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 재욱, 재훈 (리커버 에디션)
정세랑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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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섬세하고 귀여운 리커버가 어울리는 즐거운 이야기. 정세랑표 유머는 덜했지만 제목의 3남매 모두 사랑스러웠다. 사람은 사람을 위해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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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족영원 문학과지성 시인선 535
신해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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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헐벗은 뱀, 눈이 먼, 발이 없는

무족영원류의 호칭은 라틴어로도 한자어로도 예쁘다

뱀이나 지렁이를 닮은 이 생물들은 파충류도 환형동물도 아닌 양서류니까 둘 중 고르자면 한자어 쪽-발 없는 도마뱀-이 더 정확하다 해야겠다

하지만 세실리아 아포다 짐노피오나, 라니
어느 아름다운 이야기의 주인공일까

시집은 자꾸 구덩이를 헤매이며 무언가 누군가를 찾으려 하는데
케이크, 드링크, 과자, 공작 부인, 붉고 몰상식한 요정이 나오고
세상은 이상하면서도 쉽게 읽힌다

세실리아는 앨리스를 닮았다


1.
장류진 작가의 추천으로 읽었다

말마따나, 여름에 읽기 좋은 시집이다

가는 여름날에, 다시 올 여름에 대해 생각하며 읽었다


2.
생일 선물로는 구진성 두드러기를 받았다

벼룩 모기 진드기 따위에 물렸을 때, 해독을 하지 못하면 벌레독이 자꾸 몸을 흐르며 벌레물린 듯한 두드러기를 피워낸다고 한다
(이걸 온 집을 세탁하고 청소하고 소독하기 전에 알아냈다면 좋았을 텐데)

면역력이 부족하다는 소리지
이만큼 살았는데도, 삶에 면역이 부족하다니
그래도 나이 좀 먹었다고
억울한 마음은 조금씩이나마 덜어내는 중이다
아직도



...

나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계핏가루 콩가루
빵가루
뇌하수체 가루
알록달록 고물이 담긴 쟁반을 받쳐 들고 있습니다

- 나눠 먹읍시다!

나눠 먹읍시다 메아리도 울리는데

검은 머리는 뒤를 돌아보지 못합니다
...

- <천변에서>




...
파도가 부서졌습니다 나는 처음이었습니다
등 번호는 없었고 가방만 있었고
뜨겁다 뜨겁구나 틈이란 틈을
샅샅이 더듬는 긴 여정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래와 물 사이
물과 묽음 사이
묽음과 소금 사이
목이 말랐습니다 녹는 점과
끓는 점 사이 죄와 벌 사이
비누로 손을 씻고 싶었습니다 완전한 마모의 비누와
...

- <완전한 마모의 돌 찾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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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 안전가옥 앤솔로지 2
시아란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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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앤솔로지 시리즈를 좋아한다. 존재 자체가 기쁘다. 브릿G에서 스크롤을 내리며 감상하는 기쁨과 종이책에 인쇄된 글자를 훑는 기쁨이 같지 아니하니 안전가옥이여 복되도다. SF 문학이여 만세!

별도로, 신인 작가가 많고 작가의 출신(?)이 다양한 까닭으로 내 취향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앤솔은 아직까지는 없다. 제일 슬픈 건 마음에 드는 단편이 딱 하나일 때. (하지만 그 하나가 좋았으니까 괜찮아!)

<대멸종>의 구성은 지금까지 나온 안전가옥 앤솔 중 가장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점점 완전한 멸망으로 나아가는 순서도 좋았고 (개인적인 해석이다!) 저승과 신과 우주와 마법과 과학을 넘나드는 세계관도 즐거웠으며 결론적으로 이 책을 집필한 모든 작가의 후속작을 읽고 싶어졌다.

생각날 때마다 후루룩 읽으며 기운을 충전하는 내 배터리 책장에 꽂힌 이 책은 다행스럽게도 나만이 아닌 많은 분의 사랑을 받고 있나 보다. 새로운 표지로 얼마 전 재출간됐더라. 너무 멋져져서 당황했다. 다홍색과 네온그린의 촌스럽고 파격적인 조화를 버리다니, 배신이야.

아무튼 많은 분이 읽기를 바랍니다.
읽고 다른 앤솔이랑 작가님들 다른 작품도 읽으시구요.
SF는 재밌으니까!

1.시아란 <저승 최후의 날> - 이승이 멸망하면 저승은 어떻게 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순차적으로 차근차근 도출해 낸다. 짧은 글에 꽉꽉 담긴 서사의 공백이 아쉽다면 얼마 전 카카오페이지에서 148화(!!)로 완결이 난 장편ver <저승 최후의 날>을 읽어보시길 강력히 추천.

