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와 나의 모든 봄날들 - 엄마와 함께한 가장 푸르른 날들의 기록
송정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5월
평점 :

2년전 아빠를 먼저 떠나보내고난 후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겠노라고 다짐했지만 지난 2년동안 그다지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진 못했다. 함께 나들이를 가고, 쇼핑을 하고, 운동을 하고, 꽃놀이를 하고, 외식을 하고. 예전보다는 함께 특별한 시간을 더 보내긴 했지만 여전히 그냥 평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이 더 많다. 언젠가 어떤날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는 이런 평범한 일상 조차 그리워질 날이 오겠지만 일상이란 이름으로 어제와 오늘이 구분되지 않는 그런 흐릿한 하루가 아니라 나중에 조금 더 기억에 남을만한 어떤 일, 무언가를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은 늘 있어 왔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난 그리 잘 노는 아이도 아니고, 아이디어가 많은 종류의 사람도 아닌지라 뭘 하면 좋을지 마땅히 좋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늘 함께여서, 항상 편한 일상을 함께 하고 있어서, 언제나 얼굴을 마주하고 있어서 지금이란 시간의 소중함을 모르고 그렇게 매일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하지만 나이를 한해한해 먹어갈수록 말로는 하지 않지만 가슴 속 한구석에 조급함과 안타까움이 늘어간다. 우리의 시간이 점점 줄어만 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예전에는 언젠가는 결국 그런 날이 오겠지라고 막연히 생각만 했었는데, 아빠를 잃고 났더니 그전까진 막연했던 형체없던 그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와서 계속 알 수 없는 쓸쓸함과 슬픔이 쌓여간다.

저자 역시 같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어느 날 책의 페이지를 넘기듯 엄마가 없는 이야기가 불쑥 시작되었다. 이제부터의 날들은 엄마의 손을 잡을 수도, 얼굴을 볼 수도,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는 시간들만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고나자 무수한 후회가 밀려왔다. 함께 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한 후회로 가슴을 쳤다고 한다. 저자는 엄마와 원없이 다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해보지 못한 일들이 더 많았단다. 당연하다. 아마 누구나 그럴 것이다. 어쩌면 세상의 백가지 일 중 99가지를 함께 했다 하더라도 함께 하지 못한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릴 것이다. 그것이 이별이고 후회니까 말이다. 하지만 함께 한 일이 한가지고, 하지 못한 일이 99가지라면.. 우리는 언제나 뒤로 미루고 뒤늦게 후회를 한다.
어느 날 느닷없이 닥칠 수 있는 엄마와의 이별로 롬곡옾눞하며 후회하기 전에 바로 지금, 엄마와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나가자고 한다. 엄마가 조금이라도 건강하고, 엄마의 두 다리로 건강히 걸으며 움직일 수 있을 때,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을 때, 엄마의 눈이 세상을 아직 잘 볼 수 있을 때, 엄마의 감성이 남아 있을 때 함께 추억을 만들자고 한다. 이것은 저자의 충고이자 깊은 후회의 말이다.
[엄마와 나의 모든 봄날들]은 엄마와 함께 만드는 소소하고 다정한 버킷 리스트를 소개하고 있다. 나처럼 소중한 추억을 남기라고 하면 그저 어디 놀러가거나, 함께 식사하는 것 정도 외에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는 사람에겐 고마운 추억 만들기 목록들이다. 크루즈 세계여행이나 광어 눈깔 만한 진주반지 선물하기, 나훈아 리사이틀 보내드리기 같은 거금이 필요한 거창한 일들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 하며 함께 시간과 추억을 쌓아가는 소소하고도 가슴 따뜻해지는 작은 아이디어들이다. 엄마의 감성을 깨우고, 함께 웃고 울수 있는 시간을 공유하고, 연대해 나가는 일들.

엄마 발 마사지 해주기, 엄마와 해돋이 가기, 함께 동네 산책하기, 두 팔로 안아드리기, 엄마와 쇼핑하기, 엄마 머리 염색해주기, 엄마와 멜로 영화 보기 대화하기, 엄마와 노래방가기, 엄마에게 요리해드리기, 엄마와 악기 한가지 배우기.. 너무나 작고 별것 아닌 작은 일들.
책에 나와 있는 목록을 보다보니 많은 것들이 내가 어릴 때 엄마가 날 데리고 함께 했었던 일이었다. 엄마는 당신의 시간을 모두 자식들에게 쓰고 계셨던 것이었다. 어릴 때 엄마가 해주었던 일들을 이제 내가 엄마를 위해 해줄 시간이다. 이건 보은이나 은혜갚기 따위가 아니라 엄마가 나에게 사랑을 보여주었듯이 나도 엄마에게 사랑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엄마와 함께 걸어온 시간이 길수록 아마도 함께 걸어갈 시간은 적을 것이다. 엄마와의 시간을 소중히 하련다. 책에 나오는 작지만 작은 행복들을 많이 채워나가야겠다. 아마 책에 소개된 버킷 리스트 모든 것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책의 목록을 참고하여 난 나만의 버킷 리스트를 새로 만들어봐야겠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엄마와의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고 싶다. 나는 엄마와 함께 나의 가장 좋은 시절을 보냈다. 또는 내게 가장 행복한 시절의 기억이다. 엄마는 나의 봄날이고, 그 봄을 오래도록 기억되게 할 예쁜 추억의 꽃을 피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