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아, 왜 그래? 생각말랑 그림책
조앤 파티스 지음, 권미자 옮김 / 에듀앤테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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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서 예쁜 그림의 책을 만나면 항상 시선이 머무른다. 노란 표지에 어리둥절한 표정의 곰과 잘 어울리는 글씨체의 제목. 그리고 이 책의 삽화를 보고 역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마침 오늘 놀이터에 나갔을 때 제법 찬바람이 나뭇잎을 다양한 모습으로 흩날리는데...

보물 남매가 그 모습을 한참을 지켜보며 재잘거렸다.

가을이 이미 깊어진 느낌이다.

잠에서 깬 곰은 뭔가 할 일이 있는 듯하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 어디선가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 곰은 냄새를 따라가며 본의 아니게 토끼와 다람쥐가 수확한 당근과 도토리, 비버의 간식거리인 물고기를 모두 먹어버리고 자책(?)한다. 하지만 친구들은 곤란에 처한 곰을 도와주고, 곰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친구들에게 준 도움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곰의 행동을 이해해준다.

밝고 따뜻하고 선명한 그림들이 매 페이지마다 예쁘게 그려져 있다.

나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들이 이곳저곳 가득하다.

다람쥐를 만나는 페이지가 펼쳐지자마자 내 입에서 “와~” 소리가 난다.

아기자기 귀여운 그림에서 가을 냄새가 훅~ 풍기는 듯하다.

“왜요?”하는 아이들의 질문에

“그림이 정말 가을~가을~하는 것 같아!”하니, 큰 아이가

“그러고 보니 동물들도 따뜻한 옷을 입고 있어요.” 한다.

자신이 먹을 것을 모두 먹어버려 친구들이 겨우내 배고플까봐 걱정하는 곰.

페이지 전체에서 자책하고 걱정하는 곰의 마음과 깊어지는 가을의 쓸쓸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듯하다.

띄엄띄엄 쓰인 문장들의 배열에서까지도.

아이들이 빵~ 터졌다.

배가 껴서 집에 못 들어가는 곰의 모습에서 한 번,

친구들의 말에 발을 흔들어 대답하며 친구들이 자신의 엉덩이를 보고 말한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진 곰의 마음을 알고 또 한 번.

하지만 친구들은 누구보다도 곰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넌 겨울잠을 자기 전에 늘 많이 먹었잖아.”

서로를 잘 알고 이해하는 친구들의 따뜻한 인사를 들으며 곰은 행복하게 겨울잠을 잘 것이다.

“잘 자, 곰아, 봄이 오면 만나자!”

하루하루 차가운 아침 공기로, 울긋불긋 예쁜 가을 낙엽으로,

가을이 깊어짐을 느낄 수 있는 요즘 아이들과 함께 읽기 좋은 책이다.

가을이 깊어지며 우리의 생활 모습이 달라지듯, 동물들은 어떤 모습으로 가을을 보내는지,

또 서로를 잘 알고 이해해주는 친구가 있어 얼마나 좋은가에 대해 아이와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둘째가 책을 한 장씩 넘기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숲 속에 난 길을 손가락으로 뽈뽈뽈 쫒으며

“어디선가 좋은 냄새가 났죠.”

(토끼를 가리키며) “당근이 다 어디 갔지? 열심히 뽑은 건데.”

“나무에서 좋은 냄새가 솔솔 났죠.”

“물고기가 다 어디 갔지?”

“친구들이 화날 것 같은데…….”

“친구들은 곰돌이 집에 당근이랑, 도토리랑, 물고기를 놔 주었죠.”

???

아……. 친구들이 곰의 집에 먹을 것을 가져다 놓았구나.

아이의 말을 듣고 보니 행복하게 겨울잠에 드는 곰의 집 한 편에 친구들이 가져온 당근, 도토리, 물고기가 놓여있다.

엄마가 놓친 친구들의 따스함을 작은 보물이 찾아냈구나!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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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과서 따라쓰기 1-2 국어 교과서 따라쓰기
그루터기 지음 / 스쿨존(굿인포메이션)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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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학교에 입학한 큰 아이 공부를 집에서 봐주며 큰 장애물을 만났다.

