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청춘의 사랑법
추민지 지음 / 어텀브리즈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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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아프고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대단한 일이었다. 가을의 시선과 마음이 타인을 향하는 과정이 섬세하게 담겨 있어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을 가졌는지 그 모든 감정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었다. 기쁨만 있는 사랑도 없고, 슬픔만 있는 사랑도 없다는 걸 새삼 깨달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모든 것을 줄 정도로 사랑한다는 건 무슨 감정일까? 자신보다 타인을 더 위하는 그 마음을, 그 순간을 나도 경험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가슴 벅차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어쩌면 가장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닐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랑을 말하되, 내 삶의 중심은 자신이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과는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남 탓, 환경 탓을 하지 않으려면 중심이 '나'여야 한다. "흔들릴 줄 아는 가지가 부러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외부의 충격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사랑에 빠져도, 누군가와 함께해도, 나를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메시지가 깊이 다가온 이유는 지금의 내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명확한 목표가 없어 주위의 조언과 말에 쉽게 휘둘렸다. 갈등을 피하고 싶어 속마음을 숨기고 참았다. 돌이켜보면 이런 내 모습이 참 싫었다. 그래서 나만의 잣대를 갖고 싶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주인공 가을이처럼 책을 읽으며 해답을 찾고, 글로 기록하며 내 안의 나와 대화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가을이의 모습에 내 모습이 투영되는 순간들이 있었고, 그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용기를 얻었다.


이 책은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아닌, 사랑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성장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다. 가을이의 여정을 통해 나 역시 흔들리되 부러지지 않는, 단단한 내면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사랑은 타인을 향하는 마음이지만, 그 사랑을 온전히 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먼저 단단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전하는 '21세기 청춘의 사랑법'이 아닐까 싶다.


날씨는 모든 기억을 품고 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날의 바람과 온도, 내리던 비는 잊힌 줄 알았던 기억을 불현듯 불러낸다. - P16

"인생 또 모르잖아? 그렇게 떠났는데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지 어떨지는. 불확실해서 불안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서 희망을 가지기도 하니까." - P70

말은 그들 각자가 가진 편견과 문제점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세상에서 문제인 점들을.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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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방화 ㅣ TURN 8
조영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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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옴니버스 형식의 미스터리 범죄 수사극으로, 각 에피소드는 독립적인 이야기처럼 보이면서도 자연스럽게 맞물려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범죄 수사의 팽팽한 긴장 위에 인물의 내면 서사가 촘촘히 겹쳐져,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 생생하고 속도감 있게 흘러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의 얼굴과 동시에 흔들리고 고민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주인공 함민이 점점 더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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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 함민과 강력1팀 팀원들이다. 함민은 '셜록 함스'라는 별명답게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복잡한 사건을 풀어내는 뛰어난 형사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방화 충동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스스로도 범죄자가 될 수 있는 존재다. 그의 결함은 사건이 막힐수록 더욱 선명해지고, 3편에서 골든타임을 놓치는 '실책'을 범하고 좌절하고 만다. 범인을 좇는 과정과 자기 자신을 통제하려는 싸움이 나란히 전개되어, 자연스럽게 수사의 결과만큼이나 함민이 끝까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게 되었다. 또한, 함민과 함께 활동하는 강력 1팀 은나, 진석, 이삭 모두 개성이 뚜렷하고 현실적이지만, 서로를 신뢰하고 버티는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있기에 냉혹한 범죄 서사 속에서도 인간적인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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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층간소음, 마약, 전세사기 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실제 뉴스에서 접했을 법한 범죄를 모티브로 하고 있어 읽는 내내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그저 자극적인 소재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을 다루되 오히려 왜 이런 범죄가 발생했는지를 묻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괴담과 사건이 엮어지고 풀어내는 방식은 새롭고 긴장감 있었다. 도시괴담이 단순한 흥미 요소가 아니라 사건의 실마리가 되고, 때로는 범죄 심리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는 구성이 독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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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방화>는 죄책감과 자기혐오가 만들어낸 그늘에서 살던 함민이 30년 전 사건의 진실을 마주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범죄를 다루는 소설이면서도,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누구나 마음속에 위험한 불씨 하나쯤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것이 곧 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메시지가 오래 여운으로 남았다. 함민처럼 우리도 각자의 결함과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그것이 우리의 전부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사회의 어둠과 개인의 트라우마를 동시에 비추면서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아주 조금씩 아주 조금씩 좋아진다.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죄책감은 그대로지만 버티다 보면 아주 조금씩 나아진다. 그냥 그렇게. 그게 삶이란 거다."
"차라리 그냥 죽으면 안 돼요?"
"살인자에겐 자기 멋대로 죽을 자유 따위 없다." - P49

