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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ㅣ 고전의 세계 리커버
존 스튜어트 밀 지음, 김만권 옮김 / 책세상 / 2025년 3월
평점 :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개인의 자유가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는지를 다룬 철학적 고전이다. 그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개인은 최대한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해악 원칙(harm principle)’이라 이름 붙였다. 밀은 다수의 의견이 소수를 억압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개인의 표현, 사상, 삶의 방식에 대한 자율성을 철저히 옹호한다. 그는 자유로운 의견 충돌이 진리의 발견으로 이어진다고 믿었고, 국가나 사회가 개인의 삶에 과도하게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자유론》은 시민사회와 민주주의가 성숙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적 기준을 제시하는 책이다.
《자유론》을 읽는 일은, 마치 내 안에 숨죽여 있던 이성과 윤리를 깨우는 일과도 같다. 밀은 개인의 자유를 철저히 옹호하면서도, 그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에서만 정당하다는 단서를 단다. 이 단 하나의 조건이 지금 한국 사회, 특히 최근의 정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드러난 일부 극우 세력의 행동을 떠올린다. 자유라는 이름 아래 행해진 과격한 시위, 가짜뉴스의 유포, 소수자를 향한 폭언과 공격들. 그들의 외침은 늘 “표현의 자유”, “국민의 권리”를 내세우지만, 밀의 기준에서 보면 그것은 자유를 위장한 해악에 가깝다. 타인을 위협하고 공공질서를 해치며, 사회 전체의 안전망을 흔드는 행위는 결코 정당한 자유일 수 없다.
《자유론》은 지금 이 혼란한 시국 속에서, 자유와 방종 사이의 경계를 분명히 해준다. 자유란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권리’가 아니라, 책임과 절제가 함께하는 성숙한 권리임을 상기시킨다. 진짜 자유는 나와 다른 생각을 향해 침묵하거나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그 다름을 참아내고 논쟁을 이어갈 수 있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진정한 자유는 목소리의 크기나 횟수가 아니라, 그 목소리가 타인을 해치지 않고 공동체와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소리가 아니라, 더 깊은 책임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