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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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모음집. 아주 짧았지만 감명은 깊었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기를 작가는 갈구한다. 작가의 성향이겠다. 독서의 건망증에 관한 짧은 에세이가 무척 흥미로웠다. 잊어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잊지 않으려 기록해도, 잊는다. 그래도 기억하고 있다. 남이 아닌 내가 말이다. 남이 봐주기 원하는 대로 쓸 필요는 없다. 진짜 자유는 편안함이다. 당당함이다. 나의 건망증에 대한 따뜻한 위로였다.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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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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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의 시점. 작가는 작가다. 좀머 씨를 내버려둬야 하는데. 왜 인간의 호기심은 그럴수록 강해질까. 한 편의 짧은 소설을 만들어 낼 만큼 이야기꺼리가 아닌 좀머 씨를 만나고 싶지만. 그가 바라는 건 빗속에서 홀로 걸어가는 것일 테다. 아무런 방해도 없이. 내가 방해가 됨을 깨달았다. 놓아줘야 하는데. 자꾸 이야기를 남기려 애쓴다. 내가 아닌 그의 이야기. 소통하면 안될까. 기껏 청하는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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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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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각적이다. 독창적이다. 솔직하다.  

 글 속에서 시공간은 넘나들고 독백과 서사가 공존한다. 작가의 개인적 체험에서 비롯된 소설에서의 고백은 자연스럽다. 또한 아름답지만 슬프다. 사랑을 알기에 겁많은 남자와 사랑을 모르는 겁없는 소녀의 연인 이야기. 무엇이 사랑이라도, 혹은 아니라고 해도, 그 땡의 감각은 진솔했다.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위한 사랑은 없다.  

 소녀는 모두의 연인이었다. 어머니의 믿음을 괴롭히는 연인, 큰오빠의 난폭함에 저항하는 연인, 작은 오빠의 연약함을 보호하는 연인, 남자의 허약함을 쓸어주는 연인, 여자친구의 결핍을 사랑하는 연인. 사랑의 만족스러운 무게의 추가 자꾸 가라앉는다. 누군가의 연인으로 불리기엔 우리는 너무나도 불완전하고 난해한 존재이지 않은가.  

 그러니, 먼 미래의 소녀가 글을 쓰고 조금이라도 커졌다면. 훗날 자전적 연애 이야기를 발견한다면 소녀는 충분하다. 꽉 채워진 완전함이 아니라 가볍게 고개 끄덕이는 충분함일 테다. 그것이 작가로 디졸브 되든 독자가 개별의 사랑을 쓰고 싶어진다면 이 소설의 의미는 다했다. 연인 자체의 감동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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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종교는 구라다 - 순진한 목사가 말하는 너무나 솔직한 종교 이야기
송상호 지음 / 자리(내일을 여는 책)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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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신교 목사 송상호는 신의 목소리가 전달하는 종교가 이 땅에서 인간에 의해 왜곡, 변질, 체질화 되는 과정을 다채로운 주제별로 설득한다. 범접할 수 없는 신의 세계에서 신선한 구라로 변하는 과정의 의미와 시사점을 전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누구나 한번쯤 종교에 대해 품었을 의문을 명증 형태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쉽고 편하게 이야기를 읽어나갈 수 있다. 작가가 전달하는 여러개의 명제 중 한두개 쯤은 누구나 자신의 기존생각을 대입하여 해석가능하다. 난해한 종교학과 종교사(기독교사)를 자신의 주장이 아닌, 매우 많은 학자들의 책을 인용하여 풀어가고 있기에 독자는 마음에 드는 책을 새롭게 찾아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결코 가볍게 치부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종교 자체를 인간의 문화적 '구라'로 해석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신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새로운 신은, 구라로 난무된 신이 아니라 신 자체의 객관성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신이 메말라가는 현대에 우리가 찾아야 하는 신은 '총체적 정체성'을 가진 이정표의 신이다. 단순히 신의 행적을 믿고 그대로 행동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신이 가는 길을 개인별 방식별로 걸어가는 것이다. 고난을 극복하며 내부의 모순을 통합하는 전우주적 정체성을 구축하는 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인간에게 신이 존재하는 의미이다. 새로운 신은 인간의 절대적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올바른 방향인 셈이다.  

