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꽃 - 당신의 말이 꽃이 되는 순간
김재원 지음 / 달먹는토끼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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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의 표지를 보며 문득 말이 신호등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빨간 경고처럼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고, 노란빛처럼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다가도, 어느 순간 초록빛처럼 다가와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듯 했다. 동시에 말은 그라데이션 같기도 하다. 하나의 색으로 정의하기보다는 말하는 대상과 장소, 상황, 태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말이란 고정된 무언가가 아니라, 우리가 맺는 모든 관계와 순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아닐까.


말은 공기로 흡어집니다.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말이 마음에는 자리를 잡습니다.

어느 마음에서는 말꽃으로 피고 어느 마음에서는 말못으로 박힙니다.

내 말이 당신의 마음에서 꽃으로 피어나기를 오늘도 조용히 빕니다. (p.29)


말은 참 이상하다. 머리로 이해한 멋진 말은 적어 두지 않으면 금세 잊히곤 하는데, 마음으로 받아들인 말은 어딘가에 깊이 새겨진 것처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좋은 말보다 상처가 되었던 말을 더 또렷하게 기억하게 된다. 나를 아프게 하는 말이 더 깊이 각인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점보다 부족한 부분을 더 채우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일까. 또한 말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생각과 마음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되기도 한다. 좋은 의도로 건넨 말이 누군가에게는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건넸던 말들이 자꾸 떠올랐다. 저자의 말처럼, 나의 말이 누군가의 마음에 말못으로 박혀 있지 않기를 조용히 바라게 되었다.


멋진 말은 기록하고 싶지만 겸손한 말은 기억하고 싶습니다. (p.204)


이 책은 말의 아름다움을 말꽃, 말의 조심성을 말못, 말의 힘과 영향을 말씨, 그리고 말의 침묵을 말묵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풀어냈다. 네 가지 키워드로 이루어진 각 챕터를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내가 했던 말들과 지나간 순간들이 떠올랐다. 때로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세상을 잃은 것처럼 아프게 하지만, 또 때로는 그 말 한마디가 다시 일어설 힘을 주기도 한다. 그만큼 말은 사람의 마음에 오래 남는 힘을 지니고 있기에, 나의 말이 상대에게 꽃이 되려면 더 많이 생각한 뒤 말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말이 상처가 아닌 작은 꽃으로 남을 수 있도록, 나의 말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어 가고 싶다. 그리고 기록되는 말보다, 오래 기억되는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음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고, 말은 마음을 담는 그릇입니다.
말 그릇의 크기가 마음의 크기입니다. - P49

글쓰기는 생각의 줄 세우기입니다. 심사숙고 끝에 생각들을 차례로 세워 하나씩 내보냅니다.
말하기는 생각의 선착순입니다. 먼저 나가겠다고 서로 밀치는 단어들 탓에 순서가 뒤엉키고, 마음과 다르게 전해질 때가 많습니다.​ - P58

