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으러 갑니다 - 노을지는 새벽을 그리며…
이마엘 지음 / 스펙토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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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마엘' 작가님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가제본서평단 #협찬


희, 시은, 하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평범하게 걷고, 먹고, 웃고, 대화하는 모든 순간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그들은 콧줄로 음식을 섭취하고, 카테터로 용변을 해결하는 등 삶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조차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이 마주한 것은 삶과 죽음 사이의 치열한 고민뿐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사랑하는 사람을 끝까지 곁에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은 과연 사랑일까, 아니면 이기심일까'였다. 소중한 존재이기에 살아주기를 바라지만, 그것이 그들의 고통을 연장시키는 일이라면 과연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죽음을 바라던 아이가 삶을 향해 나아가고, 삶을 바라던 아이가 죽음에 다다르는 과정을 함께하며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또 무너지는지를 목도하였다. 그들의 하루는 너무도 고통스러워 "힘내"라는 말조차 쉽게 건넬 수 없었고,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위로가 오히려 죄스럽게 느껴질 만큼 마음이 아팠다.


'만약 내가 그들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수없이 넘어지고, 깨지고, 부딪히는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살고 싶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어느 순간 포기했을까.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이들도, 그 곁에서 함께 버텨야 하는 이들도 저마다 깊은 아픔을 안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솔직한 감정을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다. 만약 내가 사랑하는 이가 같은 감정을 겪는다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를 오래도록 곱씹어 보았다.


이 책은 존엄사라는 제도적 논의를 넘어 인간의 존엄이란 무엇이며,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살아있는 것이 언제나 최선일까? 존엄하게 죽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까? 이런 질문들은 책을 덮은 뒤에도 마음속에 무겁게 남았다. 희, 시은, 하람 세 친구의 이야기는 아픔과 눈물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만들었고,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가장 바라는 것은 그들의 선택이 이전보다 조금 더 나은, 조금 더 행복한 하루로 이어지는 것뿐이다.


그것은 그가 ‘살기로 선택한 삶‘이라기보다는, ‘죽지 못해 이어지는 생‘에 가까웠다. 삶의 주어가 자신이 아닌 순간, 그 삶은 존엄이 아닌 연명이 된다. - P20

"힘내요", "잘 될 거예요."
그 한마디에 난 또 무너진다. 힘내야 할 이유가 없다. 힘을 낸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 힘이라는 건, 어쩌면 누군가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종류의 것. - P49

비교라는 잣대는 끝이 없다. 그리고 그 끝에는 언제나 ‘나‘가 있다. - P114

누군가에게 나를 꺼내 보인다는 건 나를 다시 꿰매는 일이란 걸, 상처를 말하는 건 아픈 일이었지만, 그보다 더 아픈 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시간이었다. - P213

"어쩌면 삶은, 매일 조금씩 부서지는 나를 견뎌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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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래에게 창비청소년문학 142
주민선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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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창비'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가제본서평단 #협찬



보호해 줄 어른이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위기를 받아들인다. 어떤 곳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규칙을 세우고, 어떤 곳은 종교적 믿음이나 집단 환각에 의지하며 '어른 없는 사회'를 유지한다. 미아와 미래가 남쪽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만난 다양한 공동체들은 생존을 위한 서로 다른 선택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선택을 보면서 무엇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와 삶인지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단순히 숨 쉬고 있는 것이 과연 살아있는 것인지 질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아와 미래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삶과 생존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존은 오늘을 버티는 것이지만, 삶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생존은 위험을 피하는 것이지만, 삶은 때로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소중한 것을 지키는 선택이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여정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서로를 지키기 위해 내리는 선택은 때로 갈등을 낳았다. 그 선택의 결과는 쉽게 되돌릴 수 없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책임을 떠안고 선택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주저하고 망설이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대단한지를 담담하지만 단단한 문체로 표현되어 그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리고 그 담담함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주었다.


우리는 모두 불확실한 내일을 마주하지만, 언제나 같은 일상이 반복될 것이라 당연히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언제나 함께이고 똑같을 것이라는 그 당연함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감정은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너무 쉽게 곁에 있는 사람들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 책은 그 '당연함'이 얼마나 소중하고 연약한 것인지를 일깨워주었다.


