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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쟁이 문제 괴물 ㅣ 생각말랑 그림책
레이철 루니 지음, 제라 힉스 그림, 김은재 옮김 / 에듀앤테크 / 2020년 10월
평점 :
일상을 살아가며 직장에서, 가정에서 끊임없이 마주치는 문제들로 인해 지끈지끈한 머리를 손으로 짚어본 적 없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밀려 있는 상황을 해결할 때면 어김없이 "엄마"를 부르는 아이들이 등장하곤 한다. 아마도 그때마다 난 "잠시만"을 외치며 나의 일을 서둘러 끝내는데 집중한다. 내가 나의 문제를 마주하는 동안 아이들도 아이들의 문제 괴물을 마주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을 따로 특별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이들이 지금은 언제든 "엄마"를 외침으로써 문제 괴물을 해치우거나, 바쁜 엄마의 "잠시만"이란 말에 홀로 우물쭈물 어영부영 문제 괴물을 마주하고 있을 것 같다. 아니면 아직도 아기로만 보이는 아이들이 이미 조금씩 자신의 문제 괴물을 스스로 해결해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씩 홀로 문제 괴물을 마주해야할 일이 많아질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싶었다.
문제는 말썽쟁이 괴물이다. 문제괴물은 다양한 모습과 크기로, 때로는 변장을 하고 나타나. 문제 괴물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나를 함정에 빠뜨리거나 내 앞을 막아서거나 내 주위를 온통 우울하게 만들어버리지.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문제 괴물을 없앨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으니까! 생각보다 쉽게 문제 괴물들을 없앨 수 있지만 정말 다루기 힘든 문제 괴물도 있어. 문제 괴물들은 ‘비밀’과 비슷해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걸 싫어해. 다른 사람 이야기 하면 어느 순간 문제 괴물은 사라진걸 알게 될 거야.
여기저기에서 정말 다양한 문제 괴물들이 나타난다. 먹기 싫은 낯선 음식도, 높은 미끄럼틀도, 갑자기 마려운 쉬도, 친구와 동시에 잡은 장난감에도, 그리고 잃어버린 신발이나 양말 한 짝도.
정말 문제다.
재치 있게 그려진 생활 속 다양한 모습의 괴물들을 웃으며 그리고 격하게 공감하며 보게 된다.
식당에서 마주한 문제 괴물. 식사 시간이 길어 밥 먹을 때마다 잔소리를 자주 듣는 큰 아이에게 “그동안 우리 보물이, 밥 먹을 때마다 문제 괴물을 많이 만났을 것 같네.”하니 아이가 배시시 웃는다.
생각보다 쉽게 문제 괴물들을 물리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아이들의 눈높이로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어 좋았다. 수많은 마음 수련 책들에 적혀있는 지혜들의 핵심을 쏙쏙 뽑아 표현해 놓은 듯.
문제 괴물은 또 다른 문제 괴물을 만드니까, 나도 아이와 함께 마음에 새겨야겠다.
“먹이를 주지 말고,”
“예뻐해 주지 말고,”
“마음을 빼앗기지 마.”
아, 고맙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 아이, 곧 사춘기도 오면 자신의 문제들을 혼자서 안고 끙끙댈까 이른 걱정이 종종 떠올랐는데. 책에서 따뜻하고 재미있게 말해준다.
문제 괴물들은 ‘비밀’과 같아 정말 다루기 힘든 문제 괴물도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면 ‘톡톡’ 사라질 것이라고.
아이가 자라며 힘든 문제 괴물을 만났을 때,
혼자 힘겨워하지 않고 그 대상이 내가 아니더라도,
꼭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눠 도움을 받길 바란다.
물론 나에게 말해준다면 언제나 고마운 마음으로 함께 괴물을 물리쳐줘야지.
아……. 아이가 “엄마”를 부를 때 무조건 “잠깐만”을 외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문제 괴물들이 사라진 아이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이 책을 읽으며 내용도 아이와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림들이 참 마음에 들었다.
문제들을 여러 가지 재치 있는 그림으로 표현한 것도 감탄할 만하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다.
남녀노소, 다양한 피부색, 머리카락 색, 머리 스타일, 안경, 복장, 장애와 비장애.
앞으로도 이렇게 다양성을 존중하는 그림책이 더 많이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책을 다 읽고 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책을 읽는 동안 ‘거미’ 모양의 문제 괴물에만 집중하던 둘째가 한마디 한다.
“엄마 문제 괴물은 끈적끈적해요.”
잉??? 무슨 소리지???
가만 보니 책 표지에 그려진 여러 문제 괴물들의 질감이 다르다.
둘째가 한참 동안 표지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이것도 문제 괴물이예요.”, “여기도 문제 괴물.”, “이것도.”
어린 아이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자라면서도 재미있게 꺼내 읽고 마음에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나도 문제 괴물들로 괴로울 때 또 읽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