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워커스 - 2024 세종도서 교양부문
신인철 지음 / 빈티지하우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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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리더는 흔히 ‘천국과 지옥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목표를 명확하게 수립하고 목표 중심으로 조직을 관리하되, 구성원과 조직의 명운이 달린 일에는 냉철하게 판단하고, 때로는 다소 무지막지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태도도 필요하다. 반면 구부려야 할 때는 때론 비굴하다 느껴질 정도로 상냥하게 바뀌어서 상대로부터 원하는 것들을 얻어내야만 한다. 이것이 마키아벨리가 자신의 책 《군주론》에서 강조한 이야기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뚫은 자신만의 문구멍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으며, 공부가 많은 사람은 큰 구멍을 가지고 있고, 안목이 높은 사람은 대상이 좀 더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구멍을 가지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 결국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세계든 역사든 자기가 뚫은 몇 개의 구멍으로 세계를 볼 수밖에 없다



...유해를 돌려받은 피렌체 시민들은 그가 로마에서 눈을 감을 때 했다는 마지막 유언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 유언은 바로 “안코라 임파로(Ancora Imparo)”였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라는 뜻이다. 이 말만큼 미켈란젤로의 삶을 제대로 말해주는 문장이 또 있을까? 그가 한시도 멈추지 않고 창작열을 불태우며 세상에 위대한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그 원동력의 정체를 밝혀주는 문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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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생 열린책들 세계문학 275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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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퀘스천
김병규 외 지음 / 너와숲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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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류이치 사카모토 (Ryuichi Sakamoto) 저자, 황국영 역자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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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느 시점까지는 그런 대중적 이미지를 바꿔보려 애썼지만, 요즘에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그런 일에 귀중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시시한 짓이다’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딱히 다른 사람들의 인지를 바꾸는 것을 삶의 보람으로 삼을 마음도 없고, 담담하게 스스로 만들고 싶은 음악을 꾸준히 만들어가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최후의 한 곡이 반드시 좋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사카모토 류이치=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런스’라는 프레임을 깨부수는 데 제 마지막 삶의 목표를 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 목적을 위해 남겨진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죠. 이런저런 생각의 변천을 거친 지금, 이것이 저의 거짓 없는 심경입니다.



...저는 괴롭고 힘든 치료를 거부하고 최소한의 케어만으로 마지막을 맞이하는 가치관을 조금 더 허용하는 세상이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스위스나 네덜란드의 합법적 안락사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 방사선 치료와 외과 수술을 받고 화학 치료까지 병행하려는 스스로의 모습에 모순을 느낍니다. 신체보다 의식이 훨씬 보수적이라는 사실에 고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살다 자연스럽게 죽어가는 것이 동물 본래의 순리이자 생명 본연의 모습이라고 믿습니다. 인간만이 거기에서 벗어나 있죠.



...분명, 이 풍경은 더 이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재’(非在)의 감각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겠죠. 블루스는 19세기 후반, 강제적으로 미국에 끌려갔던 흑인 노예들이 만들어낸 음악 장르인데, 신기하게도 그들의 출신지인 아프리카 국가에는 정작 블루스 같은 음악이 없습니다. 이미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킨 것이죠. 그래서 저는 향수의 감각이야말로, 예술에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문득 커다란 캔버스에 굵은 붓으로 짧은 선 하나를 그어낸 이우환 선생님의 페인팅 작품이 머릿속에 스쳤습니다. 아마도 인간의 뇌의 습성이 아닐까 싶은데, 우리는 밤하늘의 별을 보면 무심코 반짝이는 점과 점을 이어 별자리를 그리곤 합니다. 실제로 그 별들은 몇 만 광년씩 떨어져 있을 텐데, 마치 같은 평면상에 있는 것처럼 인식해버리죠. 마찬가지로, 새하얀 캔버스에 하나의 점을 찍고, 두 번째 점을 찍으면 우리는 또 그 두 개의 점을 직선으로 이어냅니다. 거기에 세 번째 점을 찍으면 이번에는 삼각형을 만들어버리고요. 이는 음악에도 똑같이 적용되는데 〈레버넌트〉의 메인 테마를 예로 들자면, 시작할 때 울리는 그 두 개의 음만으로도 우리는 의미를 느낀다는 것입니다. 이우환 선생님의 작품에서 촉발하여, 저의 새로운 앨범에서는 모든 사물에서 의미를 찾아내려는 뇌의 습성을 부정하고자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대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 어느 때보다 음악과 예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정치적인 메시지를 작품에 담는 식의 직접적인 의미로가 아니라, 정치로부터 자립한, 보편적이라고는 할 수 없을지언정 지속되는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무언가가 필요했죠. 뒤이은 팬데믹 상황에서도 그랬듯, 세계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음악과 예술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큰 구원이 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정치가들은 좀처럼 이해하지 못할 테지만요.


..결코 넓지 않은 우리 집 정원에는 피아노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2015년, 요양을 위해 방문했던 하와이의 풍토가 마음에 쏙 들었던 저는 그때의 기분으로 기세 좋게 중고 주택을 매입했는데, 그 집에는 거의 100년 전에 만들어진 피아노가 있었습니다. 정작 그 집은 큰 미련 없이 팔았지만, 시간이 묻어나는 낡은 분위기가 어찌나 근사하던지 피아노만은 뉴욕 자택까지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시험 삼아 피아노를 마당에 그냥 놔둬보기로 했습니다. 몇 년의 시간 동안 수차례 비바람을 맞으며 도장도 다 벗겨진 지금은 점점 본래의 나무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어떻게 썩어갈 것인가. 그것은 우리 인간이 어떻게 나이 먹어 가야 하는가, 하는 것과도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것은 사카모토 씨가 음악을 맡은 1990년의 영화 〈마지막 사랑〉의 마지막에 등장한 원작자 폴 볼스가 내레이션처럼 읊조리던 말의 일부였다.

