지리 궁상의 그 어디메쯤 있는 것 같습니다. 비싼 것이 뭐가 좋아도 좋은 걸 알면서도 비싼 물건을 두고 옆에 있는 싼걸 집어들고, 과도하게 아끼고, 모셔두고, 간직하고.. 작가가 얘기하는 '소비의 죄책감'이란 표현이 어떤 것인지 너무 잘 알고 있어요. 그러는 과정에서 숱하게 자신을 설득합니다. 비싼거나 싼거나 거기서 거기야. 똑같아. 집에 있는데 뭘 또 사. 비싸기만 하고 그렇게 좋지도 않아서 돈 값도 못하는거야.


이런 사람이라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은 잘 알지 못합니다. 아니, 잘 알지만서도 돈지랄은 어쩐지 손이 떨리고 가슴이 떨려서 못하게 됩니다. 돈지랄이란 말에는 부정적이고 나쁜 이미지가 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좋은 돈지랄은 친구가 소고기를 사줄 때 정도 뿐이겠죠. 그 외에 내가 쓰는 모든 돈지랄은 나쁜 것처럼 느껴집니다. 글을 읽어보니 작가도 처음엔 저와 같은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궁상의 정도가 저만큼 되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성향이 있는 것 같네요. 푼돈에 손을 떨고, 아끼다 똥되고, 대용량의 함정에 빠지고. 그러고 보면 세상 사는 건 다 똑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누구나 다 거기고 거기고 다 똑같이 산다던가요. 차이점은 누군가는 계속 그 상태로 사는거고, 누군가는 그런 생활을 벗어난다는 차이 뿐이겠죠. 물론 그런 생활을 벗어나는게 너무나 대단하고, 훌륭하고 웰컴투돈지랄월드라 외칠 만큼 화려한 인생인 반면, 여전히 싸고, 양많고, 대용량을 사서 쟁여두고 아끼는 생활이 찌질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은 아니지만 소비의 가치와 그 주체를 잘 생각해보고 소비의 우선순위를 돈이 아닌 사람이나 시간과 같은 다른 가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할 필요는 느낍니다.


작가의 글을 읽으면 정말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즐겁고 동질감도 느낍니다. 나혼자산다 같은 방송을 보며 낯설지 않는 모습에 호감을 느끼고, 가깝게 생각하는 그런 것 같아요. 당연히 모든 것이 똑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부분이 더 많을 것 같지만 몇몇 킬링 파트에서 너와 나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흐뭇하게 웃게 되는 기분입니다. 한마디로 공감입니다. 아까는 자신이 지지리 궁상이란 말을 했지만 사실은 돈지랄을 해보기도 했고, 그 지랄로 후회도 해봤고, 만족스러워하기도 해봤어요. 그래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어떤건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지 잘 알겠네요.


작가는 돈지랄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소비관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습니다. 과거의 소비 스타일, 살면서 조금씩 바뀐 패턴, 돈에 대한 마인드, 욕망 들을 말이죠. 이야기 끝에 70년대 공익광고같은 덮어놓고 쓰다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거나 원없이 돈지랄을 해봤지만 그래도 아끼는 게 낫더라 식의 교훈과 표어가 등장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애초에 그런 말을 하려는 것도 아니었구요. 돈과 소비에 관련된 자신의 생각과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지금 현재에 지극히 만족하며 그것으로 족하다는 식입니다. 꼭 돈지랄의 기쁨을 역설하지 않더라도 돈지랄을 하며 만족해하는 썰을 푸는 것만으로 돈지랄의 효용성과 즐거움을 표현한다는 전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의도 역시 없어 보입니다. 그냥 돈에 대해 솔직해지고 한번 토킹어바웃 해보자는 것 뿐이에요. 덕분에 저도 저 나름대로 돈, 소비, 욕망, 돈지랄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구요. 사실 요즘 들어 절약과 소비에 대한 내면의 갈등이 많아지고 있는데 거기에 불을 지른 셈입니다.


