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그 밤이 또 온다 소소한설 1
김강 지음, 이수현 그림 / 득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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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의 제목과 표지, 그리고 푸른 색감의 조화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처음에는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졌지만, 읽을수록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과 공백이었다. 이 책은 총 20편의 짧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부분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세 편의 이야기다.

<장미의 꽃을 기억하다>

공(스승)과 기(제자)가 '포'로 향하던 중, 수레를 끌고 가는 사내를 만난다. 수레에는 '교'의 시신이 실려 있고, 사내는 그를 왜 이렇게 데려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기억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누군가를 기억할 때, 나는 그 사람의 모든 시간을 바라보았는지, 아니면 특정한 순간만을 남겨두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가로등이 깜빡거릴 때>

삼촌의 전화를 받지 않은 날, 삼촌은 죽고 말았다. 주인공이 돌아가는 길에서 본 깜빡거리는 가로등은 꺼지기 직전의 신호처럼 느껴졌고, 그것이 삼촌의 마지막 순간과 겹쳐 보였다. 읽고 난 뒤에도 설명할 수 없는 찝찝함과 씁쓸함이 오래 남았다.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해수면 상승으로 마을 일부가 잠기면서 만들어진 수중 카페 이야기다. 기후변화로 점점 바다에 잠기는 섬과 육지가 늘어가는 지금, 고내리의 이야기는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현실을 보여주는 듯해 오래 마음에 남았다.

20편의 단편 가운데 어느 하나도 완벽한 결말은 없었다. 이야기의 끝에는 늘 공백과 설명되지 않은 감정이 남았다. 그래서일까, 결말을 알 수 없다는 점이 오히려 이 책을 더 오래 붙잡게 만들었다. 단순히 즐겁다거나, 희망적이라거나, 슬프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때로는 묵직하게 다가오고, 때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마음을 건드렸다.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오래 여운이 남는 소설집이었다.

그의 행복이 다른 인간의 불행을 전제로 한다면 그 또한 안 될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 모든 문제는 그 인간의 기도가 구체적이지 못한 것으로 비롯되었습니다. 심지어 목적어도 없습니다. 누구를 행복하게 만들어 달라는 건지. - P13

밤의 어둠 속에서 더욱 반짝일 영원한 사랑의 맹서. 작은 상처를 주고받아 아픈 날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사랑이었다고. - P73

"인생이 길지 않으니 그중 어느 하나만 정해서 깊이 파고 들어가라고 다들 이야기하는데, 나는 생각이 달라요. 길지 않은 인생에 할 수 있는 한 많은 것들을 해보 싶어요. 능력만 된다면. 함께."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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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이 땅콩만 하다고? 공부하는 샤미 2
신나군 지음, 윤봉선 그림 / 이지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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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시간과 인공지능을 다룬 두 편의 이야기를 가제본으로 먼저 접했기에, 나머지 네 편이 더욱 궁금하고 기대되었다.

<바람이 시작되는 곳>은 자코메리 행성을 배경으로, '유전자 동류 교배법'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인상적인 이야기다.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가 비슷하고 우수한 아이들끼리 짝을 이루어 결혼하고, 더 나은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 기계와 인공지능이 모든 일상을 관리하는 그 세계에서 답답함을 느낀 란은, 현규가 들려준 지구의 '다소니 숲'에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땅콩만 한 블랙홀>에는 머리에 땅콩만 한 블랙홀을 가진 준성이 등장한다. 혼자 있기 심심했던 준성은 지구로 여행을 떠났고, 그곳에서 우연히 주인공과 만나게 된다.

<반짝반짝>은 양자 원자로 사고로 방사능이 퍼진 지구가 배경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민자 행성으로 탈출하고, 남겨진 주인공은 지구를 탈출하려던 중 낯선 여자와 아기를 발견한다.

<내 친구 030호>는 부모님이 매일 늦게 오셔 혼자 집을 보는 희수가 인공위성 030호와 문자를 주고받는 이야기다.

여섯 편의 단편 동화를 읽으며, 미래 사회와 현재의 삶을 떠올려 보았다. 이 이야기들이 훗날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긴장감이 더해졌고, 그들의 뒷이야기를 상상하거나 이러한 상황이 왜 벌어졌을지를 고민하며 읽는 과정에서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읽은 뒤, 각 작품에 담긴 과학 개념과 메시지를 곱씹는 시간을 가지니 내용이 더욱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동화이지만 글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시간, 로봇, 유전자, 우주, 에너지, 통신의 이야기는 가볍지도 어렵지도 않아서, 부담없이 읽고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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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능력자 -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우수상 수상작 책깃노블
함설기 지음 / 책깃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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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몸이 폭발한 아이들에게는 초능력이 생긴다. 그러나 그 폭발은 초능력이 발현될 때 일어나는 반작용으로,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만든다. 주인공 수안이는 4년 전 스타타워 사건으로 엄마를 잃었고, 그날 이후 초능력자를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격리파가 되었다. 혐오는 선명했고 확신은 단단했기에 자신이 폭발하여 초능력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수안이에게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타인을 향하던 혐오가 고스란히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순간, 수안이는 비로소 자신이 그토록 밀어냈던 자리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 과정을 보며, 우리는 얼마나 쉽게 누군가를 구분 짓고,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없이 선을 그어왔는지 생각해보았다.