몇 마디 비난으로 내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내가 흔들리는 이유는 그 말 자체보다 그 말에 대한 내 반응 때문입니다. 1퍼센트의 비난에 내가 스스로 99퍼센트의 상처를 보태는 것이지요.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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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바다 ㅣ TURN 9
이수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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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문제가 심화되면서 친환경 기술 개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렇기에 기후 재난이 일상이 된 2056년의 미래 사회에서, 죽어가는 바다를 되살리고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할 것으로 기대되는 변형 해조류 연구와 이를 양식하기 위해 사막에 인공 바다를 조성하려는 프로젝트 '사막의 바다'는 어쩌면 설득력 있고 꼭 필요한 계획처럼 보인다. 그러나 계획 뒤에 얽힌 기업의 이해관계와 권력, 프로젝트의 위험성을 세상에 알리려는 과학자와 이를 추적하는 인물의 여정이 이어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긴장감 있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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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방대한 디스토피아 세계관 속 설정들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 SG, 사이보그 용병 오하나, 해양생물학자 아이서의 추격전과 여러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니 그 세계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무엇을 포기하며, 또 무엇을 사랑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더욱 아프면서도 아름답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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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기술과 개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간의 태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반복되는 자연의 이용과 통제라는 문제를 깊이 있게 질문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종종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믿지만, 이 소설은 그러한 믿음이 또 다른 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사막을 가로지르는 여정 속에서 다양한 인물과 이해관계가 얽히고, 각자가 믿는 정의와 선택이 충돌하는 상황이 입체적으로 그려져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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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니, 이 이야기가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만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선택하는 기술과 개발, 그리고 환경에 대한 태도가 결국 미래의 세상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나 역시 같은 인간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인류에게 꼭 필요하지만 위험한 프로젝트라면 우리나라에서만 진행되지 않으면 괜찮다고 여기는 생각, 바로 님비(NIMBY) 현상 말이다. 이러한 태도가 아이서를 비롯한 환경운동가들에게 또 다른 부담과 갈등을 안겨주는 것은 아닐까. 결국 이 작품은 거대한 환경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묻는 소설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희생은 어쩔 수 없다, 모두가 잘 살기만 하면 된다, 나중에 생길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자... 그런 식이라면 이 실험이 성공해서 상황이 나아진다고 해도 과거와 같은 일을 반복할 뿐이에요. 또 뭔가를 망가뜨리겠죠. 그 과정에서 언제나 죽어나가는 건 변방에 있는 사람들일 테고요." - P41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부패 아닐까요? 뭘 하든 그렇잖아요.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기업들은 돈 벌 궁리만 하죠. 아예 사기를 쳐서 돈만 벌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곻요. 그렇다고 해서 기술을 개발하지 말아야 할까요? 아뇨. 전 뭔가에 실망했다고 바로 팽개쳐버리면, 그런 행동이야말로 그 길을 쓸모없게 만든다고 믿어요." - P181

"아이서, 희생 없이 세상을 바꿀 순 없어요. 내가 4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게 뭔지 알아요? 사람들은 피가 흘러야 쳐다본다는 거예요. 희생이 있어야만 관심을 갖죠. 그것도 어지간해서는 안 돼요. 세상에 불공정한 일이 너무 많아서, 그것마저 경쟁해야 하거든요. 여기 있는 건 그나마 다들 군인이라 다행이지 않나요."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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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씹어 먹는 국어 5 - 다양한 글 맛있게 먹기 ㅣ 특서 어린이교양 7
박현숙 지음, 이영림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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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성민이와 동우는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신들을 한심해하는 보라를 좋아하지 않는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조차 모르는 두 아이는 그렇게 도서관 사서 선생님을 만나 조금씩 글쓰기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다.


일기, 독서감상문, 편지는 모두 글로써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다. 일기는 하루 동안 내가 겪은 일 속에서, 독서감상문은 책을 읽고 난 뒤, 편지는 받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느낀 감정과 마음을 녹여내는 글이다. 그렇기에 이 세 가지는 모두 가장 나다운 글이자,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나의 진심을 담는 일이다.


책을 읽으며 그동안 정해진 형식 안에서만 글을 써온 나로서는 새로운 표현 방식에 놀랐다. '그런 식으로도 쓸 수 있구나!'하고 감탄하는 순간도 있었는데, 특히 뉴스 일기나 동시 형식의 독서감상문은 처음 접하는 방법이라 신선하게 다가왔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들여다보고 온전히 나만의 언어로 완성해 나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그것이 바로 나를 표현하는 가장 솔직한 방법이라는 것을 두 아이의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사서 선생님의 말을 듣고 곧바로 글을 고쳐 쓰는 성민이와 동우의 모습을 보며 '현실에서도 저렇게 쉽게 바뀔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힘이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어른인 나야말로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을 잠시 내려놓고, 아이의 눈으로 글쓰기를 다시 바라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꼭 씹어 체하지 않도록 말이다.