신예희 작가의 글빨이 너무 좋아서 너무 재미있습니다. 작가의 어투나 개그 코드가 평소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이라 글을 읽는 것이 더욱 신납니다. 이렇게 유쾌하게 글을 쓰고 재미있는 생각을 하는 사람의 평소 일상은 어떨까 궁금해지기 까지 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재미있고 유쾌한 글을 쓴다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젠체 하는 글이 아니라 주말 예능의 자막처럼 쉽고, 가볍고, 일상에서 많이 쓰는 평범한 언어만으로 정확하고 명확하게 의견을 전달합니다. 하고픈 말을 어려운 말 속에 숨겨서 복잡하게 말하지 않고, 친구에게 카톡으로 말하듯 편하게 얘기해서 술술 읽힙니다. 문장력도 좋아서 평소 많이 느끼는 감정이고, 항상 머리 속을 맴도는 생각인데 막상 말로 표현하자니 구체적으로 잘 말하지 못하는 애매한 감정을 명확한 글로, 심지어 아주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어서 막혔던 수능 언어능력 시험의 답을 찾은 듯한 명쾌함이 느껴집니다. 그래 맞아,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이거야, 내 말이 이거라고. 같은 느낌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글입니다. 많은 공감과 즐거움을 주는 돈지랄 이야기였고, 작가의 글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다른 글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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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와 4시, 나는 차를 마신다 - 대한민국 티 블렌딩 마스터 이소연의 일상 속 우아하고 여유 있는 낭만, Tea Life
이소연 지음 / 라온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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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건강을 위해 커피를 줄이고 여러가지 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녹차, 보이차를 주로 마시고 간간히 홍차, 우롱차, 히비스커스차 등도 마시고 있습니다. 차라고는 하지만 거창하게 차구를 이용하여 차를 우려내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주로 티백을 이용하거나 차가루를 티포트에 우려서 마시는 정도의 수준입니다. 사실 아직 차라고 하면 녹차나 홍차, 보이차 정도 밖에는 알지 못하고, 제대로 된 차도나 차를 잘 우리는 법 같은 차에 관련된 지식도 전혀 없습니다. 최근 들어 이런저런 차를 자주 마시긴 하지만 그저 커피 대신 마시는 기호식품을 소비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차를 마실 때도 적당한 물 온도나 우려내는 시간 등도 제멋대로입니다. 커피를 끓일 때처럼 아주 뜨거운 물에 대충 이정도면 됐겠지 하는 정도로 우려내서 마시는 사실상 차알못입니다. 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차의 맛을 알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맛을 찾아내고, 그 맛을 즐기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이 책은 그저 차를 소개하고, 레시피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블렌딩에 관한 책입니다. 여러가지 맛을 조합하여 원하는 맛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물론 차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도 제공하고 있으므로 저처럼 차에 대해 알지 못하는 문외한 차알못도 차에 대해 이해하고, 배워서 나만의 맛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차 애호가들의 65%가 블렌딩 된 차를 즐긴다고 합니다. 두 가지 이상의 재료들이 어우러져서 풍부한 향과 아름다운 색,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어서 기존의 차와는 차별화 된 맛을 즐기고자 하는 젊은 사람들의 취향에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블렌딩할 수 있는 조합은 무궁무진하므로 계속해서 새로운 맛을 찾아가는 재미와 모험가의 마음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맛에 도전해볼 수 있는 것도 티블렌딩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책은 총 4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첫번째는 차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 차 블렌딩에 관한 정보 전달입니다. 티 블렌딩을 위한 준비, 재료 손질과 실제로 차를 침출하는 방법 등을 다룹니다. 두번째는 저자가 추천해주는 티 블렌딩 레시피입니다. 그동안 저자가 고안했던 티 블렌딩을 소개하는 것인데 그 티 블렌딩을 하게 된 배경이나 맛과 효능 설명 그리고 레시피입니다. 3장은 티 블렌딩을 음료로 즐길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하고 마지막 4장에선 티 블렌딩에 사용할 수 있는 재료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각각의 성질과 맛의 특징, 블렌딩 시의 유의사항, 효능 등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차를 가까우면서도 먼 음료라고 표현했는데 과연 우리는 평소 차를 쉽게 많이 마시지만 정작 차에 대한 지식은 많이 없고, 차라고 하면 어려운 다도부터 떠올리게 되는 가깝지만은 않은 먼 음료입니다. 정통적인 방식의 차 마시는 법은 절차나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차를 우려내고, 차기를 관리하는 등의 방식 또한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이렇게 예절과 법도를 따지고, 어려운 절차 때문에 차는 커피보다 상대적으로 접근하기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게다가 중국식 용어에서 따온 차 용어도 익숙치 않고, 한자어라서 생소하고 어렵다보니 더욱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차의 종류는 백차, 녹차, 청차, 황차, 홍차, 흑차의 여섯가지로 나뉜다고 합니다. 흔히 녹차와 홍차 두 가지로만 생각했는데 더 많은 종류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청차는 우롱차를 말하고, 보이차가 흑차라고 합니다. 보이차를 마시면서도 이를 흑차라고 한다는 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여섯가지의 차가 각각 맛과 효능이 다 다르므로 자신이 마시는 차가 어떤 차인지, 어떤 효능인지 알고 마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책에는 차에 대한 정보가 아주 자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책에 나온 차의 맛 표현 중에 바디감이 강하다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정확이 어떤 걸 뜻하는지 모르겠네요. 와인에도 바디감이란 표현을 많이 하던데 와인을 마시지 않아서 바디감이란 맛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네요. 그외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없고 아주 자세히 차에 대해 설명되어 있습니다.


