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의 시선 1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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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등의 단어로 정의되는 책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재미라는 측면만 보자면, <단 한번의 시선>에는 별 넷 내지는 다섯을 날리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확실히 재미있고, 페이지가 술술 잘도 넘어간다. 촌스럽기 그지없는 표지와 '이게 무슨 짓이냐' 버럭 하게 만드는 엉성하고 헐렁거리는 편집, 꽉꽉 눌러 담아 한권으로 만들어도 전혀 무리가 아니었을 책이 분권으로 나와 버린 것들에 대한 분노를 넘어설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후한 점수를 주어도 무리가 없는 책일지도. 하지만 빈틈이 남는 재미와 술술 읽히는 매력, 그게 이 소설이 가진 장점의 전부라고 한다면, 그래서 아쉽고 허탈해서 후한 평가를 내리지 못하겠다면... 나는 좋다고 읽고서 딴소리 하는, 너무도 양심 없고 형편없는 독자일까? 모르겠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른 것이니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개인적으로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에 바라는 것이 술술 읽히는 재미만은 아니고, 또 그 재미만을 추구하면서 읽었다면 감탄스러울 정도가 되어야한다는 생각에서 이 책에 줄 수 있는 별은 3개다.

 주인공을 비롯한 무수한 등장인물들 중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었거나 혹은 다중반전 설정에 속아 넘어가면서 감탄했거나, 그것도 아니면 결말이 인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만족스러울 수도 있었을 텐데.(결말이 이렇지만 않았던들 별 하나는 더 추가했을지도.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마지막 페이지는 최악이었다) 안타깝게도 수많은 등장인물을 성의 있게 그렸음에도 매력적인 캐릭터는 전무하고, 작가가 야심차게 시도했을 다중반전은 충격적이지도 않은데 이리저리 벌려놓은 것을 유야무야 성급하게 수습했다고 느껴진다. 결말 역시 허탈함에 더한 황당함을 더할 뿐. 작가도, 소설도... 사전에 접한 많은 호평으로 기대가 너무 컸나? 미안하지만 전혀 그렇지도 않았는데. 이게 작가가 의도한 바라면, 그리고 그가 가진 매력이라면 나와의 궁합은 최악이니 앞으로 그의 책을 읽을 일은 없을 것이다. 갖은 정성을 들인 것이 한 눈에 보이는 요리를 먹었는데, 과한 욕심에 묘하게 어그러진 맛을 낸다는 걸 알게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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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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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이상 문학상 수상까지 포함해서 발표하는 작품마다 상복도 많고, 판매량도 많다는 김연수. 그를 뒤늦게, 그것도 소설이 아닌 산문집으로 만났다. (아! 그러고 보니 엄밀히 말해서 아주 초면은 아니다. 역자로서의 김연수는 만난 적이 있으니까... 그래도 그건 100% 온전한 그의 글이 아니니 넘어가자) 은근히 까다롭고 매서운(?) 독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알라딘에서도 단단히 입지를 굳힌 듯한, 대단한 김연수, 왜 이제야 읽게 되었을까? 베스트셀러를 기피한다지만, 무조건 배제하는 것도 아닌데. 혹시나 싶어 찾아보니 미처 책장이 소화하지 못해 바닥까지 점령한 채 쌓여있는 책더미속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눈에 뜨이는 이름. 그의 책 두어 권이 읽지 않고 쌓아놓은 모양 그대로 덩그마니 있다. 책에 대한 것이든, 작가에 대한 것이든 간에 개인적으로 호감을 가질만한 요소가 있기에 구입했을 텐데, 어찌된 일일까? 까맣게 있고 있었던 건…….

 (사람마다 제각각 느끼는 것은 다르겠지만) 장편이든 단편이든 소설로 만났을 때 진가를 발하는 작가가 있고, 산문집이나 수필로 만났을 때 더한 매력을 발산하는 작가가 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후자의 대표주자는 하루키. 물론 그의 소설 중에서도 좋아하는 작품들이 있고, 소설로 먼저 하루키를 접했음에도 내가 만나는 하루키는 수필집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김연수의 경우는 이와 반대로 산문집으로 먼저 만났고, 앞으로 소설을 접하게 될 텐데...그의 소설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기분 좋은 설렘이 느껴진다. 그건 소설이 아님에도, 작가가 이 책에서 풀어낸 이야기들 각각을 단편소설로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소설이 아닌지라 매력적인 인물이나 배경 혹은 사건이 등장한 건 아니지만,