"일기는 글쓰기 실력을 쑥쑥 자라게 해 줄 뿐 아니라 내가 주인공이 되는 나만의 기록이야." - P21

사서 선생님이 내 독서 감상문을 보고 감탄했다. 내가 쓴 글을 보고 누군가 감탄하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하늘을 훨훨 나는 기분이 어떤 건지 알 수 있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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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씹어 먹는 국어 4 - 설명하는 글 맛있게 먹기 ㅣ 특서 어린이교양 6
박현숙 지음, 박기종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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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글을 읽는 민지, 어휘력과 배경지식이 부족해 내용을 따라가기 어려운 동이, 집중력이 부족해 앞 내용을 자꾸 잊어버리는 권이. 세 아이는 여름방학, 할아버지 집에서 특별한 선생님께 특별한 수업을 받는다. 특별한 선생님인 할머니는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기보다, 아이들의 성향에 맞춰 피드백해주며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도록 한다. 왜 이해가 되지 않는지, 어디서 흐름이 끊겼는지를 스스로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는 방식이었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설명하는 글 읽기가 가장 어려웠다. 이야기가 있는 글은 흐름을 따라가면 되었지만, 설명문은 핵심을 스스로 정리하지 않으면 금세 길을 잃었다.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문장 전체가 흐릿해졌고, 무엇이 중요한지 구분하지 못해 읽고도 남는 것이 없었던 기억이 있어 조금이나마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동이와 권이, 민지는 할머니와 함께 설명하는 글을 배우며 조금씩 달라졌다. 단번에 완벽해지지는 않지만, 자신이 왜 어려웠는지를 깨닫고 고쳐 나가는 과정이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다양한 사건을 거치며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인물들의 서사에 익숙한 나로서는 분량이 다소 짧게 느껴져, 아이들의 변화를 조금 더 지켜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직접 읽을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오히려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글을 아직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분명히 짚어 주는 안내서가 될 것 같다. 세 아이의 여름방학 이야기를 통해 설명하는 글과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핵심노트로 요점을 정리하고, 실전 연습과 토론 활동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보는 경험은 아이들이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기르는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학원에서는 더 해요. 학원에서 수업 시간에 졸면, 그러니까 시험 점수가 엉망이라는 말도 들어요. 자존심 상하게. 공부를 못하는 건 자존심 상하고 억울한 일이에요." - P24

우리는 설명하는 글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알아 가고 배우고 있는 거예요. 설명하는 글을 통해 세상을 넓고 깊게 볼 수도 있는 거고요.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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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붙게 해 주세요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5
이로아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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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령술로 귀신을 불러낸다는 설정에, 처음에는 오컬트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덮은 지금, 이 작품은 귀신 이야기보다는 학교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관계의 균열과 제도의 압박이 청소년을 어떻게 흔드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윤나는 친구 재이를 따라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만, 현서의 등장으로 관계가 달라졌다. 재이와 현서가 가까워지는 것을 지켜보며 윤나가 느끼는 소외감과 거리감은, 쉽게 말로 꺼낼 수 없는 마음의 균열로 남는다. 여기에 새로 부임한 교장이 학교를 '치유'하겠다며 교칙을 강화하고 야간자율학습을 부활시키면서, 아이들의 일상은 더 촘촘한 통제 속으로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윤나, 현서, 재이는 순지를 통해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20년 전에도 '소독'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됐음을 알게 된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반복되고 있을 것 같은 현실감에 마음이 무거웠다. 판타지라는 장치를 통해 드러난 것은 결국 현재의 풍경이었고, 그래서 쉽게 넘길 수 없었다.


특히 '치유'와 '소독'이라는 두 단어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무언가를 정화하고 바로잡겠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기준에 맞지 않는 존재를 걸러내겠다는 선언처럼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20년이 지나도 반복되는 상황과, 안에서 여전히 소모되고 있는 청소년들을 보며, 치유되어야 할 것은 학생들일까, 아니면 학교라는 시스템일까. 학교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규칙은 누구의 기준으로 세워지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해보았다.


가볍게 읽히는 문체와 흥미로운 설정 덕분에 페이지는 빠르게 넘어갔지만, 남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들고, 당연하게 여겼던 언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올해 초에 새로 부임한 교장은 학교를 ‘정상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것은 이제까지의 기순고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말처럼 들렸다. - P14

"학교는 우리를 지켜야 해. 설령 집이 우리를 쫓아내더라도, 학교만큼은 우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그곳이야말로 우리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잖아." - P138

"정상화 같은 소리를 운운하면서... 결국 다시 돌아갈 거라면. 이 세상은 주기적으로 누군가가 죽어야만 정신을 차리는 걸까."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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