2.심너울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 -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사실 처음 책을 사고 몇번이나 읽을 때마다 건너뛰었다. 이미 많이 읽어서 그랬을 뿐이고 정말정말 재미있다. 세상이 게임이라면? 을 소재로 한 라노베 판소 로설은 백만개쯤 있지만 이 단편이 최고다. 브릿G에서 너울님 작품이 죄다 내려간 건 아쉽지만 꾸준히 책으로 출판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책 끝을 접다‘에서 11화의 웹툰으로도 만들었다. (리디북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3.범유진 <선택의 아이> - 앤솔 참가를 많이 하셔서 반가운 분. 냉면 앤솔에서도, 최근의 히어로 앤솔에서도 좋은 글을 써 주셨다. 선택의 아이는 어린아이 시점이고 말하는 동물이 등장하고 세계는 나쁜 인간들 때문에 멸망한다. (사실 이런 소재의 최고봉은 정글북(책)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이 죽지 말고 죽여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해... 정글을 들여라!) 이것도 책끝툰 웹툰으로 있음. 글 엔딩은 너무 슬프니까 웹툰 막화를 보며 마음을 달래자.

4.해도연 <우주탐사선 베르티아> - SF의 클래식, 스페이스 오페라 나왔습니다. 지구는 예전에 멸망했고 우주선 탑승인만 남았는데 뭘 할까요. 배경을 우주로 한 밀실살인사건 추리극.

5.강유리 <달을 불렀어> - 판타지! 판타지다! SF 앤솔에 마법이 나와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때. 재밌었고 드래곤이 보고 싶었다. 등장한 모두가 확실하게 죽어버리는 꽉 닫힌 대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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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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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 작가의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에 설레고 기뻤다. 우울하고 답답한 현실을 따끔하게 꼬집으면서도 한숨이 아닌 웃음을 짓게 하는 작가는 귀하니까.

그런데, 사실 제목만 보고도 알아야 했을지도 모르지만, <달까지 가자> (가즈아!) 이 책의 주제가 코인이라더라. 앗 잠깐만요. 타임. 타임. 이거 좀 아플지도 몰라...

물론 나는 장류진 작가를 믿기 때문에 읽으며 서글펐다가도 이내 웃음짓게 되리라는 걸 안다. 아마 엄청 재밌겠지. 내게 가까운 소재인 만큼 더! (근데 '코인'에 움찔하지 않는 한국인이 더 적지 않을까 싶다.) 알긴 아는데 그래도 무서우니까. 신작 독서는 잠시 유예하고 간만에 <일의 기쁨과 슬픔> 을 펼쳤다.


아, 귀여워라.

아마도 재작년의 나는 이 책을 읽고 아주 좋았었나 보다. 안 하는 짓을 했다. 연노랑 3M 메모지가 하나 둘 셋. 나름 열심히 필사했는지 나답지 않은 둥그런 필기체의 문구가 하나 둘 셋. 이럴 때면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때의 내가 부럽기도 하다. 그렇게 재밌었어?

재작년 나의 픽은 표제작과 <도움의 손길>과 <탐페레 공항>. 다시 읽은 소감도 비슷하다. 더해서, 단편들 중 가장 전형적으로 따뜻한 이야기인 <탐페레>의 순번이 마지막인 점에서 작가의 다정함을 느꼈다. 그래요. 단짠단짠 맛으로 읽으려면 이 정도의 낭만은 있어야지.

여전히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쉽게 읽히고, 내가 알고도 표현하지 못하는 속마음을 콕콕 젓가락으로 수박 씨앗 바르듯 잘도 집어 낸다. 정말로 솔직히, 솔직히 말하자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간간히 흥하는 '썰'을 읽을 때와 비슷한 즐거움이다. 작가 특유의 담백하게 끊어지는 필체도 '순문학답지 않음'을 가중한다.

누구 서평에서 봤었더라. 옆집 언니의 블로그를 훔쳐본 느낌이라고. 꽤 정확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필력이라면 그 언니는 파워블로거가 아닐까.) 그만큼이나 현실에 가까운 소설이라 내내 쓰리고, 슬프고, 웃기다. 

그러니 부디, 현실의 우리도 이 답답한 삶 속에서 장류진 작가의 등장인물처럼 각자의 소소한 기쁨으로 잘 살아가기를. 

사실 나는 핀란드에 가본 적이 있다. 그 일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야기해본 적 없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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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대하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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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레싱은... 대단한 작가다. 단 한 순간도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꾸미지도 변명하지도 않는다. 고양이가 사라진 세상에 고양이에 대한 단 한 권의 책만 남길 수 있다면 나는 이 책을 고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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