 어찌 보면 이 책, 참 독특하다. ’여행’산문집이라는 성격(?)에서 흔히 떠올리기 마련인, 책장 훌렁훌렁 넘어가는 가볍고 밝은 읽을거리만은 아니다. (작가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소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 없는 읽을거리인 것 같지만, 본인은 해당사항이 없는지라) 그가 구사하는 문장부터 ’말랑말랑’과는 무관하고, 반쯤은 멍 때리면서 읽더라도 부담 없이 술술 넘어가는 평이함과도 동떨어진 듯 하니까. 그렇다고 부담스럽게 진지하거나 젠 체 하는 문장도 아니지만...뭐랄까, 조금씩 집어 꼭꼭 씹어야 온전한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담백함? 소박한 취향임에도 타고난 입맛이 놀랄 만큼 까다로워 만족시키기가 수월치 않다는 미식가를 만족시키는 단품메뉴. 처음 접하는 그의 글에서, 작가 김연수의 문장을 음미하는 중에 떠오른 이미지는 그랬다. 그래서 앞으로 읽게 될 그의 소설들은 보다 호감어린 눈으로 보게 될 것 같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더라도 꼭꼭 씹어 먹는 맛이 있는 그의 문장은 마주할 수 있을 테니, 어찌 좋지 않을 소냐.

 나에게 김연수라는 이름은 안 좋게 작용할 거리도, 그렇다고 좋게 작용할 거리도 없었다. 아무리 사람들이 선호하는 작가요, 작품이라도 취향에 안 맞으면 영영 마주할 기회를 만들지 않으니까. (대표적인 작가가 공지영 되시겠다) 어떤 기대도 없이 그저 마음이 동한 제목으로 책을 골라잡았기 때문에, 조금은(이라고 쓰지만 조금이 아니다) ’낚였으면 어쩌지’하는 불안감으로 읽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책장을 넘길수록 ’이 작가 내 취향인지도’ 싶은 기분 좋은 기대감에 편안했지만. 이 책으로 작가를 처음 대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문장에 집중하기보다 책 전반에 걸친 그의 여행과 경계, 국경론에  더 집중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일말의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한동안 장악 당했던 무기력에서 빠져나와 뭐든 끼적이고 싶게 만든 김연수의 문장에 그보다 더한 고마움이 남는다. 의미 없는 끼적임이나마 딴에는 상당히 답답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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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4-29 13:26   좋아요 0 | URL
그치요. 아무리 사람들이 선호하는 작가라도 저와는 분명 안맞는 작가들은 존재하지요. 말씀하신 공지영도 그렇지만 제게는 김연수도 그렇고(전 왜 김연수의 글이 막 좋지는 않은지 ;;) 알랭 드 보통도 전 영 별로에요. 대체 뭔 말을 하는지 알수가 없다는.
김연수의 책은 이 리뷰의 [여행할 권리]를 비롯하여 몇권 읽어보았지만 저는 그중 『청춘의 문장들』이 가장 좋더군요.
:)

Kir 2009-04-30 05:51   좋아요 0 | URL
김연수가 앞으로 저에게 어떤 작가로 남을지는 모르지만, 이 책으로는 분명히 호감이예요. (그런데 정작 소설은 별로면 어쩌지요;) 『청춘의 문장들』은 없는 책인데, 그것도 읽어봐야겠네요. 알랭 드 보통의 경우, 전 확실히 좋다! 쪽이지만, '지루하다', '잘난 척 해서 거북하다', '대체 왜 인기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등등의 반응들도 많더라구요. 은근히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인가봐요^^

(가끔, 전 공지영 작가의 어마무지한 판매량을 보면 의아해져요. 주변에 사람이 그지 많지 않기 때문인지, 아니면 저와 제 지인들은 마이너 성향이 강한 것인지... 예전부터 공지영씨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거든요;)

다이조부 2010-12-13 14:02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정말 선물용으로 딱 좋아요~