티 블렌딩은 단순히 차를 섞은 것이 아니라 차 고유의 재료가 가지고 있는 맛과 향을 즐기고, 차가 지닌 유효 성분과 효능을 얻기 위해 음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두 가지 이상의 맛을 어우러지게 하여 독특하고 더 좋은 맛을 찾아내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재료가 가진 성분과 효능까지 생각해서 만든다니 블렌딩은 맛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었네요. 티 블렌딩은 총 다섯가지 종류가 있는데 두 가지 종류의 찻잎을 더하는 블렌드 티, 차잎에 아로마를 더하는 가미차, 찻잎에 꽃이나 풀, 약재, 과일 등의 허브를 더하는 가향차, 허브와 허브를 더하는 허브 블랜드, 찻잎과 아로마, 허브를 전부 혼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티 블렌딩은 그냥 둘 이상의 차잎이나 재료를 섞어서 만드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이렇게 알고 나니 티 블렌딩이라는 것이 그저 여러 재료를 섞어서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티 블렌딩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쉽지 않네요. 운료를 보관하고 고르는 방법, 배합 비율을 정하고 배합하는 과정, 포장과 보관 까지 정성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티 블렌딩은 후각, 시각, 미각 등 모든 감각을 필요로 하는 예민한 작업이라 티 블렌딩에 적합한 장소까지 신경써야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티 블렌딩의 세계는 굉장히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작업을 통해 이루어 지고 있었네요.


서로 다른 재료의 개성을 살려서 새로운 맛과 의미를 담아내는 티 블렌딩은 차에 대한 이해와 재료 가각의 맛과 조화를 알지 못하면 좋은 맛을 찾아낼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재료에 대한 이해력이 뛰어나야 할 것 같은데 4장에서는 각종 티 원료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쉽게 마시는 전통차 재료에서부터, 한약재, 꽃, 향신료, 채소, 과일, 허브류 까지 종류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습니다. 처음 보는 재료들도 있어서 그 재료들은 어떤 맛과 향을 낼지 궁금해서 설명을 자세히 읽어보았습니다. 아는 맛의 원재료들도 그것들을 브렌딩하면 어떤 맛이 탄생할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아서 직접 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네요.