연필 바... 잡기!


학교 입학 전, '제법 글자도 예쁘게 쓰네.'싶었는데, 연필을 쥔 모습이 바르지는 않았다.

입학을 앞두고 연필을 바르게 잡는 연습을 시켜야 할 것 같아 집에서 학습지를 할 때 연필을 바르게 잡게 했는데…….

연필을 바르게 잡으면 글자가 흐느적흐느적, 들쑥날쑥.

또박또박 쓰라고 하면 어느새 연필을 잡은 손 엄지가 앞으로 나오며 연필 끝도 앞으로 쏠리기 일쑤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책 필사를 엄마와 함께 조금씩 해볼까, 읽은 책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 쓰기를 시킬까, 교과서를 따라 써 볼까 고민 중이었는데!!!

딱 내가 원하는 책을 발견했다.

국어 교과서 따라 쓰기 1-2”

글자 쓸 때의 바른 자세와 연필 바르게 잡는 방법이 간결하고 알기 쉽게 제시되고 자음과 모음 쓰기로 바르게 글씨 쓰기가 시작된다. 교과서 단원별로 꼭 알아야 할 낱말과 문장 쓰기가 주 내용이고 사이사이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할 놀이터가 마련되어 있다.

아이에게 학교에서 국어 몇 단원을 배우고 있냐고 물으니 이제 5단원 학습을 시작할 차례라고 한다.

이미 배운 4단원과 앞으로 배울 5단원 중 어느 단원의 낱말을 쓰고 싶은지 물으니 이제 곧 배울 5단원의 낱말과 문장이 궁금하단다.

5단원 내용을 펼치자마자 아이의 눈은 곧장 놀이터로 향하고 신나게 끝말잇기를 한다.

엄마, 저 너무 잘 하지 않아요? 벌써 여기까지 했어요!” 

낱말 쓰기를 하려는데 책에 자르는 선이 보인다. 그렇지! 안 그래도 바르게 연필을 잡고 글씨를 쓰기 어려워하는데 낱장으로 주면 아이도 더 쓰기 편하겠구나.

낱말을 쓰기 시작하니 역시나 손이 아프다는 호소(?)가 시작된다. 바르게 연필을 잡고 또박또박 쓰라고 하면 아직 익숙하지 않다보니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 금방 손이 아프단다.

보물아, 글씨가 조금 안 예뻐도 좋으니 손에 너무 힘을 주지 말고 쓰려고 노력해보자!

꾸준히 연습하다보면 연필을 잡은 손의 힘 조절도 능숙해지겠지.

쓰기 낱말과 문장들을 살펴보니 아이들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서 실수가 잦을 것 같은 부분을 세심하게 찾아 구성하려한 노력이 엿보인다.

책을 보고 칸 공책에 문장을 그대로 따라 쓰라고 해도 띄어쓰기를 어려워하는데, 교재 자체가 칸 노트에 쓰는 것으로 되어 있어 한 눈에 문장의 띄어쓰기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연필 바르게 잡고 쓰기연습을 시키고 싶어 찾은 이 책이

아직은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서툴러 소리 나는 대로 낱말을 쓰거나 겹받침이 나오면 엄마를 외치며 질문을 하는 아이에게 더 큰 도움을 줄 것 같다.

조금씩 꾸준히 학교 진도에 맞춰 쓰기 연습을 하고 앞의 단원들은 방학 때 연습 교재로 사용하면 딱 좋을 것 같다.


한글을 읽고 쓰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맞춤법과 띄어쓰기까지 완벽하기란 어른인 나도 무척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아이가 학교에서 공부하는 교과서 내용을 활용하여 맞춤법과 띄어쓰기까지 학습할 수 있게 해주는 이 교재가 꽤 마음에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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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씻어요! 그린이네 그림책장
매트 카 지음, 김아림 옮김 / 그린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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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만 4세도 되지 않은 둘째가 요즘 종종 누나를 흉내 내어 손 씻기에 열심이다. 손 씻으러 들어가서 나오질 않아 들여다보면 거품 핸드워시를 양손 가득 받아 열심히 거품 놀이 중이다. 엄마의 한마디를 듣고서야 휘리릭 헹구고 나오려 하는데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거품이……. 피부가 약한 편이라 늦가을부터 겨울에 피부 곳곳이 거칠어지는 아이이기에 엄마에게는 과도한(?) 손 씻기가 조금은 걱정거리이기도 하다. 날이 더 건조해지기 전에 바르게, 적당하게, 잘 닦도록 습관을 들여 주어야지...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딱~! 좋은 책이 나왔다.