근데 김연수는 문학평론가와 문학애호가들한테는 지지를 받아도 대중적인 작가는

아니에요~ ㅎㅎ 공지영과는 아니라는거지요~ 문학적성취를 따지는건 아님 ^^ 지명도만
 
지식 e - 시즌 1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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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심코 켠 TV의 채널이 EBS에 맞춰져있는 것에 조금 놀랐던 적이 있다. EBS에서 방송하는 다큐나 영화는 가족들 취향에 안 맞을 텐데, 어쩐 일로 여기 채널이? 하는 중에, 뭔가 달라 보이는, 시선을 잡아끄는 화면이 시작됐다. 강렬한 화면과 의미심장한 멘트들이 듣기 좋은 음악을 배경으로 흐르는. 꽤 시간이 지나서 자세한 내용은 잊었지만, 그 날의 방송분은 톨킨과 C. S. 루이스에 대한 것이었다. 짧은 게 분명한데, 어떻게 생각하면 꽤나 길게 느껴지기도 했던 영상이 끝나고 부리나케 신문의 TV 프로그램 편성표를 찾았다. <지식채널e>라는 낯선 프로그램. 그렇게 어느 날 우연히, <지식e>와 만났다.

 안타깝게도 너무도 게으른 나로서는 시간에 맞춰 TV를 챙겨보아야 하는 행위가 좀처럼 쉽지 않은 관계로, 인상적이고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느꼈음에도 방송으로 지식e를 본 건 채 몇 번이 되지 않는다. 다시보기를 통해서 한동안 몰아보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지만, 그놈의 게으름이 또 발목을 잡았다. 그런 차에, 방송에서 가려 뽑은 주제를 묶은 동명의 책이 있다는 것을 아주 뒤늦게 알게 됐다. 한 1년 정도 신간 체크는 커녕, 제대로 책을 읽지 못했더니 생긴 일이었다.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럽던지. 그래, 책으로 보면 되겠구나! 싶었는데 잠시 후, 지식e를 과연 지면으로 접해도 영상을 보는 것만큼의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겼다. 주제선정이나 내용도 우수했지만 지식e가 좀 더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건, 영상과 음악의 영향이 컸는데. 과연 그런 도움 없이 만나는 지식e도 그만큼 좋을까? 차라리 인터넷 다시보기를 주기적으로 애용하는 게 낫지 않을까? 괜히 책으로 봤다가 별 감흥 없이 이건 그냥 상품일 뿐이야, 하는 생각에 좋은 이미지에 손상만 가면 어떡하지……. 그렇게 결론 없는 긴 고민이 시작됐고, 그러면서 다시 또 한동안 다시보기를 애용했다. 그러다 다시 게으름 발동으로 밀리기 시작한지 한참. 이거 다 보는 것도 일이겠구나 싶은 와중에 에잇! 하고 그냥 질러버렸다. 그리고서 읽은 이 책, 꽤 오랜 시간 망설이다 주저하며 구입했지만 정말 잘했다 싶다. 비록 강렬한 영상과 음악의 시너지 효과는 누리지 못할망정, 한 꼭지마다 찬찬히 느끼고 곱씹어 되새길 수 있는, 의미심장한 여운에 취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연장해주니까.

 지식e 시즌 1에서 다루고 있는 40개의 꼭지는, 초기 방송분이라서 그런지 (마구잡이로 골라 다시보기로 본) 몇몇 개를 제외하면 이 책으로 처음 본 것이 대부분이다. 영상을 보지 않았어도 알고 있던 내용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얄팍하게 주워들은 것에 그친 수준이었던 내용도 있고, 연계된 내용은 알지만 책에 담긴 내용을 접하기는 처음인 것들도 있다. 무수한 방송분 중에 겨우 40개를 가려 뽑아 다루었을 뿐인데도 이런 수준. 무수한 생각의 "꺼리"를 던져주는 주제들 중에서 겨우 40개에 한정해서도 이런 실정이니, "정말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갖추어야만 하는 앎" 중에서 내가 간과하고 지나치는 것들은 얼마나 많고 많을까. 그리고 그렇게 비롯된 무지가 지금 이 시대의 우리 사회를 더욱 각박하고 비인간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알아야 마땅한 일을 모르면서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그것을 외면하면서 더없이 당당하고, 분노해야 마땅한 일에 분노할 줄 모르고, 심지어 더러운 흉계로 자신들의 잇속만 채우기 급급한 누군가(들)을 수치를 모르고 따르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렇게 살지 않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일깨워주는 짧은 기록들이 여기 담겨있다. 더욱 인간답게, 인간으로서 살기 위해서 필요한 智識과 만나는, 5분을 위한 23시간 55분을 사는 이들이 만들어준 소중한 시간의 모음과 만나자. 만나서 우리네 마음을 움직이는 그 울림에 취해보자. 조금이라도 빨리, 당신도 함께. 