커피나 늘 마시는 평범한 차에 질렸다면 티 블렌딩을 통해 나만의 차를 만들어서 마셔보고, 새로운 맛에 도전해보면 즐겁고 건강한 취미생활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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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의 모든 봄날들 - 엄마와 함께한 가장 푸르른 날들의 기록
송정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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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아빠를 먼저 떠나보내고난 후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겠노라고 다짐했지만 지난 2년동안 그다지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진 못했다. 함께 나들이를 가고, 쇼핑을 하고, 운동을 하고, 꽃놀이를 하고, 외식을 하고. 예전보다는 함께 특별한 시간을 더 보내긴 했지만 여전히 그냥 평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이 더 많다. 언젠가 어떤날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는 이런 평범한 일상 조차 그리워질 날이 오겠지만 일상이란 이름으로 어제와 오늘이 구분되지 않는 그런 흐릿한 하루가 아니라 나중에 조금 더 기억에 남을만한 어떤 일, 무언가를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은 늘 있어 왔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난 그리 잘 노는 아이도 아니고, 아이디어가 많은 종류의 사람도 아닌지라 뭘 하면 좋을지 마땅히 좋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늘 함께여서, 항상 편한 일상을 함께 하고 있어서, 언제나 얼굴을 마주하고 있어서 지금이란 시간의 소중함을 모르고 그렇게 매일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하지만 나이를 한해한해 먹어갈수록 말로는 하지 않지만 가슴 속 한구석에 조급함과 안타까움이 늘어간다. 우리의 시간이 점점 줄어만 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예전에는 언젠가는 결국 그런 날이 오겠지라고 막연히 생각만 했었는데, 아빠를 잃고 났더니 그전까진 막연했던 형체없던 그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와서 계속 알 수 없는 쓸쓸함과 슬픔이 쌓여간다.




저자 역시 같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어느 날 책의 페이지를 넘기듯 엄마가 없는 이야기가 불쑥 시작되었다. 이제부터의 날들은 엄마의 손을 잡을 수도, 얼굴을 볼 수도,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는 시간들만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고나자 무수한 후회가 밀려왔다. 함께 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한 후회로 가슴을 쳤다고 한다. 저자는 엄마와 원없이 다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해보지 못한 일들이 더 많았단다. 당연하다. 아마 누구나 그럴 것이다. 어쩌면 세상의 백가지 일 중 99가지를 함께 했다 하더라도 함께 하지 못한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릴 것이다. 그것이 이별이고 후회니까 말이다. 하지만 함께 한 일이 한가지고, 하지 못한 일이 99가지라면.. 우리는 언제나 뒤로 미루고 뒤늦게 후회를 한다.


어느 날 느닷없이 닥칠 수 있는 엄마와의 이별로 롬곡옾눞하며 후회하기 전에 바로 지금, 엄마와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나가자고 한다. 엄마가 조금이라도 건강하고, 엄마의 두 다리로 건강히 걸으며 움직일 수 있을 때,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을 때, 엄마의 눈이 세상을 아직 잘 볼 수 있을 때, 엄마의 감성이 남아 있을 때 함께 추억을 만들자고 한다. 이것은 저자의 충고이자 깊은 후회의 말이다.


[엄마와 나의 모든 봄날들]은 엄마와 함께 만드는 소소하고 다정한 버킷 리스트를 소개하고 있다. 나처럼 소중한 추억을 남기라고 하면 그저 어디 놀러가거나, 함께 식사하는 것 정도 외에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는 사람에겐 고마운 추억 만들기 목록들이다. 크루즈 세계여행이나 광어 눈깔 만한 진주반지 선물하기, 나훈아 리사이틀 보내드리기 같은 거금이 필요한 거창한 일들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 하며 함께 시간과 추억을 쌓아가는 소소하고도 가슴 따뜻해지는 작은 아이디어들이다. 엄마의 감성을 깨우고, 함께 웃고 울수 있는 시간을 공유하고, 연대해 나가는 일들.




엄마 발 마사지 해주기, 엄마와 해돋이 가기, 함께 동네 산책하기, 두 팔로 안아드리기, 엄마와 쇼핑하기, 엄마 머리 염색해주기, 엄마와 멜로 영화 보기 대화하기, 엄마와 노래방가기, 엄마에게 요리해드리기, 엄마와 악기 한가지 배우기.. 너무나 작고 별것 아닌 작은 일들.


