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바다 TURN 9
이수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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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문제가 심화되면서 친환경 기술 개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렇기에 기후 재난이 일상이 된 2056년의 미래 사회에서, 죽어가는 바다를 되살리고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할 것으로 기대되는 변형 해조류 연구와 이를 양식하기 위해 사막에 인공 바다를 조성하려는 프로젝트 '사막의 바다'는 어쩌면 설득력 있고 꼭 필요한 계획처럼 보인다. 그러나 계획 뒤에 얽힌 기업의 이해관계와 권력, 프로젝트의 위험성을 세상에 알리려는 과학자와 이를 추적하는 인물의 여정이 이어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긴장감 있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처음에는 방대한 디스토피아 세계관 속 설정들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 SG, 사이보그 용병 오하나, 해양생물학자 아이서의 추격전과 여러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니 그 세계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무엇을 포기하며, 또 무엇을 사랑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더욱 아프면서도 아름답게 다가왔다.

이 작품은 기술과 개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간의 태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반복되는 자연의 이용과 통제라는 문제를 깊이 있게 질문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종종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믿지만, 이 소설은 그러한 믿음이 또 다른 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사막을 가로지르는 여정 속에서 다양한 인물과 이해관계가 얽히고, 각자가 믿는 정의와 선택이 충돌하는 상황이 입체적으로 그려져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책을 덮고 나니, 이 이야기가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만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선택하는 기술과 개발, 그리고 환경에 대한 태도가 결국 미래의 세상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나 역시 같은 인간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인류에게 꼭 필요하지만 위험한 프로젝트라면 우리나라에서만 진행되지 않으면 괜찮다고 여기는 생각, 바로 님비(NIMBY) 현상 말이다. 이러한 태도가 아이서를 비롯한 환경운동가들에게 또 다른 부담과 갈등을 안겨주는 것은 아닐까. 결국 이 작품은 거대한 환경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묻는 소설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희생은 어쩔 수 없다, 모두가 잘 살기만 하면 된다, 나중에 생길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자... 그런 식이라면 이 실험이 성공해서 상황이 나아진다고 해도 과거와 같은 일을 반복할 뿐이에요. 또 뭔가를 망가뜨리겠죠. 그 과정에서 언제나 죽어나가는 건 변방에 있는 사람들일 테고요." - P41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부패 아닐까요? 뭘 하든 그렇잖아요.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기업들은 돈 벌 궁리만 하죠. 아예 사기를 쳐서 돈만 벌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곻요. 그렇다고 해서 기술을 개발하지 말아야 할까요? 아뇨. 전 뭔가에 실망했다고 바로 팽개쳐버리면, 그런 행동이야말로 그 길을 쓸모없게 만든다고 믿어요." - P181

"아이서, 희생 없이 세상을 바꿀 순 없어요. 내가 4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게 뭔지 알아요? 사람들은 피가 흘러야 쳐다본다는 거예요. 희생이 있어야만 관심을 갖죠. 그것도 어지간해서는 안 돼요. 세상에 불공정한 일이 너무 많아서, 그것마저 경쟁해야 하거든요. 여기 있는 건 그나마 다들 군인이라 다행이지 않나요."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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