 

+) "5분을 채우기 위해 23시간 55분을 미련 없이 버리며 살아왔다"던 지식e의 이전 담당 프로듀서는 괘씸죄로 인사이동 되었다. 광우병 논란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지난 5월, 무지한 국민들에게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를 제공하려는 선한 의도로 제작한 <17년 후>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들의 심기를 왕창 긁어놓았기 때문이라는 건,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눈치 빤한 우리는 모를 수가 없다. 안타깝게도 소신 있는 그 프로듀서가 지식e로 복귀할 수 있을 확률은 0에 가까울 테니 (이렇게 쓰지만 안타깝게도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21세기에 벌어진 이런 웃지 못 할 사태를 지켜보면서 절로 분통이 터졌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그가 마지막으로 제작한 <괴벨스의 입>를 보면서 실실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정도로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찜찜하고 불쾌하기만 할 퇴장명령에도 불구하고 제 역량을 한껏 발휘한 멋진 결과물로 제대로 한 건 보여주고 가는구나 싶어서였다. 이 얼마나 멋진 마지막인가 말이다. 그들이 정말 머리가 있고, 생각이란 것을 하고 산다면 <17년 후>가 아니라 <괴벨스의 입>에 혈압이 올라야했겠지만, 예상대로 그 방영분에는 별 반응이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 아무래도 그들은 괴벨스에 대해서 모르거나, 떠나는 마당이니 뭘 하든 자신들의 의도대로 일을 처리하기만 하면 끝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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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9-02-17 09:21   좋아요 0 | URL
<괴벨스의 입>도 당시에는 나름 반응이 뜨겁기는 했어요. (그래봐야 아고라이지만. ^-^;;)
당시의 프로듀서를 원상 복귀하라는 온라인 서명운동도 했었지만 역시 어려웠던 기억이 나네요. 또 티비에서 뵌 그분의 모습이 매우 스타일리쉬 하더라는 기억도. ^-^

Kir 2009-02-18 01:45   좋아요 0 | URL
그래도 아고라에서는 화제가 되었던 모양이군요. 다행이네요^^; 복귀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에 저도 참여하긴 했습니다만, 기대는 전혀 안했죠. 이렇게 될 거라는 걸 뻔히 알고 있었으니까요.

다락방 2009-02-18 09:07   좋아요 0 | URL
저는 책을 알고나서 나중에 티비 프로그램을 한두번 보게되었는데, 누군가 언제 한다고 챙겨주기까지 해도 제가 티비를 못보더군요.
2,3권도 다 읽으셨나요? 이제 4권이 나오려고 하는 것 같던데요.


때로 현실은 그 어떤 괴기소설보다 잔인한 것 같아요, Kircheis님.

Kir 2009-02-18 17:04   좋아요 0 | URL
지금 3권 읽고 있어요, 2권의 리뷰도 쓰고 싶은데 쉽지가 않아요. 전 서평쓰기가 너무 힘들어서, 써야지... 하다가 밀리고 밀려서 넘어가고 마는 게 대부분이거든요; 4권도 예약판매 중이길래 주문했는데, 이번에는 엄선한 방영분 20개인가를 담은 dvd를 준다고 하더라구요. 1권 구매하기까지는 상당히 오래 걸렸는데, 그 이후에는 바로바로 사고 있네요^^

+) 저도 현실이 어느 괴기소설보다 무섭고, 사람이 어떤 호러물의 괴물보다 무서운 것 같아요ㅠㅠ

노이에자이트 2009-02-19 00:43   좋아요 0 | URL
초면에 실례합니다.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혹시 폴 부르제 소설 <제자>국역본 갖고 계시나요?