수안이가 그토록 혐오하던 초능력이 오히려 타인을 구하고, 나아가 자신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는 과정이 속도감 있게 펼쳐졌다. 또한, 4년 전 사건과 그날의 진실을 추적하는 긴박한 흐름 속에서도 인물들의 감정선을 끝까지 놓지 않아,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특히 그 흐름 안에서 수안이가 자신의 초능력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초능력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져 가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수안이의 혼란과 성장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자신을 이해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를 새삼 느꼈다. 그리고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지만,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 일인지도 함께 보았다. 무엇보다 수안이와 우정, 예리가 연대하며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이 소설에서 가장 빛나는 대목이었다. 서로 다른 상처를 지녔기에 부딪혔고, 그럼에도 서로를 선택했기에 나아갈 수 있었던 세 사람의 관계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불완전하고 서툴지만, 그렇기에 더욱 진심 어린 선택과 변화가 돋보이는 이야기였다. 완벽하지 않기에 흔들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특별한 능력보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과 한 걸음 나아가려는 용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는 도서였다.

- 고마워하는 일도 연습이 필요해.
- 고마우면 그냥 고맙다고 하면 되지 무슨 연습이야.
- 우리 수안이는 연습이 필요 없어서 다행이네. - P34

하지 못한 말, 할 수 없는 말은 꺼내지 않으면 그냥 사라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말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 바닥에 하나둘 가라앉아서,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답답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게 싫어서 쓸데없는 말들을 대신 쏟아 내고 나면, 오늘은 염우정 앞에서 너무 시끄럽게 굴었다는 후회가 밀려들곤 했다. - P95

이때껏 사실이라고 쉽게 단정 지었던 것들이, 막상 알고 보면 내가 믿는 만큼 굳건한 사실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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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이는 팔미호 샘터어린이문고 86
함영연 지음, 김민우 그림 / 샘터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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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인간 초등학교에 숨어 든 여우와 여우사냥꾼을 찾고, 사라진 아기 여우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팔미호 산들이의 이야기. 짧지만 유쾌했고,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팔미호, 구미호, 십미호가 그냥 꼬리 숫자만 다른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의 말'을 읽는 순간, 이 이야기가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꼬리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다름과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러자 모두가 구미호인 세상에서 혼자만 팔미호인 산들이도, 십미호인 이수도, 주위의 시선과 말에 얼마나 흔들리고 아팠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나 역시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불편하게 바라본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보았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더 의미 있게 다가왔던 이유는, 다름을 단순히 아픔으로만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꼬리가 하나 부족한 산들이와 하나 많은 이수. 구미호 세상에서 둘은 이방인 같은 존재다. 그러나 서로를 만나고 함께하면서, 그 다름은 더 이상 숨기고 싶은 결핍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할 자신의 일부로 변해간다. 그 모습을 보며, 나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타인의 다름 또한 판단 없이 받아들이는 것, 그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어린이 도서라 분량이 짧고 전개가 다소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짧고 가볍게 읽히기에,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읽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책을 덮고 나서 나는 그동안 누군가의 꼬리 숫자를 세어 본 적은 없었는지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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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은, 그런 사랑
이레 지음 / 웨잇포잇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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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는 사랑을 시작하고 이별하기까지 내뱉는 말들이 적혀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연필로 선이 그어져 있다. 지우개로 깨끗이 지운 것이 아니라 선을 그어 남겨 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지나간 사랑의 기억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마음 한편에 머문다는 것을 표현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을 시작하고, 관계가 깊어지고, 결국 이별을 지나 정리하게 되는 사랑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표지 같았다.

첫 만남, 첫걸음, 첫사랑처럼 '처음'이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들은 언제나 서툴고 어렵지만 그만큼 더 특별하다. 완벽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진심이었고, 어설펐기에 더 오래 마음에 남았던 것 같다. 어쩌면 사랑도 그런 '처음'의 연속이 아닐까. 누군가와 함께하고 이별하고 정리하는 순간까지, 모두 낯설지만 꼭 필요한 경험이다. 이 책에는 그런 사랑의 여러 순간들이 담겨 있고, 그렇기에 사랑과 이별 가운데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사랑을 통해 우리는 누군가를 아끼는 마음과 함께하는 기쁨을 배우고, 이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법과 다시 일어서는 힘을 얻으니 말이다. 결국 그 모든 시간을 지나며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진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사랑이란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볼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좋았던 과거만 바라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현재에만 머무르면 관계의 방향을 잃기 쉬우며, 미래만 바라보면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불안이 커진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 않을까. 함께했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더 사랑하고, 앞으로 함께할 미래를 그리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사랑을 이어 가는 힘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에 대한 감정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앞의 글과 뒤의 글 사이의 연결고리가 느슨하다 보니,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다가도 문득 맥락을 잃곤 했다. 에세이 특유의 단상적인 서술이 매력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몰입이 끊기는 순간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 번에 다 읽기보다는 조금씩 읽으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더 맞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그럼에도 책을 읽으며 한 가지 분명하게 느낀 점이 있다. 지나간 사랑은 끝났을지라도 그 시간 속에서 느꼈던 감정과 배움은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사랑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어 우리의 삶 속에 계속 남아 있는 기억이자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사랑이라는 무형의 어떤 것에 지배당하고 나면, 우리 안에는 작은 우주 하나가 생성된다. 이전까지는 서로 무관하게 흘러가던 것들이 중력처럼 끌리기 시작하고, 아무 의미 없던 행동과 사건들이 하나의 궤도를 갖는다. 그렇게 의미라는 것이 생기는 것이다. - P17

무한한 우주 앞에서 우리는 너무 짧게 사랑하고, 너무 깊이 기억한다. - P139

우리는 잊는 존재가 아니라, 경험을 쌓아가며 살아가는 존재다. 어떤 기억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옆에 밀려나 자리를 옮겨 앉아 있다가, 아무 이유 없는 날, 숫자 하나의 형태로 다시 말을 걸어올 뿐이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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