아무리 흑에 가까운 회색이어도 흑은 아니다. - P105

무의식 어딘가에 이때의 다짐이 남아 있던 건 아닐까. 이것밖에 자신을 구원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저 그것에 집중한 건 아니었을까.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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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잃지 않는 법 - 싸게 팔지 마! 힘들어도
최병철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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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클북'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타인의 기준과 시선에 맞추느라 정작 자기 자신을 소모해 온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저자는 삶이 힘들어질수록 더 쉽게 자신을 타협하고 낮추게 되는 순간들을 짚어내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자주 스스로를 헐값에 내어주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불편하고 외로운 선택일 수 있는지를 솔직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힘들어도 버텨야 하는 이유를 성공이나 성취가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삶의 중심을 외부가 아닌 자기 안에 두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하면서도 따뜻하게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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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복잡했다. 분명하면서도 단호하고, 엄격하지만 따뜻하게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문장들 앞에서 순간적으로 움찔하기도 했고, 어떤 문장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공감하기도 했다. 물론 아직은 완전히 공감되지 않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이 책이 가진 솔직함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책 전반에는 날카롭지만 차갑지 않은, 분명하지만 사람을 밀어내지 않는 가르침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일까. 문득 시간이 지나 미래의 내가 이 책을 다시 읽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문장을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스쳐 지나간 문장들이 언젠가는 삶의 경험을 지나며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 한 번 읽고 덮어두기보다는, 인생의 다른 국면에서 다시 펼쳐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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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과거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말 잘 듣고, 튀지 않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것이 옳은 삶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런 삶이 어쩌면 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던 방식은 아니었을까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남을 위하고, 눈치를 보며 살아온 시간들이 과연 나를 위하고 생각한 삶이었는지, 처음으로 진지하게 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과거의 나를 다시 마주하게 만든 책이었다.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그때의 나를 보듬어주고, 앞으로는 조금 더 나를 잃지 않는 선택을 하고 싶어졌다.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나의 감정과 생각을 무시하지 않는 것. 그 단순하지만 어려운 태도가 결국 나를 지키는 일임을 배웠으니 말이다.

실수를 계속하면 성공, 포기하면 실패
실수는 도전과 실행이 낳은 자식이다
인생의 비밀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에 있다
중단하지 않는 한 포기는 없고,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없다 - P85

좌절은 최대한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최대한 빨리 해버려야 하는 것이다 - P138

단점은 사실 단단한 점이다
누군가의 장점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사랑의 여정을 하는 것이다 - P149

삶은 끌어당김의 연속이다
인간이 더 세게 끌어당기면 태어나고, 신이 더 세게 끌어당기면 죽는다
가깝거나 멀거나 끌어당김이 작용하지 않으면 죽은 것이다
탄생은 그 끌어당김의 틈새에서 이루어진다 - P410