Kir 2009-02-19 13:12   좋아요 0 | URL
엇, 실례라니요^^; 사실, 저는 노이에자이트님이 초면이 아니기도 하구요. (죄송하게도 흔적을 남긴 적은 없지만, 제 즐겨찾기 중의 한 분이시거든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말씀하신 책을 제가 가지고 있지 못하네요. 도움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2-20 22:35   좋아요 0 | URL
정음사에서 나온 <백주의 악마>는 있는데 <제자>는 없어요.손우성 씨 번역인데 완전 희귀본입니다.
 
인체 모형의 밤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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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무려 몇 달간 처키가 등장하는 악몽에 시달렸던 쓰라린 경험이 있기에 표지를 본 순간, 윽!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인형이다, 인형... 비록,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남들은 기겁하는 어지간한 호러물을 봐도 혼자 쿡쿡 웃을 수 있는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본색을 드러내기 전부터 마음에 걸리던... 지가 아무리 귀여운 척 해봤자 사악하게 보였던 처키의 영향인지, 인형은 내 아킬레스건이니까. 안 그래도 겨울마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와중에 옵션으로 악몽까지 더해질 것인가, 약간 고민했으나 그동안 쌓아온 내공과 수련(?)에 힘입어 용감하게 책을 펼쳤다. 다행스럽게도 우려와 달리, 인형은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 표지의 음산함……. 지금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처음 표지를 보았을 때만 해도 평소 북스피어가 추구하는 표지와는 좀 다른 스타일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뭐든 수박 겉핥기식으로는 알 수 없는 법. 책을 읽고 난 지금은 왜 이런 표지가 나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성격을 꽤나 잘 나타낸다 싶고. 

 나카지마 라모는 이 책으로 처음 만난 작가다. 책 표지날개나 뒤쪽의 해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기이한 풍모의 괴짜라는 인상이 강하다. 그리고 그런 작가의 특징은 그의 글 속에서 자연스럽게 잘 녹아있다. 독특한 색이 강하게 느껴지는 책을 만날 때면 두 가지 생각이 들곤 한다. 작가(혹은 작가의 조수)가 이 책을 쓰기 위해서 얼마나 충실히 조사했을 지가 느껴져서 그 노력과 노고에 감탄스러운 경우가 있고, 그런 독특함이 집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본디부터 작가가 가진 본연의 것임이 느껴져서 그 소재의 다른 책이 나온다고 해도 이정도의 분위기는 (이) 작가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 싶은 경우가 있는데, 라모의 이 책은 명백하게 후자 쪽이다.

 책은 목저택에 대한 짧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12개의 단편이 담겨있다. 각각의 단편들을 결말로만 얘기하자면, 짐작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서 예상보다 더 나아가 잠시 멍하게 만드는 것,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로 나아가는 것, 썩소를 머금게 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작가의 조예가 남다르다는 오컬트적인 이야기가 있고, 현실에서도 있을 법하지만 상상하기는 싫은 종류의 이야기,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을 듯 싶지만 뚜렷한 결말을 짓지 못했을 이야기들을 기묘한 분위기와 매끄러운 문장으로 탄탄한 이야기들로 재현한 것을 보면, 꽤나 오래전부터 일본 문학의 붐을 타고 있는 국내에 작가의 소개가 늦어진 것이 조금 예상외로 느껴진다. 12가지 이야기 중 어느 것이나 길지 않은 분량의 글 인에도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는 면에서, 이 책은 '호러'단편집이라고만 불리기에는 조금 억울하지 않을까 싶다. 문학을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이 가볍게 주절댈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소위 순문학의 단편소설에 요구되는 미덕을 이 단편집의 글들 역시 부족함 없이 갖추고 있다 생각했다면... 주제 넘는 이야기가 될까.

