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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ㅣ 책세상 세계문학 13
메리 셸리 지음, 정회성 옮김 / 책세상 / 2025년 4월
평점 :
인간이 신의 자리를 넘보았을 때, 탄생한 것은 기적이 아니라 고통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은 피가 끓는 젊은 과학자가 죽은 자들의 파편으로 생명을 엮고, 그 생명을 외면함으로써 또 다른 죽음을 불러온 이야기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생명이란 단어가 이렇게나 무겁게 느껴진 적이 있었던가 하고 돌아보게 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키워드는 단연 ‘창조와 책임’이다. 빅터는 피조물을 만든 순간부터 책임을 저버렸다. 그의 손으로 세상에 나온 존재는, 생명이면서 동시에 짐이었다. 우리는 자주 만든 것에 무책임해진다. 기술, 말, 감정, 관계. 만들어 놓고 방치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도망친다. 그러나 생명이란, 한번 품었으면 끝까지 안아야 할 것이다.
괴물은 괴물답지 않았다. 오히려 ‘소외와 존재’의 고통을 가장 인간적으로 앓았다. 그는 인간이 되고 싶어 했다. 말과 글을 익히고, 사랑을 원했다. 그가 처절하게 외쳤던 한마디가 아직도 가슴에 맺힌다. “나는 선했으나, 불행이 나를 악하게 만들었다.” 누구나 태어날 땐 선한 씨앗을 품고 태어난다. 하지만 세상이 그 씨앗을 짓밟으면, 악은 그렇게 자란다. 누군가에게 손 내밀지 않는다는 것은, 때론 칼을 쥐게 만드는 일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떠오른 키워드는 ‘경계를 넘는 욕망’이었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세계에 발을 들일 때, 그곳엔 언제나 그림자가 함께 깃든다. 빅터는 자신의 탐구가 얼마나 무모했는지, 너무 늦게 깨달았다. 우리 역시 무언가를 갈망하고, 더 나아가려는 이 시대의 빅터들이다. 그러나 욕망에는 책임이 뒤따르고, 창조에는 고통이 깃들 수 있다는 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은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내 마음속 괴물들을 하나씩 돌아보게 해주었다. 내가 만든 상처들, 내가 외면한 책임들, 그리고 내가 소외시킨 감정들. 어쩌면 우리 모두 안에 괴물 하나쯤은 살고 있지 않을까. 그 괴물에게 이름을 불러주고, 손을 내밀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다움의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