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이는 팔미호 ㅣ 샘터어린이문고 86
함영연 지음, 김민우 그림 / 샘터사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인간 초등학교에 숨어 든 여우와 여우사냥꾼을 찾고, 사라진 아기 여우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팔미호 산들이의 이야기. 짧지만 유쾌했고,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

처음에는 솔직히 팔미호, 구미호, 십미호가 그냥 꼬리 숫자만 다른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의 말'을 읽는 순간, 이 이야기가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꼬리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다름과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러자 모두가 구미호인 세상에서 혼자만 팔미호인 산들이도, 십미호인 이수도, 주위의 시선과 말에 얼마나 흔들리고 아팠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나 역시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불편하게 바라본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보았다.

​

하지만 이 이야기가 더 의미 있게 다가왔던 이유는, 다름을 단순히 아픔으로만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꼬리가 하나 부족한 산들이와 하나 많은 이수. 구미호 세상에서 둘은 이방인 같은 존재다. 그러나 서로를 만나고 함께하면서, 그 다름은 더 이상 숨기고 싶은 결핍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할 자신의 일부로 변해간다. 그 모습을 보며, 나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타인의 다름 또한 판단 없이 받아들이는 것, 그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

어린이 도서라 분량이 짧고 전개가 다소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짧고 가볍게 읽히기에,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읽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책을 덮고 나서 나는 그동안 누군가의 꼬리 숫자를 세어 본 적은 없었는지 생각해보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한 번쯤은, 그런 사랑
이레 지음 / 웨잇포잇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 표지에는 사랑을 시작하고 이별하기까지 내뱉는 말들이 적혀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연필로 선이 그어져 있다. 지우개로 깨끗이 지운 것이 아니라 선을 그어 남겨 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지나간 사랑의 기억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마음 한편에 머문다는 것을 표현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을 시작하고, 관계가 깊어지고, 결국 이별을 지나 정리하게 되는 사랑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표지 같았다.

​

첫 만남, 첫걸음, 첫사랑처럼 '처음'이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들은 언제나 서툴고 어렵지만 그만큼 더 특별하다. 완벽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진심이었고, 어설펐기에 더 오래 마음에 남았던 것 같다. 어쩌면 사랑도 그런 '처음'의 연속이 아닐까. 누군가와 함께하고 이별하고 정리하는 순간까지, 모두 낯설지만 꼭 필요한 경험이다. 이 책에는 그런 사랑의 여러 순간들이 담겨 있고, 그렇기에 사랑과 이별 가운데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사랑을 통해 우리는 누군가를 아끼는 마음과 함께하는 기쁨을 배우고, 이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법과 다시 일어서는 힘을 얻으니 말이다. 결국 그 모든 시간을 지나며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진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아닐까.

​

나는 사랑이란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볼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좋았던 과거만 바라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현재에만 머무르면 관계의 방향을 잃기 쉬우며, 미래만 바라보면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불안이 커진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 않을까. 함께했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더 사랑하고, 앞으로 함께할 미래를 그리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사랑을 이어 가는 힘일지도 모른다.

​

이 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에 대한 감정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앞의 글과 뒤의 글 사이의 연결고리가 느슨하다 보니,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다가도 문득 맥락을 잃곤 했다. 에세이 특유의 단상적인 서술이 매력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몰입이 끊기는 순간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 번에 다 읽기보다는 조금씩 읽으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더 맞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그럼에도 책을 읽으며 한 가지 분명하게 느낀 점이 있다. 지나간 사랑은 끝났을지라도 그 시간 속에서 느꼈던 감정과 배움은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사랑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어 우리의 삶 속에 계속 남아 있는 기억이자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사랑이라는 무형의 어떤 것에 지배당하고 나면, 우리 안에는 작은 우주 하나가 생성된다. 이전까지는 서로 무관하게 흘러가던 것들이 중력처럼 끌리기 시작하고, 아무 의미 없던 행동과 사건들이 하나의 궤도를 갖는다. 그렇게 의미라는 것이 생기는 것이다. - P17

무한한 우주 앞에서 우리는 너무 짧게 사랑하고, 너무 깊이 기억한다. - P139

우리는 잊는 존재가 아니라, 경험을 쌓아가며 살아가는 존재다. 어떤 기억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옆에 밀려나 자리를 옮겨 앉아 있다가, 아무 이유 없는 날, 숫자 하나의 형태로 다시 말을 걸어올 뿐이다. - P1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데이지 다커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간조가 될 때까지 누구도 시글라스를 떠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인물들은 서로를 의심하면서도 같은 공간에 머물러야 했다. 처음에는 비교적 차분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중반 이후부터 사건이 빠르게 이어지며 페이지가 자연스럽게 넘어갔고,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드러난 진실과 그로 인해 마주하게 된 인간적이면서도 사악한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특히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와 연속되는 반전이 긴장감을 끝까지 놓지 않게 만들었다.

​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사건 자체보다 가족이라는 관계의 민낯이었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관계이지만 동시에 가장 복잡한 관계이다. 다커 가족은 각자 오랜 시간 쌓아온 상처와 결핍이 있었고, 그들이 품고 있던 어둠은 생각보다 깊었다. 그래서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것만큼이나 다커 가족이 숨기고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관계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뒤틀리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진실은 언젠가 드러난다는 말처럼, 그들이 오랫동안 침묵해 온 일들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가족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균열이 서서히 드러났다. 그 과정은 솔직하면서도 노골적이어서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 역시 스스로 감당해야 할 선택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

결말을 확인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게 된다. 처음 읽을 때는 공포와 긴장 속에서 사건을 따라가게 되지만, 두 번째 읽을 때는 그동안 지나쳤던 장면들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긴장감 속에서 스쳐 지났던 장면들이, 다시 읽을 때는 "그래서 이런 선택을 했구나" 하고 이해되며 이야기의 전체 구조가 또렷하게 그려졌다.