 개인적으로 가장 끌린 글은 존 레논의 미발표곡이 있다는 설정의 Eight arms to hold you. 결말은 예상대로였지만, (소설 속의) 그런 곡이 실재한다면 과연 어떤 곡일까 (상상하기 어려움에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 밖에는 사안과 싸늘해진 코, 무릎까지 3개의 글이 가장 인상적이랄까. 다카코의 위주머니도 꽤 마음에 든 글이지만, 내용과는 무관하게 참기 힘든 요소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남다른 도덕적 기준 때문이라고 해도,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나 이해가 너무도 부족한 다카코같은 성격은 참아주기 어렵다. 다카코의 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감에도 이런 생각이 드니, 이건 뭐...) 어정쩡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책장을 들추어 본 다음,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외면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단지 첫눈에 호감을 주기는 영 힘들어 보이는 표지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생소한) 작가의 이름 때문에 끌리는 마음을 누르지는 않길 바란다. 지난 2004년 유명을 달리한 작가인지라, 신작을 만날 수는 없겠지만 이제까지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고, 어느 정도의 반응을 기대해도 좋을만한?) 앞으로의 출간 예정작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 책으로 작가에 흥미를 가지게 된 사람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소식이다. 단, 단편이 마음에 든 작가의 장편 혹은 장편이 마음에 든 작가의 단편에 대한 만족도는 꽤나 미묘한 문제라서 어떻게 기대치를 잡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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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랑
필립 베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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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앞으로 읽으실 분들께는 적합지 않으며, 상당히 감정적인 리뷰입니다)

 한 남자의 익사체가 발견된다. 실종신고가 된 상태였고,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남자에게는 두 명의 연인이 있었고, 그 중 하나는 실종신고를 한 그의 약혼녀였다. 남자의 약혼녀, 안나. 좀 더 농밀해지기를 바라는 그녀와 달리 일정 거리를 항상 유지하려는 남자를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거라 믿었고, 무엇도 의심하지 않았다. 남자의 또 하나의 연인 레오. 직업상 만났지만, 남자는 그를 찾는 다른 이들과 달랐다. 레오는 안나와 달리 남자의 죽음 전부터 그녀를 알고 있었다.

 죽은 남자의 이름도 나오고, 분명히 기억하고 있지만... 이 비겁하고 추한 인간의 이름은 굳이 적고 싶지 않다. 소설은 괜찮았지만, 남자가 너무 싫어서; 감정을 삭이고자 리뷰를 쓰는 것까지 꽤 시간이 필요했는데... 여전히 죽은 남자에 대한 생각이나 인식에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가족과 지인은 물론, 사회의 시선이 두렵고 겁났다 해도 인간으로서 결코 해서는 안될 짓을 한 것은 자명하니까. 안나에 대한 감정도 사랑이었다지만, 아니 사랑이었다 해도 그의 이기적인 행동에 면죄부가 되진 않는다. 정말 사랑이라면, 적어도 안나에게는 자신에 대해서, 레오와 레오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 솔직해야만 했다. 레오에게 그랬던 것처럼 안나에게도 알려주었어야 한다. 그리고 레오에게도... 안나에 대해서 다 털어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남자는, 레오의 직업이나 처지를 악용해서 안나와는 다른 형태로 레오를 농락하며 스스로는 위안을 얻었다. 음지에 있는 레오를, 남자는 더더욱 음지로 몰아넣었다.

 결국 몹쓸 인간 하나로 인해서 안나와 레오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썩을 놈. 사랑이라니, 둘 다 사랑했다니. 게다가 사정을 알면 안나도 모두 이해할 거라니, 맙소사! 감정이라는 건 너무도 개인적이고 내밀한 것이지만, 미안하다... 네가 나쁜 놈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네 유약함과 못남에 일말의 연민도 느낄 수 없다. 만약에 안나 혹은 레오에 의해서 죽임을 당했거나 최후까지 비겁한 인간의 말로답게 괴로워하다 자살했다면... 조금쯤은 다른 감정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이없을 정도로 황당한 죽음이라서, 화만 더 났다.

 소설은 꽤 흥미롭다. 뭐라 정의할 수 없는 프랑스 소설 특유의 분위기와 여운이 남지만 속도감 있게 술술 읽힌다. 뒤통수 제대로 맞은 안나는 개인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어쨌든 딱하고, 이전에도 이후에도 음지에 머물러 있을 가련한 레오에게는 연민이 느껴진다. 하지만 최후마저 추한 남자는 찝찝함만을 남길 뿐. 그래서 별 셋. 비겁하고 치졸한 남자때문에 감정적이 된 내게 그 이상은 무리다,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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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1-18 14:24   좋아요 0 | URL
윽. 저는 상당히 감정적으로 쓰셨다는 이 리뷰 때문에 책이 궁금해지는데요? 보관함에 넣어야겠어요.

Kir 2009-01-19 00:34   좋아요 0 | URL
읽기 전인데 리뷰를 보셨군요^^; 스포일러없이 쓰려고 애써봤는데 영 안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