슬픈 표정 짓지 마라
위로, 동정 구걸 마라
살아온 나의 삶도 누군가에겐 희망이다 - P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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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는 없어 ㅣ 꿈꾸는돌 45
김지현 지음 / 돌베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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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돌베개'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떠나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주위의 기대가 버겁고,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서, 괜히 눈치를 보며 스스로를 작게 만드는 내가 싫어질 때면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이 책 속의 아이들 또한 비슷했다. 지금의 자신이 아닌, 새로운 이름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어 했고, 어딘가로 떠나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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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이 결국 선택한 것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불안과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그 감정을 안은 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 모습을 따라가다 보니, 나 또한 나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유자가 그대로 먹기엔 시고 쓰지만, 시간을 들여 차로 우러내면 깊은 향과 은은한 단맛으로 변하는 과정처럼, 아픔과 슬픔을 겪었기에 얻을 수 있는 깊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은 흔들렸기에 더 단단해질 수 있었고, 우리 역시 힘들었기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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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성장이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배웠다. 힘듦이 무엇인지 알기에 타인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고, 슬픔을 겪어 보았기에 스스로를 조금 더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을 둘러싼 껍질을 한 번에 깨뜨리지는 못하더라도, 그 껍질을 '나의 일부'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이 책은 담담하게 보여주었다. 유자의 두꺼운 껍질에 영양분과 향이 가득하듯, 우리가 겪은 불안과 상처 또한 지금의 나를 이루는 소중한 일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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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흔들리고 고민하고 상처받으면서도 끝내 다시 일어서는 아이들의 모습은, 유자라는 이름과 겹쳐져 더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내가 싫어질 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껴질 때 다시 찾고 싶은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가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보았으니 말이다. 유자처럼 오래 남는 향을 지닌 이야기였다.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그만큼 크게 내쉬었다. 내 속에 들어온 공기가 모든 불안과 상념을 데리고 나가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자꾸 숨을 쉬다 보면 나쁘고 자신 없고 초라한 것들은 모두 비워 낼 수 있지 않을까? - P52

나에게서 제일 마음에 들던 부분을 잃어버렸고 심지어 나를 괴롭게 만들고 있으니, 이제 나는 나의 어느 부분에서 위안과 긍지를 찾아야 하는 걸까. 지금 유지안을 이루고 있는 것 중에 그런 게 남아 있긴 할까? - P88

나에겐 한 적 없는 얘기를 뜬금없이 툭 꺼내 놓은 그 마음도 애써 헤아려 보았다. 서로 얼굴을 보고 있지 않아서, 자신의 전사를 알지 못하는 적당히 낯선 누군가와 하는 대화라서 오히려 더 솔직해질 수 있었던 걸까.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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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김의경 외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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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현대문학'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주거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모순으로 굳어졌음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열심히 살아도 내 집 마련은 요원하고, 평생 임차인으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작품 전반에 깊게 스며들어 있었다. 좌절하고, 분노하고, 때로는 체념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집'이라는 공간이 삶의 안정이자 동시에 가장 큰 불안의 근원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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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 사육 불가는 반려동물과 길고양이까지 돌보는 자매가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찾는 이야기를 담았다. 반려동물이 가족이 된 시대에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집을 구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현실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마빈 히메이어 씨의 이상한 기계는 루바토빌 건물에 거주하는 청년과 주민들이 전세사기를 겪으며 점점 절망에 빠져가는 과정을 그렸다. 잘못은 분명 사기범에게 있음에도, 피해자의 선택과 판단을 먼저 탓하는 모습이 씁쓸하게 남았다.

평수의 그림자는 ​어느 날 사람들의 그림자가 그들의 주거 형태로 보이기 시작한 은행원의 이야기이다. 집의 크기와 점유 형태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버린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보여주어,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밀어내기는 결혼을 계기로 집을 구하던 부부가 부동산 시장의 변동과 집주인의 횡포 속에서 점점 삶의 가장자리로 내몰리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주거 불안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왜곡하고, 관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볼 수 있었다.

베이트 볼은 바다에서 생활하던 주인공이 육지로 올라오며, 무리지어 사는 삶과 홀로 사는 삶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야기였다. 작가노트의 '사는 곳이 아니라 살 곳이, 거주지가 아니라 투자처가 되어버린 집'이라는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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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은 서로 다른 상황을 다루지만, 모두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삶의 불안과 균열을 보여주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 집을 그저 거주 공간으로만 생각했던 나에게, 이 작품들은 추상적인 수치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절박한 삶을 마주하게 했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 깊었다. 집은 머무는 공간이자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었고, 누군가를 평가하는 잣대이자 사고파는 시장이었다. 언제 떠나야 할지 모르는 불안, 집주인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을 따라가며, 집이 없다는 것, 정확히는 '내 집'이 없다는 것은 삶 전체가 임시 상태에 놓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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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일차원적인 사고를 확장시켰고,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부동산 문제와 전세사기, 주거 불안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가 언젠가는 당당히 "우리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그리고 그 희망만큼은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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