​

읽는 동안에는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고, 책을 덮은 뒤에는 가족이라는 관계의 복잡함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가장 가까운 관계이기에 더 솔직했고, 그래서 더 배려하지 못했던 말들. 오랜 시간 숨겨져 있던 과거와 그 진실이 드러나며 만들어지는 감정의 균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래 기억에 남는 스릴러였다.

"행복의 비결이 뭔지 알아?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는 사실을 아는 거야." - P9

현실이 괴로우면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과거에 매몰돼 현재를 의미 없이 보내게 되면 미래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고 한 할머니 말이 떠올랐다. - P260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상대방의 말뿐 아니라 침묵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비밀은 말과 말 사이에 숨어 있으니까. - P3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타키온 행성 탈출기 ㅣ 공부하는 샤미 1
함기석 지음, 장덕현 그림 / 이지북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가제본 샘플북으로, 일부 내용만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공부하는 샤미 시리즈가 출간되었다고 하여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쳐보았다. 가제본 도서이기 때문에 두 권 모두 정식 출간물의 1/3 정도만 읽었다.


'타키온 행성 탈출기'는 뒷이야기를 알 수 없어 네 친구들이 아르케 선생님을 찾을지가 가장 궁금하다. 그러나 서로 다른 수학능력을 가진 네 친구들이라면 분명 미지의 행성 타키온을 아르케 선생님과 함께 탈출할 것이라 믿는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타키온 행성의 묘사와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들이다. 덕분에 상상했던 행성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또한 이야기 속에 나오는 수학 문제는 마냥 어렵지도 쉽지도 않은, 논리력과 창의력을 발휘해야 풀 수 있는 문제였다. 수학 문제를 푼다는 느낌보다 이야기 속 미션을 해결하는 느낌이라, 읽는 내내 긴장감과 재미가 함께했다.


수학을 공식이나 이론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야기 속 사건들을 따라가며 떠오르는 감정과 질문들을 곱씹다 보면, 지식을 배운다기보다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니 어느새 알게 되었다는 느낌에 가까운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하루빨리 정식 출간본을 읽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럭키 펀치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4
이송현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럭키 펀치>는 나겸이와 친구 유미, 오늘이가 복싱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이해해 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시작했지만, 세 아이는 힘든 순간에도 복싱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 과정이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펼쳐지는데, 그 중심에는 세 인물의 솔직한 감정이 있다. 친구들과 함께 복싱을 하지만 자신만 제자리인 것 같아 불안해하는 나겸이, 자신의 힘듦을 친구들이 모르길 바라는 오늘이, 늘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유미의 마음은 어쩌면 모두가 한 번쯤 느껴본 감정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모두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데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은 불안함, 내 어려움이 가까운 사람에게 전해져 짐이 될까 봐 털어놓지 못하는 마음,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밴 태도. 낯설지 않은 감정들이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세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이런 성장통이 오히려 이들의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하며 조용히 응원하게 되었다.


럭키 체육관은 나겸이와 친구들뿐 아니라 소꿉친구 도석환, 시니어 액션 배우 김간난 할머니, 최연소 회원 해준이까지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이곳에서 인물들은 복싱을 매개로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며 변화해 간다. 서로의 삶과 마음이 교차하는 이 따뜻한 공간을 보며 자연스럽게 나의 고등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 나 역시 나겸이처럼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복싱을 배워볼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맞는 것이 두렵고 낯선 운동에 도전하는 것이 망설여져 결국 시작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거침없이 도전하는 이들의 모습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고, 그때 도전해볼걸 후회되기도 했다. 나겸이와 오늘이, 유미, 럭키 체육관 회원들을 보면서 복싱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이자 서로를 믿어 가는 과정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소한 복싱의 개념을 각각의 이야기와 연관 지어 바라보니, 좀 더 가깝게 느껴졌다.


몸을 움직이는 일이 어떻게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고 관계를 회복시키는지를 사랑스럽게 담아내어, 읽는 내내 웃음이 절로 나왔다. 특히 몸과 마음의 성장이 함께 이어진다는 메시지가 인상 깊었고, 복싱이라는 소재를 통해 청소년의 고민과 감정을 진정성 있게 풀어낸 점이 참 좋았다. 관계와 소통의 어려움 속에서 흔들리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해 가는 과정이 따뜻하게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으며 서로를 진심으로 마주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인생은 책임의 연속이며 책임 완수의 과정을 통해서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는 엄마의 말에 나는 주먹을 제대로 휘두르기도 전에 공격을 위해 나아가는 스템이 아닌 뒤로 빠지는 백스텝을 밟을까 봐 사실 겁이 났다. - P63

"늦은 노력 같은 건 없어. 네가 아직 쏟지 않은 노력만 있을 뿐이야." - P130

"다정한 주먹을 가져야지. 주먹을 마구 휘둘러도 그 누구도 다치지 않게. 넓게 뻗은 주먹을 펴서 더 많은 사람을 끌어당겨 안아줘야지. 안긴 사람이 내 편이어도 좋고 내 편이 아니어도 괜찮아. 그래야 못난 나 자신도 끌어안아 줄 힘이 생기는 거야." - P1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