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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김의경 외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 '현대문학'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주거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모순으로 굳어졌음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열심히 살아도 내 집 마련은 요원하고, 평생 임차인으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작품 전반에 깊게 스며들어 있었다. 좌절하고, 분노하고, 때로는 체념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집'이라는 공간이 삶의 안정이자 동시에 가장 큰 불안의 근원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애완동물 사육 불가는 반려동물과 길고양이까지 돌보는 자매가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찾는 이야기를 담았다. 반려동물이 가족이 된 시대에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집을 구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현실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마빈 히메이어 씨의 이상한 기계는 루바토빌 건물에 거주하는 청년과 주민들이 전세사기를 겪으며 점점 절망에 빠져가는 과정을 그렸다. 잘못은 분명 사기범에게 있음에도, 피해자의 선택과 판단을 먼저 탓하는 모습이 씁쓸하게 남았다.
평수의 그림자는 어느 날 사람들의 그림자가 그들의 주거 형태로 보이기 시작한 은행원의 이야기이다. 집의 크기와 점유 형태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버린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보여주어,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밀어내기는 결혼을 계기로 집을 구하던 부부가 부동산 시장의 변동과 집주인의 횡포 속에서 점점 삶의 가장자리로 내몰리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주거 불안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왜곡하고, 관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볼 수 있었다.
베이트 볼은 바다에서 생활하던 주인공이 육지로 올라오며, 무리지어 사는 삶과 홀로 사는 삶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야기였다. 작가노트의 '사는 곳이 아니라 살 곳이, 거주지가 아니라 투자처가 되어버린 집'이라는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책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은 서로 다른 상황을 다루지만, 모두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삶의 불안과 균열을 보여주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 집을 그저 거주 공간으로만 생각했던 나에게, 이 작품들은 추상적인 수치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절박한 삶을 마주하게 했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 깊었다. 집은 머무는 공간이자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었고, 누군가를 평가하는 잣대이자 사고파는 시장이었다. 언제 떠나야 할지 모르는 불안, 집주인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을 따라가며, 집이 없다는 것, 정확히는 '내 집'이 없다는 것은 삶 전체가 임시 상태에 놓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일차원적인 사고를 확장시켰고,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부동산 문제와 전세사기, 주거 불안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가 언젠가는 당당히 "우리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그리고 그 희망만큼은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