책에 나와 있는 목록을 보다보니 많은 것들이 내가 어릴 때 엄마가 날 데리고 함께 했었던 일이었다. 엄마는 당신의 시간을 모두 자식들에게 쓰고 계셨던 것이었다. 어릴 때 엄마가 해주었던 일들을 이제 내가 엄마를 위해 해줄 시간이다. 이건 보은이나 은혜갚기 따위가 아니라 엄마가 나에게 사랑을 보여주었듯이 나도 엄마에게 사랑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엄마와 함께 걸어온 시간이 길수록 아마도 함께 걸어갈 시간은 적을 것이다. 엄마와의 시간을 소중히 하련다. 책에 나오는 작지만 작은 행복들을 많이 채워나가야겠다. 아마 책에 소개된 버킷 리스트 모든 것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책의 목록을 참고하여 난 나만의 버킷 리스트를 새로 만들어봐야겠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엄마와의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고 싶다. 나는 엄마와 함께 나의 가장 좋은 시절을 보냈다. 또는 내게 가장 행복한 시절의 기억이다. 엄마는 나의 봄날이고, 그 봄을 오래도록 기억되게 할 예쁜 추억의 꽃을 피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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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로 영어공부하기
E&C 지음 / 멘토스퍼블리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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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공부를 하는데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드라마를 보는 것이다. 책만 보는 건 듣기나 말하기 등에 한계가 있으므로 이른바 시청각 교육을 통해 다각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중에서 뉴스를 보는 것이 아나운서의 정확한 발음을 들을 수 있고, 여러 분야의 다양한 단어를 배울 수도 있고, 시험에 반영되어 출제되는 실제 사회 현상이나 현지의 문제들을 접할 수 있 때문에 더 좋다고 말하지만 결정적으로 뉴스는 재미가 없다. 그리고 사실 어렵기도 해서 뉴스로 공부를 하는건 금방 지루해지고, 높은 난이도 때문에 중도포기 하기도 쉽다. 그래서 결국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로 영어 공부를 하게 된다. 드라마로 영어를 배우면 실제 미국에서 사용하는 구어체를 배울 수 있기 때문에 회화에 매우 효과적이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 그래서 온라인 커뮤니티엔 어떤 식으로 공부할까, 공부하는데 어떤 미드가 좋으냐, 어떤 순서로 하는게 좋으냐 등 미드로 공부하는 법 등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이 책은 그런 궁금증에 대한 완벽한 솔루션이 되어 준다.


우선 이 출판사 미드출판사라니 거기서 벌써 점수를 먹고 들어간다. 이 책은 미드에 입문하고자 하거나, 미드에 입문은 했으나 어떻게 활용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미드입문서, 미드 공부 가이드북이다. 미드로 공부하기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미드를 보기 전에 알아야두면 좋을 상식과 미드에서 많이 보이는 표현들과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표현, 헷갈리는 표현 등 다양한 내용으로 미드를 공략하게 도움을 준다.


하지만 미드영어는 쉽지 않다고 단언한다. 취미생활 정도로만 생각하고 공부하면 미드 곁에는 영영 다가가지 못할 것이라고도 한다. 드라마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일견 쉽게 생각되고, 널널하게 해도 된다는 인식이 있지만 그런 식으로 공부하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드로 학습하는 것도 취미생활이 아닌 엄연한 공부이고, 본격적으로 달라붙어서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미리 경고한다.


책은 총 3개의 섹션으로 되어 있고, 섹션1에서는 미드 영어 첫걸음떼기로 미드 입문시 꼭 필요한 기본 상식을 알려준다. 섹션2는 메인섹션으로 미드영어를 학습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다양한 표현을 분야별로 제공한다. 섹셕3은 미드에서 많이 쓰이는 살아있는 표현법을 알려준다.