예상치도 않게 표지를 넘기자마자 “와~ 예쁘다”하며 그려진 손 씻기 도구들에 아이들의 관심이 쏠린다. 남매가 서로 이것저것 손으로 짚으며 “이거 갖고 싶다“를 외친다. 첫째가 자못 진지하게 둘째에게 조언한다.

“작은 보물아 이거 골라. 이건 고급 비누야.”

^^;;;;;

예상치도 않게 표지를 넘기자마자 “와~ 예쁘다”하며 그려진 손 씻기 도구들에 아이들의 관심이 쏠린다. 남매가 서로 이것저것 손으로 짚으며 “이거 갖고 싶다“를 외친다. 첫째가 자못 진지하게 둘째에게 조언한다.

“작은 보물아 이거 골라. 이건 고급 비누야.”

^^;;;;;

“이 숟가락에 세균이 몇 마리 들어갈까요?”

책장을 넘기자 수많은 세균이 반가워한다.

남매의 입에서 “허~억” 소리가 나온다.

손을 씻어야 하는 상황에 대한 도리스 박사님의 질문에 남매도 함께 대답한다.

“손을 씻어야 해요.”

마지막으로 도리스 박사님의 손 씻기 노래와 손을 바르게 씻는 방법이 그림과 함께 소개된다.

아이들과 함께 여러 가지 동요에 가사를 넣어 불러 본 후 바르게 손 씻기를 연습했다.

아이들이 손 씻기 노래에 관심을 많이 보이는데 QR 코드 등으로 손 씻기 노래를 듣고 부를 수 있음 더 좋았을 것 같다.


간식을 먹고 손을 씻으러 들어가는 둘째에게

“문어 박사님이 어떻게 씻으라고 했지?”

하니 요리 조리 손 씻는 방법을 떠올려 손을 닦는다.

아이가 “문어 박사님 책”이라며 손에 책을 잡을 때마다 함께 재미있게 읽어주면 바르게 손 씻는 방법을 금방 익숙하게 실천할 것 같다.


어느 때보다 손 씻기가 중시되고 있는 요즘,

아이에게 세균과 질병에 대해 간결하게 알려주고 바르게 손 씻는 습관을 키워주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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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쟁이 문제 괴물 생각말랑 그림책
레이철 루니 지음, 제라 힉스 그림, 김은재 옮김 / 에듀앤테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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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살아가며 직장에서, 가정에서 끊임없이 마주치는 문제들로 인해 지끈지끈한 머리를 손으로 짚어본 적 없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밀려 있는 상황을 해결할 때면 어김없이 "엄마"를 부르는 아이들이 등장하곤 한다. 아마도 그때마다 난 "잠시만"을 외치며 나의 일을 서둘러 끝내는데 집중한다. 내가 나의 문제를 마주하는 동안 아이들도 아이들의 문제 괴물을 마주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을 따로 특별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이들이 지금은 언제든 "엄마"를 외침으로써 문제 괴물을 해치우거나, 바쁜 엄마의 "잠시만"이란 말에 홀로 우물쭈물 어영부영 문제 괴물을 마주하고 있을 것 같다. 아니면 아직도 아기로만 보이는 아이들이 이미 조금씩 자신의 문제 괴물을 스스로 해결해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씩 홀로 문제 괴물을 마주해야할 일이 많아질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싶었다.