책을 덮은 후 문득 언니가 생각났다. 학생일 때는 '누구의 동생'이라는 호칭이 싫었다. 나는 나인데, 왜 언니의 동생이라고 불려야 하며 비교를 당해야 하는지 몰라 화가 냈다. 그러나 지금은 언니에게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어린 시절 나의 투정을 받아줘서, 그리고 지금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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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컷 사진 찰칵! 괴담 샤미의 책놀이터 19
김용세 지음, 김연우 그림 / 이지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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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이지북'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서평단 #협찬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하고, 그 선택 앞에서 늘 걱정한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길이 옳은지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길을 걸어가는 내가 최선을 다하느냐다. 선택이 때로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돌아보면 된다. 만약 그 선택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면, 기쁜 마음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너무 어렵게 생각한다는 것을. '실패하면 어떡하지', '후회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에 갇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우리가 진정으로 봐야 하는 것은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말이다. 혜윤이 자신을 괴롭힌 인주를 어떻게 대하는지,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던 윤지가 어떻게 변하는지, 이 모든 것이 그들이 선택한 과정이다. 인주 엄마의 눈물 앞에서 혜윤은 선택했고, 치즈고양이를 잃은 슬픔 속에서 윤지도 선택했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 그렀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다. 자신의 선택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지 역시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이 책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용기, 관계 속에서 생기는 상처를 직면하는 힘, 그리고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을 야무지게 담은 성장 서사다. 어린이 책이지만, 어른인 나에게도 울림을 주었다. 어쩌면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선택 앞에서 두려워하고, 결과를 걱정하며,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선택이 아니라 용기 있는 선택이라는 것을.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내 선택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말이다.


만약 시즌 2가 있다면, 사진관 주인 시로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다. 그는 어떻게 이 신비한 사진관을 운영하게 되었을까? 그에게도 선택의 순간이 있었을까? 시로라는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어서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김용세 #네컷사진찰칵괴담 #네컷사진 #사진관 #괴담

#무서운이야기 #도깨비식당 #이지북 #샤미의책놀이터 #어린이동화 #동화추천


"이 사진들엔 너의 문제를 해결해 줄 단서가 들어 있어. 다만 그 단서의 정도가 다를 뿐이야. 즉, 어느 사진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너의 고민이 쉽게 해결될지 아니면 매우 복잡하고 힘들게 해결될지가 결정될 거야. 잘 살펴보고 결정하렴." - P27

"같은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알고 모르고의 차이라고나 할까?" - P136

"진심을 말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야. 단지 그 말을 듣는 상대의 마음을 고려한 말인지 아닌지가 서로 다른 결과를 만들 뿐이지."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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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얼굴 - 김재원 힐링 에세이
김재원 지음 / 달먹는토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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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달먹는토끼'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리뷰단 #협찬


저자가 열세 살에 어머니를 잃고도 제대로 슬퍼하지 못했듯이, 우리도 일상 속에서 수없이 많은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간다. 하지만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 깊은 곳에서 응어리로 남는다. 그리고 그 응어리를 밖으로 표출할지, 말지는 개인의 역량과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저자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 선택을 했다. 그러나 그 선택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보여준다.


책을 덮으며, 부모님께 고맙고 사랑한다고,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자고 말하고 싶어졌다.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하지 않고서는 전달되지 못하는 진심이 얼마나 마음 아픈지를, 보고픈 그리움과 죄스러움을 마음속에 품고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저자의 담담하고 차분한 문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보다 어리지도, 미래의 나보다 성숙하지 못하다. 지난 시절의 나는 더 젊고 활기찼으며, 앞으로의 나는 지금보다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넓게 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내 곁에는 부모님이, 가족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넸 수 있고, 포옹할 수 있으며, 함께 밥을 먹고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에게는 없던 주름과 망설임이 있고, 미래의 나만큼 지혜롭지 못하다. 그러나 지금 전할 수 있는 '사랑합니다'와 '고맙습니다'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며 표현을 미루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성숙해지면, 더 여유로워지면, 더 적절한 순간이 오면 말하겠다고.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는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라고. 불완전하더라도, 서툴더라도, 지금 이 순간이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인생을 구성하는 두 단어가 ‘만남‘과 ‘관계‘라면 헤어짐 또한 피해갈 수 없습니다. 작별은 준비된 작별과 준비하지 못한 작별로 나뉘죠. - P66

한마디 말이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고 태도를 바꾸고 삶을 바꾼다면, 그 말은 열매를 맺은 씨앗입니다. 그리고 그 열매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면 성장합니다. 이렇듯 말은 행동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말이 삶이 될 때 비로소 그 말은 진짜 힘을 갖게 됩니다. - P87