미드로 공부하려는 미드 학습 초심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어떤 드라마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것인가이다. 미드의 장르는 다양하다. 재미있는 인기 미드도 수없이 많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 좋아하는 배우, 좋아하는 미드가 다 있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학습에 효과적인 것은 엄연히 다르다. 그 중 학습에 적합한 드라마를 하나 고르는 건 쉽지 않아보이지만 결국 답은 언제나 '프렌즈'로 귀결된다. 언제적 프렌즈인데 20년이나 지난 드라마에 아직도 매달리냐고 하겠지만 그럼에도 답은 프렌즈다. 그런데 책은 '위기의 주부들'을 추천한다. 미드 학습을 하는 이유는 주변의 상황, 일상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인데 '위기의 주부들'이 그런 것들을 가장 잘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트콤이 아니라서 한 편의 길이가 길다보니 많은 표현을 접할 수 있고, 무엇보다 드라마의 스토리가 흥미롭기 때문에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고 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뉴스가 아니라 미드로 공부하는 이유는 흥미라는 측면이 큰데 재미없는 미드로 공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 모든 조건에 부합되는 입문자용 드라마가 '위기의 주부들'이란다. 그리고 영원한 고전인 '프렌즈', '빅뱅이론', '모던 패밀리' 등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미드 중 '하우스MD'를 가장 사랑하지만 역시 영어공부엔 적합하지 않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미드 학습은 '위기의 주부들'로 시작하여 '하우스 MD'로 가는 여정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궁금한게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이다. 개인별로 다양한 방식과 스타일로 공부를 할텐데, 책이 추천하는 방법은 이렇다. 에피소드 하나를 정한다. 대본을 찾아서 예쁘게 정리한다. 모르는 표현이나 중요한 표현은 밑줄을 긋고 노트한다. 큰소리로 내서 여러 번 말해본다. 그런 후 자막없이 에피소드를 들어본다. 들릴 때까지 위의 루틴을 반복한다. 다 외우지는 못하더라도 이렇게 에피소드 몇 개를 학습하면 어느정도 실려고 생기고, 자신감도 생길거라고 한다. 그리고 자기 출판사의 교재를 활용한 학습법도 알려주며 깨알같은 홍보도 하고 있다.


본격적인 표현들을 학습하기 전에 우선 미드로 공부하기 전에 꼭 알아야 하는 내용들을 알려주는데 이게 굉장히 유익하다. 미드 자막의 특이점, 사람을 부르는 단어들, 말을 꺼낼 때 하는 허사 혹은 말을 이어갈 때 쓰는 표현, 다양한 직업을 지칭하는 말, 감탄사. 의성어, 욕, 자주 쓰이는 형용사 부사, 약어 및 줄여쓰기 등 이미 영어 실력이 높은 사람에겐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영어고자인 사람들에겐, 그리고 미드 학습 초심자에겐 상당히 유익하고, 좋은 정보들이 제공된다. 이미 잘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한 욕에 관한 표현도 더 디테일하고 다양하게 알게 되었으니 다른 표현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패턴과 키워드 별로 미드에서 자주 쓰이는 기본표현들을 알아보고, 본격적으로 실전에서는 어떻게 쓰이는지를 살펴보며 기초편에서 배운 내용들을 심화학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각 표현에는 상세한 설명과 예시가 달려있어서 이해를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예문은 실제 미드에서 볼 수 있는 수준과 동일하게 조정하여 제시하고 있어서 더욱 도움이 된다. 그리고 중간중간 '좌충우돌 미국경험기'라는 코너가 있어서 미국의 문화를 알려주고 있는데, 언어는 결국 문화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문화에 익숙해지고,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언어 습득에도 큰 도움을 준다.


이 책은 미드를 통해 학습하고자하는 입문자와 이제 막 시작한 초심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미드 학습의 A to Z를 알려주고, 이후 미드 학습에 있어 꼭 알아야할 기본적인 표현과 기초적인 내용들을 알려주고 있어서 미드로 공부하려는 사람은 이 책을 먼저 공부하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무작정 드라마만 본다고 공부가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우선 기본적인 틀을 잡아놓고, 기본 상식을 베이스로 깔아놓은 후 학습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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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바람 웅진 모두의 그림책 28
남윤잎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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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우리가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 거리에 내려앉은 계절은 변화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어제와 똑같은 거리, 어제와 똑같은 도시에 어제와 다른 바람이 불고 있죠. 바람결에 실려 계절이 오는 소리가 들리고, 바람을 타고 계절의 향기가 전해집니다. 계절은 언제나 봄바람, 가을바람, 겨울바람이라는 단어들과 함께 시작됩니다. 벚꽃과 낙엽 첫눈은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고개를 내밀어요. 모든 것의 시작은 바로 바람이에요.