 이로써 사고방식과 믿음은 지극히 종교적이지만 구라로 변한 기존 종교의 교리와 행위를 따를 수 없는 내겐 '새로운 신'의 가능성이 열렸다. 신의 행적에 사실여부 보다 그 행적이 의미하는 방향성을 찾고 이를 내 삶에 대입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이 세상에 탄생한 모든 신이 추구한 총체적 정체성을 차근차근 넓히고 쌓아가는 무수히 많은 삶을 기대한다. 신이 하나인지는 분명히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이 세상 사람들 수만큼의 가능성과 삶이 이 땅에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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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 수상록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4
미셸 드 몽테뉴 지음, 손우성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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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양심의 법칙들을 자연의 소산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그것은 습관의 소산이다.-154쪽

그러므로 현명한 사람은 자기의 영혼을 군중으로부터 분리시켜 자신의 내부로 거두어들여 항상 자유로운 상태에 둠으로써 자기의 영혼으로 하여금 사물을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외면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몸차림과 형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159쪽

<악을 행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과 악을 행할 줄 모르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세네카)-213쪽

<세상 사람들이 자네에 대해 뭐라고 말하건 상관하지 말게. 자네가 자신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 것인가를 추구하게. 자네 자신 속에 은거(隱居)하게. 그러나 먼저 자네 자신을 맞아들일 수 있도록 자네 자신의 내부를 준비하게.> (에피쿠로스)-290쪽

운명이 가져다 주는 부(富)가 어떤 종류의 것이건 간에, 그것을 향우하기 위해서는 취향이 필요하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소유가 아니라 향유(享有)이다.-297쪽

<모든 사람의 성격이 각기 그의 운명을 만든다.>(코넬리우스네포스)-305쪽

그러니 사물의 외적인 성질을 우리의 변명으로 삼는 짓은 더 이상 하지 말자. 왜냐하면, 사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 즉 사물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며, 그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322쪽

<악행을 저지르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며, 또한 매우 비열한 짓이다. 그리고 아무런 위험도 내포되어 있지 않은 선행을 행하는 것은 매우 평범한 일이다. 그러나 선을 행하는 것이 위험스러운 일일 때 선을 행하는 것, 그것은 덕 있는 사람이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인 것이다.>(메텔루스)-253-4쪽

<뭔가를 잃어버린 슬픔과 그것을 잃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결국 똑같은 것이다.>(세네카)-384쪽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하지 않는 여자는 사실상 하는 것이다.>(오비디우스)-411쪽

왜냐하면 상대방을 죽이는 것은, 경멸감으로부터 나오는 행위라기 보다는 공포심으로부터 나오는 행위이며, 용기의 행위라기보다는 예방의 행위이며, 공격적인 행위라기보다는 방어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425쪽

<그는 모든 것들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모든 것들을 공격한다>(클라우디아누스)-432쪽

<만일 당신이 당신의 자식을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농사에 유용한 자, 전쟁에도 평화에도 쓸모있는 자로 키운다면, 당신은 국가와 국민에게 한 시민을 준 것만으로도 훌륭한 일을 한 것이다.>(유베날리스)-453쪽

<밖으로 나타나는 모든 악덕은 비교적 가벼운 편이다. 건전한 모습 뒤에 숨겨있는 악덕을 극히 유해하다.>(세네카)-459쪽

가장 훌륭한 영혼이란, 다양성과 적응성을 가장 많이 지니고 있는 영혼이다.-487쪽

<가장 위대한 영혼을 지닌 사람에게는 사는 것은 곧 생각하는 것이다.>(키케르)-488쪽

<우정이란 무리(群)를 이루도록 만들어진 동물이 아니라 한 쌍을 이루도록 만들어진 동물이다.>(플루타르코스)-490쪽

<내가 어떤 것을 불완전하게 보는 것은, 나 자신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플라톤)-516쪽

따라서 여행을 많이 하고 어떤 일에 대해 경험이 많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는 의미가 없으며, 그로 인해 인품이 나아지고 사람들이나 사물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느냐가 중요한 것이다.-519쪽

<운명은 스스로 길을 열어 간다.>(메르길리우스)-522쪽

어쩌면 가장 평범하고 일반적인 것이 어떤 일을 가장 손쉽고 확실하게 성취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523쪽

<우리의 송공은 대개는 행운의 덕택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사람의 성공을 보고
그의 수완을 칭찬하다.>(플라우투스)-5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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