문제는 말썽쟁이 괴물이다. 문제괴물은 다양한 모습과 크기로, 때로는 변장을 하고 나타나. 문제 괴물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나를 함정에 빠뜨리거나 내 앞을 막아서거나 내 주위를 온통 우울하게 만들어버리지.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문제 괴물을 없앨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으니까! 생각보다 쉽게 문제 괴물들을 없앨 수 있지만 정말 다루기 힘든 문제 괴물도 있어. 문제 괴물들은 ‘비밀’과 비슷해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걸 싫어해. 다른 사람 이야기 하면 어느 순간 문제 괴물은 사라진걸 알게 될 거야.

여기저기에서 정말 다양한 문제 괴물들이 나타난다. 먹기 싫은 낯선 음식도, 높은 미끄럼틀도, 갑자기 마려운 쉬도, 친구와 동시에 잡은 장난감에도, 그리고 잃어버린 신발이나 양말 한 짝도.

정말 문제다.

재치 있게 그려진 생활 속 다양한 모습의 괴물들을 웃으며 그리고 격하게 공감하며 보게 된다.

식당에서 마주한 문제 괴물. 식사 시간이 길어 밥 먹을 때마다 잔소리를 자주 듣는 큰 아이에게 “그동안 우리 보물이, 밥 먹을 때마다 문제 괴물을 많이 만났을 것 같네.”하니 아이가 배시시 웃는다.

생각보다 쉽게 문제 괴물들을 물리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아이들의 눈높이로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어 좋았다. 수많은 마음 수련 책들에 적혀있는 지혜들의 핵심을 쏙쏙 뽑아 표현해 놓은 듯.

문제 괴물은 또 다른 문제 괴물을 만드니까, 나도 아이와 함께 마음에 새겨야겠다.

“먹이를 주지 말고,”

“예뻐해 주지 말고,”

“마음을 빼앗기지 마.”


아, 고맙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 아이, 곧 사춘기도 오면 자신의 문제들을 혼자서 안고 끙끙댈까 이른 걱정이 종종 떠올랐는데. 책에서 따뜻하고 재미있게 말해준다.

문제 괴물들은 ‘비밀’과 같아 정말 다루기 힘든 문제 괴물도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면 ‘톡톡’ 사라질 것이라고.

아이가 자라며 힘든 문제 괴물을 만났을 때,

혼자 힘겨워하지 않고 그 대상이 내가 아니더라도,

꼭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눠 도움을 받길 바란다.

물론 나에게 말해준다면 언제나 고마운 마음으로 함께 괴물을 물리쳐줘야지.

아……. 아이가 “엄마”를 부를 때 무조건 “잠깐만”을 외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문제 괴물들이 사라진 아이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이 책을 읽으며 내용도 아이와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림들이 참 마음에 들었다.

문제들을 여러 가지 재치 있는 그림으로 표현한 것도 감탄할 만하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다.

남녀노소, 다양한 피부색, 머리카락 색, 머리 스타일, 안경, 복장, 장애와 비장애.

앞으로도 이렇게 다양성을 존중하는 그림책이 더 많이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책을 다 읽고 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책을 읽는 동안 ‘거미’ 모양의 문제 괴물에만 집중하던 둘째가 한마디 한다.

“엄마 문제 괴물은 끈적끈적해요.”

잉??? 무슨 소리지???

가만 보니 책 표지에 그려진 여러 문제 괴물들의 질감이 다르다.

둘째가 한참 동안 표지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이것도 문제 괴물이예요.”, “여기도 문제 괴물.”, “이것도.”


어린 아이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자라면서도 재미있게 꺼내 읽고 마음에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나도 문제 괴물들로 괴로울 때 또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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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작쿵작 사진관이 왔어요! - 사진 1970 생활문화
양혜원 지음, 정소영 그림 / 밝은미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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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있는 가전제품 중 손가락 안에 들게 비쌌던,

아빠가 애지중지하시는 무거운 카메라를 가까스로 빌려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갔었던 나의 추억이 너무나도 오랜 옛날같이 느껴졌었는데…….

손수레 이. 동. 사. 진. 관.

역시 난 아직 젊다.