발효된 말이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겉절이도 맛있지만, 그것도 한두 번입니다. 생각 속에서 숙성되지 않은 채 버무리자마자 바로 뱉는 말이 아니라, 오래 발효된 깊은 맛을 내는 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P135

"작은 실패가 충분히 쌓여야 성공할 수 있다면, 그 ‘성공‘의 길목에는 반드시 ‘평범‘이라는 정류장도, ‘실패‘라는 정류장도 있지 않을까요? 설령 종착역이 ‘평범‘이라고 해도 불행한 인생은 아닙니다. 우리는 대부분 ‘평범‘이라는 역에 머물러도 행복해하니까요." - P178

사람들의 뒷모습을 유심히 봅니다. 앞에서는 감춰진 외로움과 쓸쓸함이 뒷모습에서 엿보일 때가 있거든요.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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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시스터스
코코 멜러스 지음, 심연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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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클레이하우스'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클하서포터즈1기 #협찬

이성적인 엘리트 변호사인 첫째 에이버리, 세계 챔피언급 복서였던 둘째 보니, 자유분방한 모델 넷째 러키. 세 자매는 겉보기엔 모두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들의 직업이 사실 각자가 슬픔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도피처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에이버리는 완벽한 통제로, 보니는 육체적 고통으로, 러키는 끝없는 파티와 약물로 니키의 부재를 잊으려 했다. 이들의 결함과 불완전함은 상실의 무게를 선명하게 보여주어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숨기고, 고통을 견디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이들이 보여주었다.


니키는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던 존재였다. 그래서 니키의 죽음보다 더 마음 아팠던 것은, 남겨진 세 자매가 서로를 미워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누구보다 같은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인데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서로를 피했다. 니키 없이 함께 있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같은 상실을 겪은 이들이 오히려 더 멀어지는 아이러니. 그들의 얼굴에서 자신의 고통이 반사되는 것을 견딜 수 없어 서로를 외면하는 모습은 너무나 정확하고 섬세하게 묘사되어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처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상처가 때로는 함께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 참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에이버리, 보니, 러키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니키를 애도하고 기억하며 살아갔다. 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대신, 다른 무언가에 몰두하며 버티려 했고, 그 결과 이들은 더 깊은 혼란과 고통에 빠져들고 말았다. 세 자매의 서로 다른 반응을 지켜보며 나는 깨달았다. 애도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같은 사건도 각자의 삶 안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파문을 일으킨다는 것을 말이다. 다만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선택한 방법들일 뿐이었다. 그러던 이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을 때, 비로소 자신이 어디에서 무너졌는지 마주하게 되었다. 니키의 방에 남겨진 물건들, 함께했던 기억들이 세 자매를 다시 하나로 모았다. 고통스럽지만 필요한 과정이었다. 세 자매가 자신의 고통과 싸우는 모습, 서로 미워하면서도 끝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관계의 복잡함, 그리고 죽음 이후에도 묵묵히 계속되는 일상의 잔혹함과 아름다움이 이야기를 가득 채웠다.


상실 이후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때로는 비틀거리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말이다. 이 책은 그 여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아름답지만 지저분하고, 고통스럽지만 희망적인 모습 그대로를 말이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다시 느꼈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필요한 날들이 있음을 기억하게 되었다.


자매는 친구가 아니다. 원초적이고 복잡하기 그지없는 자매라는 관계를 지극히 평범하고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친구라는 관계로 줄여버리려는 욕망을 그 누가 설명할 수 있으리. 그런데도 친구란 말은 가장 친밀한 관계를 의미하는 수단으로 줄기차게, 계속해서 사용되고 있다. 우리 엄마는 나의 가장 좋은 친구예요. 내 남편은 나의 가장 좋은 친구랍니다. 아니라니까. 자매란 같은 자궁에서 손톱을 기르고, 동일한 산도를 통해서 밀려 나오는 존재라서 친구와 같을 수가 없다고. 자매는 서로를 선택하지도 않고, 서로를 알아가는 은밀한 기간 따위를 갖지도 않는다고. 아예 처음부터 서로의 일부가 된단 말이다. 탯줄을 떠올려보자. 질기고 구불구불하며 볼품없지만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 아니던가. 그걸 화사한 색실로 엮은 우정 팔찌와 비교해 보라. 그게 바로 자매와 친구의 차이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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