살랑, 계절이 다가오는 소리. 바람은 하늘하늘 귓가를 간질이고 소리 없이 조용히 향기를 실어 나른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하루. 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인사를 나눈다. 똑같은 하루 같지만... 바람은 그 안에 다양한 시간으로 숨어 있다. 번져 가는 오후로, 물드는 노을로, 그미는 그림자로 구석구석 촘촘히 시간을 쌓는다.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순간에도 바람은 언제나 있다. 사그락 사그락, 툭, 공기가 흩어지는 순간. 조용히 떨어지는 계절 끝자락. 힘없이 흔들리는 아득한 순간들도 머물다가 지나간다. 때로는 차갑고, 때로는 따뜻하게 계절은 발자국을 남긴다. 토닥톽, 마음을 두드리는 소리. 그 바람의 모양과 공기의 온도를 느낄 때, 계절은 다시 돌아온다. 그렇게 우리의 순간은 늘 새롭다.


'어느새, 바람'은 계절의 변화를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 구석구석 쌓여진 계절과 그것을 알리는 바람의 모습을 감성적인 글귀와 함께 마치 추억의 앨범처럼 엮어 놓았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람의 그림이라니 그런게 있을까 싶지만 그림을 보고 있으면 거기 담겨진 계절의 바람과 공기의 온도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사계절의 변화를 잘 잡아내어 계절이 가진 고유색을 담아놓은 듯한 풍성한 색채와 계절 특유의 향기와 정서까지 캐취하여 평범한 하루의 한 시점을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그대로 훔쳐낸 것 같아요.


책은 봄날의 고양이가 있는 방에서 시작하여 같은 봄날의 같은 방으로 끝맺음을 합니다. 달라진 건 벽에 붙은 사진과 늘어난 고양이 뿐이죠. 일년 사이 추억과 사랑이 늘어난 겁니다. 책에선 정확히 보여주진 않지만 두 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계절의 변화와 함께 보여주려는 것 같습니다. 그려진 그림 중엔 동일한 남녀가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마치 이별을 연상시키는 듯한 장면과 이별 후의 혼자된 쓸쓸함을 표현하는 듯한 장면도 나옵니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보이는 창가 테이블에 마주하고 앉은 남과 여, 굳은 얼굴로 커피잔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낙엽이 떨어지고, 시간이 흐르고 눈이 내리는 겨울이 옵니다. 남과 여는 각자 텅빈 공간에 홀로 서 있습니다.


사랑은 계절의 변화와 같습니다. 봄날의 설레임처럼 서로에게 설레고 관심을 가지다가, 뜨거운 여름이 오듯 서로 뜨겁게 사랑을 하게 됩니다. 스산한 가을 바람에 낙엽이 지듯 오래된 연인들의 사랑도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고 차가운 겨울이 오면 사랑은 식어버리고 이별을 맞게 됩니다. 하지만 언제나 따뜻한 봄은 다시 오듯이 사랑도 다시 찾아옵니다. 


책의 그림들은 너무나 예쁘고 포근한 느낌입니다. 색감이 은은하고 부드러워서 약간 빛바랜 예전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네요. 반면 그림은 아주 디테일하고 정성이 가득한게 보입니다.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표전, 행동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운동장 끝에서 줄넘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손에 들려 있는 줄도 굉장히 생동감이 느껴져요. 직접 그 장면을 보고 그린 것처럼 현실감이 뚝뚝 흘러내리는 그림들입니다. 단풍나무 아래에서 줄지어 단체사진을 찍는 중년 여성들이나 교복을 벗어들고 걸어가는 여고생 같은 디테일이 잘 살아있어서 마음에 듭니다. 이런 그림체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하루 속에 녹아있는 계절의 변화, 계절이 바뀐 자리에 남은 그리움, 만남과 헤어짐, 아이와 어른, 행복함과 쓸쓸함. 계절의 변화와 인생의 모습을 바람의 흐름과 함께 보여주는 예쁜 그림책입니다. 특히 알록달록한 벚꽃과 단풍 그림이 가장 눈에 띄는데 책으로 꽃놀이를 한 것처럼 눈이 호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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