미영이는 마을에 온 이동사진관을 보고 사진을 찍고 싶다. 자신의 사진을 자랑하는 친구들에게 나도 찍어달다고 할 것이라며 당당히 말하지만, 왠지 쉽지 않을 것 같다. 얼마 전 첫돌을 보낸 동생 영준이의 돌사진을 기회로 돌사진이 없는 자신의 사진도 찍어 달라 조른다. 엄마의 대답은 “나중에…….”

그런데 이런……. 미영이가 없는 사이 영준이는 돌사진을 찍었고, 마루 벽에 영준이의 돌사진이 걸린다. 미영이는 너무 서운하고 속상하다. 그런 와중에 옛 어르신들의 전형이신 할머니의 차가운 말씀들은 미영이의 서운함을 가중시켜 심술의 단계까지 끌어올린다.

이대로 미영이의 독사진 찍기는 좌절되는 듯하다...가.

진심으로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끝내 미영이는 예쁜 독사진을 행복하게 찍는다. 거짓말을 조~금 하기는 했지만.

쿵작쿵작, 이동사진관으로 마을에 잔치가 열린 듯 흥겹다.

그림을 보자마자 큰아이가 카메라가 이상하단다. 옛날에는 이런 사진기로 사진을 찍었다 알려주니 “엄마도요?”한다. 당당하게(?) 엄마도 이런 사진기는 실제로 본 적이 없다하니 나중에 할머니, 할아버지께 물어봐야겠단다.

영준이의 돌사진만 찍은 것을 알고 서운해 하는 미영이에게 쌀쌀맞은 목소리로 이야기하시는 할머니.

내가 다 서운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표정을 보니 미영이 엄마 마음이 곧 내 마음 같다.

큰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마루 벽에 큼직하게 붙은 영준이의 돌사진이 부러운 미영이는 세장뿐인 자신의 사진을 옆에 함께 붙였다가 할머니께 호되게 혼이 난다. 엄마는 미영이를 안아주고 손가락을 걸며 사진을 꼭 찍어주겠다고 약속한다.

“이동 사진관 오면, 그때 꼭 찍자.”

“정말이지? 약속했다!”

큰 아이에게 왜 이 장면이 좋으냐고 물어보니

“미영이가 큰 잘못이라도 한 듯이 할머니가 이르는데도 미영이 엄마가 미영이를 안아주고 사진을 찍어준다고 약속해주셔서 미영이가 기분이 좋았을 것 같아요“한다.

나라면 왠지 엄마가 약속을 해주었어도 할머니의 차가운 태도로 기분이 썩 좋아질 것 같지 않은데 아이들은 다른가보다. 그림 속 미영이 얼굴을 보니 미영이도 이미 속상함을 잊은 듯하다.

드디어 찍었다. 미영이의 독.사.진!

이동사진관 아저씨가 꺼내신 분홍 공주 드레스 입고,

엄마가 고른 창경원 수정궁이 그려진 배경판 앞에서,

아저씨가 꺼내놓은 보트를 타고.

아... 이동사진관은 만능사진관이구나…….

자신의 사진에 영준이를 끼워 넣으려 하는 할머니의 시도에도 당당하게 찍었다. 독사진!

흐뭇하게 미영이의 독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니,

미영이의 당차고 기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저 혼자 찍어요, 아저씨!”

1970년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그 시절의 미영이 엄마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미영이 엄마의 딸에 대한 미안함, 안타까움, 곤란함. 하지만 변함없는 사랑. 그 시절의 우리네 어머니들은 이렇게 딸들을, 아들들을 키우셨겠구나...하고 있는데...

큰 아이가 다 읽은 책을 자기 앞으로 당겨 서둘러 책장을 넘긴다.

두둥!

처음 책을 펼쳤을 때부터 앞장에 있는 ‘돌려보는 통통 뉴스’ 목록을 유심히 지켜보더니 무척 궁금했던 뉴스가 있었단다.

그 뉴스는...

‘셀카 자주 찍으면 피부가 빨리 늙는대!’

……

사진을 찍는 것이 피부를 빨리 늙게 한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다는 큰 아이, 내 딸.

1970년대 미영이의 이야기가 아이에게는 다양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와~ 정말?”, “그렇구나!”

엄마와 아이가 함께 신기해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1970년대 사진 문화를 접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1970 생활문화>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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