‘자신이 언제 죽을지를 모르니 우리는 인생을,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생각하고 만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무한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극히 적은 횟수밖에 일어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어린 시절의 그 오후를, 앞으로 몇 번 떠올릴까? 그것이 없었다면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깊은 곳에서, 지금의 자신의 일부가 된 그 오후마저. 아마 앞으로 네 번, 혹은 다섯 번일 것이다. 아니, 더 적을지도 모른다. 보름달이 뜨는 것을 보는 일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있을까. 아마 스무 번이려나. 그리고, 그럼에도, 무한한 횟수가 있다는 듯 생각한다.’



...스— 씨,
아까 말하는 걸 잊었는데 하이쿠 시인 도미자와 가키오의 대표작은 “나비의 낙하/그 소리 크게 울린/얼어붙은 날”인데, 굉장한 것 같아요.정말 놀라웠습니다. 사카모토 류이치

이것이 내 앞으로 도착한 마지막 메일이었다. 20일 후…, 나비가 아닌, 사카모토 씨가 낙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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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우주 - 잠들기 전 짤막하게 읽어보는 천문우주 이야기 Collect 22
김명진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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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우리는 이렇게 스스로, 그리고 수소로 타는 것만 별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그러니 더 이상 ‘지구별’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어렵겠어요. 지구는 스스로 타지도, 수소를 연료로 이용하지도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가장 밝게 빛나는 태양은 별일까요? 태양은 수소 기체로 가득 찬 거대한 천체입니다. 중심부의 온도와 압력은 엄청나게 높지요. 따라서 내부에서 스스로 수소를 태우며 빛나는 천체이기 때문에 별이 맞습니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면 개기일식, 태양의 일부분만 가리면 부분일식, 달이 태양의 가장자리만 남겨둔 채 가리면 금환일식이라고 합니다. 이때 태양의 지름이 달의 지름보다 약 400배 큰데도 개기일식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은, 태양이 달보다 약 400배 멀리 떨어져 있어 지구에서 본 달과 태양의 겉보기 지름, 즉 시직경視直徑이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달이 지구 주위를 타원 궤도로 돌고 있어,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가까우면 달이 커 보이고 멀면 작게 보이므로, 달의 시직경이 태양의 시직경보다 크거나 비슷하면 개기일식, 달의 시직경이 태양의 시직경보다 작으면 금환일식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지구 자전축의 절묘한 기울어짐은 지구와 소행성 간의 충돌 덕분에 만들어진 위대한 결과입니다. 태양계가 형성될 무렵, 덩치가 제법 큰 소행성이 원시 지구에 충돌해 자전축을 기울여놓은 것이지요. 그런데 이때 지구 자전축이 23.5도보다 덜 기울었다면 어땠을까요? 극지방의 추위와 적도지방의 더위는 지금보다 극심해지고 계절의 변화는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반대로 지금보다 더 기울었다면 극지방과 적도지방 사이의 온도 차이는 줄어들고 대신 계절 간 변화가 극심해졌을 겁니다. 왜 ‘절묘하다’고 표현하는지 아시겠지요.


...무궁화위성 같은 정지 궤도 인공위성보다 가까운 거리를 지름 400미터 정도의 소행성이 지나가는 현상은 2만 년에 한 번꼴로 발생한다고 합니다. 아포피스는 2029년 4월 13일 세계 시각(UTC)으로는 밤 9시 46분 전후, 맨눈으로도 충분히 관측 가능한 밝기로 빛난다니,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소행성 접근 이벤트가 될 것입니다. 지구 최접근 시 맨눈으로 관측 가능한 지역은 서아시아, 아프리카 및 유럽 대륙 전체를 포함하고 있어 20억 명이 넘는 사람이 이 세기적 이벤트라 할 만한 소행성과 지구의 조우를 감상할지도 모르겠네요.


...어떤 인연을 맺었는지에 따라 이들의 특성이 사뭇 달라지기도 합니다. 인연의 흔적이 남듯이 말이에요. 이렇듯 중력은 물질을 끌어당겨 만물의 형태를 빚어낼 뿐만 아니라, ‘멀어짐’의 흐름을 거슬러 인연을 만들어냅니다.
이들에겐 그 어떤 의지도 목적도 없었겠지만, 중력에 의해 맺어지는 인연과 천체들의 일생을 생각하다 보면 이내 우리의 삶을 투영하게 됩니다. 아무렴 어떤가요. 커튼 사이로 밤하늘을 내다보며 잠시 이런저런 상상을 즐겨봅니다. 까마득한 공간을 지나 마주하는 인연에 대해 생각하면서 말이에요.


...1967년, 결국 시간의 기준은 원자로 변경됩니다. 세슘 원자의 고유 진동수를 이용해서 1초를 정의하기로 합니다. 인류가 선택한 두 번째 불변의 시간입니다. 누군가는 이를 “영원한 우주의 심장 박동”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현재 1초의 정의는 세슘 원자가 약 90억(정확히는 9,192,631,770) 번 진동할 때 걸리는 시간입니다. 원래 사용하던 1초와 가장 유사한 크기입니다. 그래야 지구의 자전에 맞춰온 ‘태양이 중천에 있을 때’가 한낮이라는 일상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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