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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등을 맞대면
무르르 지음 / 킨더랜드 / 2025년 12월
평점 :
👩❤️👨 <너와 등을 맞대면> 리뷰
올해의 저는 인간관계 앞에서 여러 번 주저앉았습니다. 좋은 관계라고 믿었던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 가족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다는 외로움, 나에 대한 오해와 단절까지 겹치며 사람을 만나는 게 무서워졌어요. 다시는 누군가와 깊이 연결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차라리 철저히 혼자가 되는 편이 덜 아프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런 시기에 그림책 <너와 등을 맞대면>을 만났습니다. 이 책의 소년은 제 마음과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두려움이라는 벽에 등을 붙이고서야 비로소 안전하다고 느끼는 아이. 벽 너머로 나아가고 싶지만, 등을 떼는 순간 돌이 날아올 것만 같은 공포 때문에 한 발도 내딛지 못하는 아이. 저 역시 그 소년처럼 오랜 시간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견디며, 점점 좁아지는 세계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야기가 제 마음을 깊이 흔든 순간은 소녀가 등장했을 때였습니다. 소녀는 소년을 끌어당기지도, 등을 떠밀지도 않습니다. 다만 조용히 자신의 등을 내어줍니다. “내 등에 너의 등을 맞대고 걷자”는 그 제안은 너무도 다정해서, 오히려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누군가에게 등을 내준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등에 기대게 한다는 것은 상대를 온전히 믿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이는 불가능하니까요.
나는 지금까지 늘 소년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혼자였고, 두려웠고, 쓸쓸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덮으며 처음으로 생각했습니다. 언젠가는, 아니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등을 내어줄 수 있는 소녀가 되고 싶다고. 상처로 움츠러든 사람에게 “넌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해 주고, “나는 네 편이고, 너는 내 편이야”라고 진심으로 전하고 싶다고 말입니다.
<너와 등을 맞대면>은 관계를 쉽게 회복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각자의 속도를 존중하며, 마주보기 전까지 등을 맞대고 걸어도 괜찮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배려와 기다림이 결국 한 사람의 벽을 허물고, 세계를 다시 확장하게 만든다는 것을 조용히 보여 줍니다. 차가운 마음으로 겨울을 건너고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이 건네는 따뜻한 등을 꼭 한 번 느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등을 맞대고 잠시 함께 걸어 줄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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